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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강령과 재난지원금

[복지국가SOCIETY] "어떤 경우에도 상위 소득 계층에게는 정부재정을 현금 지원하지 말아야…"

최근 수일 동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300명을 넘어섰고, 앞으로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코로나19의 델타 변이가 덮친 지구촌의 일반적인 현상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방역의 여건이 급격하게 나빠졌고, 코로나19의 '4차 유행'으로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가 발령되었다. 그러면서 기존에 제출된 재난지원금 추경(안)의 규모와 지급 시기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드러난 5차 재난지원금의 정책 과정

2020년 8월 하순부터 계속된 코로나19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민적 피로감이 커졌다. 게다가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방역 상황도 한층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를 위한 5차 재난지원금 이슈가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었다. 다만, 방법을 둘러싼 견해의 차이는 분명했다. 야당은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 등에게 피해 맞춤형 손실 보상을 제대로 하자는 입장이었고, 여당은 여기에 더해 소비 진작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했다.

정부는 피해 맞춤형 소득 보전에 더해 국민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은 생각이 달랐다. 재난지원금에 '기본소득의 원리'를 적용하길 원했다. 기본소득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보편성) 개인적으로(개별성) 아무런 조건 없이(무조건성) 매달(정기성) 기본적 생활이 가능할 만큼(충분성)의 금액을(현금성) 지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구성원 '모두의 실질적 자유'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재난지원금과 관련된 기본소득 원리의 핵심 원칙은 보편성·개별성·무조건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지급 대상의 '보편성'(보편 지급)인데, 민주당의 강령과 당헌에 명시된 '보편적 복지'와 무관한 것이다. 그리고 복지국가가 현금을 지급할 때는 언제나 합당한 '이유와 조건'에 근거하게 되는데, 민주당은 이번 5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는 '어떤 조건'도 부과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무조건성' 원칙에 따라 취업자든 실업자든, 소득 수준이 높든 낮든, 부자든 빈자든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모두에게 똑같이 현금(동일 금액)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이는 기본소득의 개별성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데, 가구원의 수가 많은 상위 소득 계층에게 재원 할당이 유리한 불공정을 초래한다.

당·정 간의 치열한 논의와 합의에 따라 재난지원금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마침내 7월 8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 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은 33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통해 "가족의 삶과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신 분들에게 조금 더 양보"해 달라며 정부안 처리를 호소했다.

참고로, 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총 33조 원의 추경(안)에는 코로나19 피해 지원 3종 패키지(15조7000억 원), 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 등을 위한 방역·백신(4조4000억 원), 고용 조기회복과 민생안정(2조6000억 원), 지역경제 활성화(12조6000억 원) 등이 편성돼 있다. 그리고 이번 추경(안)의 재원은 올해 예상되는 세수증가분 31조5000억 원과 지난해 세계잉여금 1조7000억 원, 그리고 기금 여유재원 1조8000억 원으로 마련한 것이다.

민주당의 7월 7일 의원총회, 왜 열었나?

정부와 여당은 치열한 협의 끝에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었다. 그런데 이 방안은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기본소득의 원리가 상당 부분 관철된 것이다. 다만, 소득 상위 20%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의 보편성 원칙에 어긋난다. 애초 정부가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겠다는 것을 민주당이 줄기차게 '전 국민' 지급을 주장 끝에 80%로 높여놓은 것인데, 이것도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7월 7일 의원총회를 열었고, 이를 계기로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 지도부는 기존의 당정협의 결과물까지 뒤엎으려고 할까. 이는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 이유에 기인한다. 한 가지의 힌트를 살펴보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에 차별 없이 20만 원 지급" 방식을 거론했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세금은 더 많이 내는데 위기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이중 차별"이라며 "재원 부족이 문제라면 차별 없이 20만 원을 지급할 수도 있다"라고 썼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상위 소득 계층을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중 차별이라는 주장인데, 이재명 지사의 이런 황당한 주장은 오로지 '무차별적 획일주의'라는 기본소득의 원리로만 설명·옹호될 수 있다. 이런 주장은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공정과 정의의 원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희한한 논리라 하겠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지도부는 논리적으로 부실하고, 공정과 정의의 원칙에 역행하고, 그래서 전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무차별적 현금 지급'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10조4000억 원 규모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이 담긴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온 뒤 방역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제 야당은 기존의 손실 보상 주장을 더욱 강화할 명분을 쥐게 되었다. 코로나19의 '4차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민주당도 소비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계속 펴기도 어렵게 되었다. 게다가 여권의 일부 대권 후보들도 방역 여건의 변화를 이유로 손실 보상 및 소득 보전 용도의 재난지원금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런 달라진 조건에서, 애초부터 피해가 집중된 계층에 더 두터운 지원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정부 입장에서는 국회에 제출된 추경예산(안)을 재검토하자는 정치권의 의견에 동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

정부재정의 할당에서 보편적 복지 원리 구현해야!

