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불평등 해소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 정책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기존 정규직과 취업준비생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비정규직 직접고용이 발표됐을 때는 '시험을 통과한 이들에게만 정규직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이른바 '공정' 담론이 등장했다. 지난 6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센터 비정규직이 파업에 들어가고 정규직이 이에 반대하는 가운데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비정규직의 파업 중단과 정규직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협의 테이블 참여를 요구하며 단식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잘못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6월 <경향신문>에 실은 칼럼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거짓말이고 경제의 도덕화'라며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아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준만 교수의 <경향신문> 칼럼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거짓말이다")
임금 격차 해소와 관련해서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월 '첫 정책 과외교사'로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난 뒤 정 교수의 평소 지론인 '직무급'이 주목받는 일도 있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잘못된 정책일까. 한국사회의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 대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인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을 만났다.
조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평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주장에 대한 비판', '바람직한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 방안'을 주제로 세 편에 걸쳐 게재된다.
바로가기 : [인터뷰 ① : "문재인 정부, 집권 초와 달리 노동정책 유턴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의 진짜 내용은 상시 업무, 생명·안전 업무 정규직화"
프레시안 :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칼럼에서 "모든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허황된 꿈에 가까웠다"고 도발적으로 이야기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돈문 : 강 교수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강 교수가 아니면 뽑기 어려운 강한 언어의 제목, 과도한 단순화가 눈에 쏙 들어왔다. 사회 현상이 얼마나 복합적인가. 연구자의 글이라면 그걸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깊이가 있어야 한다. 세상은 복잡한데 과도하게 단순화해 설명하면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
강 교수의 칼럼을 보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진보진영 모두가 강요했다'고 읽힌다. 그런데 그런 적이 없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슬로건이다. 나도 비정규직과 관련한 내 책을 선물하면 앞에 그렇게 적는다.하지만 책에는 문 대통령 공약과 비슷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상시 업무 직접고용', '생명·안전 업무 직접고용' 말이다. 모든 비정규직을 다 정규직 전환하라는 게 아니다. 상시 일자리가 있고 아닌 일자리가 있다. 예컨대, 수도나 설비는 어쩌다 한번 고장 나는데 이를 수리하는 전기공이나 수도공, 에어컨 수리공 등은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용역을 쓸 수 있다.
프레시안 : 생명·안전 업무 직고용은 왜 필요한가.
조돈문 :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 군은 간접고용 노동자라 서울교통공사 통제센터에 지하철을 잠시 서행해달라고 직접 전화할 수 없었다. 하청업체인 은성PSD에 전화하면 은성PSD 관리자가 전산담당 노동자를 통해 서울 지하철 전자운영실로 연락하고 거기서 PSD관제소로 연락하면 전동차 기사에게 서행 지시가 전달되게 돼 있었다.
프레시안 : 사고 당시 서울교통공사 관제센터에서는 김 군이 수리 중인 것도 몰랐다.
조돈문 : 맞다. 대개 지하철은 2분에 한 대 정도 온다. 그러면 급하게 일하게 된다. 2분 안에 수리 업무를 마무리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2인 1조로 일하게 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가 '지하철 서행해달라'고 연락해야 한다. 실제로 2인 1조 작업 규정이 있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자회사로 바꿔도 이 구조는 그대로다. 직접고용됐다면, 김 군이 직접 서울지하철 PSD관제소를 통해 기관사에게 연락하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는 승객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프레시안 :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수리 노동자의 고용형태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그런 사고가 없었다. 생명·안전업무 노동자를 왜 직접고용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창출, 같이 갈 수 있다"
프레시안 : 강 교수가 "그 누구도 '일자리 창출'도 하면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가능한가 하는 점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조돈문 : 일자리 창출은 중요하다. 나도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매일노동뉴스>에서 낸 책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본 지역 일자리·노동시장 정책>(2018)에서 비정규직 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일자리 대안을 같이 이야기했다.
핵심은 일자리가 부족한 게 아니다. 일자리가 부족하면 이주 노동자가 왜 이렇게 많이 들어오나. 문제는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거다. 물론 일 자체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다 필요해서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일자리에는 좋고 나쁨이 있다.
지금 일자리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 등 노동조건이 열악한 나쁜 일자리다. 상시 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했다면, 지금 일자리의 70% 이상은 정규직일 거다. 이게 정상이다. 그런데 그걸 정규직 일자리로 만들지 않으니 얼마 되지 않는 정규직 일자리를 두고 서로 가지려고 싸운다. 공시생과 정규직 전환 추진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 이유다.
그리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연결을 잘 못한다. 한국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예산 비중(2017년 기준 GDP 대비 0.32%, OECD 평균은 0.52%)이 낮다. 정책 내용으로 봐도 직업훈련과 취업상담 등 공급중심 정책보다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수요중심 정책에 예산이 집중되고 있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제대로 하려면, 담당기관에 구직자에게 적절한 직무가 무엇이고 적성이 뭔지를 파악해 어울리는 일자리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구직자가 그 일자리에 취업하기에 숙련이나 기술이 부족하면 필요한 직능 훈련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문 상담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구직자 숫자 대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상담 인력 규모는 스웨덴의 1/10 수준밖에 안 된다. 한국 상담인 한 명은 스웨덴 상담인 한 명보다 10배 많은 구직자를 상대하는 식이다. 그러니 일자리 연결이 잘 안 된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는 구직자가 일자리를 찾는 기간에 지급되는 실업급여 등도 상당히 부족한 듯하다.
조돈문 :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노동시장 차원에서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관대한