보편적 복지(보편주의)는 누구라도 실업·질병·산재·은퇴·출산·육아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 소득이 단절·급감하거나 생애주기에 따라 각종 복지(사회서비스)가 필요할 때 국가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로부터 필요에 상응하는 적절한 지원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두 가지의 '보편적 보장'이 언급돼 있는데, 하나는 소득 보장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서비스 보장이다.

그런데 소득 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에서는 보편적 방식뿐만 아니라 소득조사를 통한 선별적 방식도 사용한다. 실업의 경우에는 보편적 고용보험의 실업급여가 작동하는데, 이것은 소득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편적 방식'이다. 그런데 취약 근로자들을 위한 실업부조(국민취업지원제도)와 빈자들을 위한 공공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에서는 소득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하는 '선별적 방식'을 사용한다. 한편, 보육·육아·교육·의료·요양 등의 사회서비스 보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보편적 방식'을 사용한다.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는 '누구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복지 필요(욕구, needs)가 발생했을 때라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즉, 보편적 복지국가에서는 필요의 존재 여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필요의 크기에 상응하는 지원을 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인데, 그러니까 복지 필요가 존재하지 않으면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보편주의(universalism)를 이해하는 올바른 방식이다.

민주당은 정부재정의 할당에서 '보편적 복지 원리'를 따라야 한다. 여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모든 보편적 복지국가들이 국정의 운영에서 필요(욕구) 기반의 보편적 복지 원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인 포용적 복지국가가 바로 보편적 복지 원리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민주당의 강령과 당헌에 필요 기반의 보편적 복지가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지사와 민주당 지도부 등이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보편적 복지 원리'를 거부하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소득 원리'를 채택하려는 것은 당·정의 기존 원칙을 어기는 것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 하겠다.

이재명 지사와 민주당 지도부 등이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방식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정부재정 지출의 기본 원칙을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기본소득 방식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지급하므로 필요에 상응한 지원인 보편적 복지 방식에 비해 필요 충족의 '복지 효과'가 작다. 둘째,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상위 소득 계층에게도 지급하므로 한계소비성향이 큰 하위 소득 계층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 방식에 비해 소비 진작의 '경제 효과'가 작다. 셋째,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획일적 평등 지원이므로 하위 소득 계층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 방식에 비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다.

보편적 복지 원리에 따른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

보편적 복지 원리는 필요의 크기에 상응해야 하는데, 이는 당연히 '적극적 재정' 원칙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기존의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 노선에서 보았던 곳간지기의 소극적 재정 원칙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한 정부의 추가적인 예산 편성 규모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발전 수준이 낮은 단계인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방역 상황이 좋았다고 해도 '적극적 재정' 원칙에서 모자랐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하겠다. 그러므로 필요 기반의 '보편적 복지 원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적극적인 재정 원칙'을 구현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재난지원금 예산의 총액이 결정되었다면, 이제부터는 이것을 소득 계층별로 차등 지원하는 것이 옳다. 나는 당정이 합의한 소득 하위 80% 동일 금액 지원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득 하위 5%에 속한 가구와 소득 하위 75%에 속한 가구의 경제적 형편과 어려움의 정도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너무나 명백하다. 그러므로 소득 하위 80%를 3개 구간으로 나누고 재난지원금을 하후상박의 원칙에 따라 차등 지원해야 한다. 소득 하위 30%에게 3단위를, 30∼60%에게 2단위를, 그리고 60∼80%에게는 1단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당·정이 합의한 개인 단위의 동일한 현금 지급이 아니라 가구 단위의 점감 방식 지원이 옳다. 작년에 이루어진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는 가구 단위의 차등 지급이 이루어졌다. 가령 1인 가구에게는 40만 원이 지급되었고, 4인 가구에게는 160만 원(1인 가구 × 4명)이 아니라 100만 원이 지급되었다. 2인 가구에게 1인 가구 지급액의 2배보다 다소 적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국가의 공정성이라 하겠다. 그런데 기본소득 방식의 전 국민 지급은 가구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현금을 지급하므로 가구원의 수가 많은 중상위 소득 계층에게 재원 할당이 유리한 불공정을 초래하게 된다. 옳지 않다.

일부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의 소득 자료가 정확하지 않다거나 소득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이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국민건강보험의 연간 본인부담상한제(7개 구간별 차등 혜택)를 실시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본인부담상한액은 가입자의 연평균 보험료 부담 수준을 기준으로 소득 1분위는 81만 원, 2~3분위는 101만 원, 4~5분위는 152만 원, 6~7분위는 282만 원, 8분위는 352만 원, 9분위는 433만 원, 10분위는 584만 원의 상한액을 적용한다. 건강보험료를 소득의 대리지표로 활동한 이 제도는 국민의 지지 속에 지금도 잘 작동하고 있다.

게다가 재산이 많은 사람들을 얼마든지 걸러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는 소득의 실제 수준을 잘 반영하고 있다. 최근의 소득 상황 변동을 이유로 건강보험료의 재산정을 요구할 경우, 이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약 시급하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할 경우라면, 일단 지급하고 추후 건강보험료 재산정 이후에 정산하는 방식을 채택해도 된다. 게다가 하후상박의 소득 계층별 차등 지원을 하게 되면 80%와 81% 사이의 소득 역전 현상도 정치사회적으로 별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방역의 여건과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의 차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1차 유행은 2020년 2월 하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나타났다가 3월 말을 기점으로 대체로 수습되었다. 그러니까 4월 중순부터 8월 초순까지는 전국적으로 재난지원금의 소비가 가능해질 수 있는 방역의 여건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비 진작 용도의 1차 재난지원금은 5월부터 7월까지 상당한 수준의 효과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DI 연구 결과에 의하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전년 동기 대비 소비의 증대가 (준)내구재에서 10.8%, 필수재에서 8% 늘어난 반면에 대면 서비스업에서 3.6%, 음식업에서는 3.0%만 늘었다. 이는 방역 여건의 완전한 개선이 이루어질 때라야 대면 서비스업종에서 기대할만한 소비 증대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20년 8월 16일부터 시작된 2차 유행 이후 지금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4차 유행이 시작되었다. 자유로운 소비를 가능케 하는 방역의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집합 제한 및 금지 조치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날로 커졌고, 앞으로도 이런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므로 2020년 5월의 1차 재난지원금과 달리, 2차부터 추진된 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 목적이 아니라 정부의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맞춤형 선별 지원으로 결정되었던 것이고, 4차 유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런 방침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1차 재난지원금과 2∼4차 재난지원금 지원 간의 단순 '성과 비교' 결과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 '1차 지원'(전 국민)과 '2∼4차 지원'(피해 맞춤형 선별) 간의 성과 비교는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자 간에는 두 가지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첫째, 방역의 여건(상황)이 달랐다. 작년 8월 16일 이후부터 방역 여건의 악화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가 지속되고 있다. 둘째, 정책의 목표가 다르다. 전자는 경기 진작이고, 후자는 피해 지원이 목표였다. 4차 유행이 시작된 만큼 앞으로도 후자가 정책의 목표로 부각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1차 지원이 2∼4차 지원보다 민간소비 증가율(내수 진작), 가계소득 증가율, 자영업자소득 증가율에서 우월하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이는 논리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방역 상황 개선 이후의 소비 진작과 국민 위로는 어떻게?

상위 소득 계층은 감염병의 확산 상황에서 소비를 더 줄이고, 상황 개선 후엔 소비를 크게 늘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상위 소득 계층이 감염의 확산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소비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러므로 감염 상황이 좋아지면 유행 시기 동안에 소비를 줄였던 상위 소득 계층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지연 소비(보복 소비)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이들에게는 정부재정으로부터 현금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지원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필요 기반의 '보편적 복지 원리'를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적용하자면 어떤 경우에도 상위 소득 계층에게는 정부재정을 현금으로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국민 위로'를 위해 상위 소득 계층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편다. 국민 위로가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필요한 계층에게는 돈을 지원함으로써 위로를 줄 수 있고, 상위 소득 계층의 국민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출이 아니라 따뜻한 격려와 존중의 말씀이 더 큰 위로가 된다. 그러므로 국민 위로 용도의 재정 지출에서도 상위 소득 계층은 반드시 제외하는 것이 옳다.

코로나19 재난을 겪은 전 세계의 어떤 나라에서도 국민을 위로하겠다는 목적으로 상위 소득 계층에게 현금을 지급한 사례는 없다. 유럽의 모든 복지국가들은 입법을 통해 코로나19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등의 소득 보전을 위한 제도적 방책을 마련했다. 복지 제도가 상대적으로 미진한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3차례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상위 10%는 제외하고 슬라이딩 방식을 채택했다. 일본도 작년에 한 차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소비 진작 효과가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맞춤형 선별 지원 방식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기 때문이며, 소비 진작 효과(지급한 재정의 약 30%만 소비)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당 내에서 5차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들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무차별적 획일주의'에 불과하다. 그런데 방역의 여건이 기존의 안정 추세를 역행하면서 크게 나빠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크게 강화되었고, 따라서 자영업자·중소상공인과 경제사회적 약자들에게 큰 고통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그러므로 국회에 제출된 기존의 추경예산(안)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나는 추경 예산의 총액을 늘릴 것을 제안한다. 일부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적극적 재정의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재정 당국이 이것을 회피해선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 등의 손실 보상 예산을 최대한 늘려 잡아야 한다. 그리고 저소득 실업자 등 경제사회적 약자의 소득 보전을 위한 예산도 더 중요해졌다. 그러므로 기존의 소득하위 80% 국민에게 개인당 25만 원씩 지급하기로 예정했던 10조4000억 원은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되, 이것을 소득 하위 50% 계층에게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급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 좋겠다.

필요에 상응하는 지원을 의미하는 '보편적 복지'는 선진 복지국가의 작동 원리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과 민주당의 강령·당헌에 뚜렷이 박혀 있다는 사실을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본소득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 추한 모습을 연출할 것이고, 결국에는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버림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이론적·경험적으로 이미 입증한 국민행복의 보편적 복지국가를 우리의 실정에 맞게 건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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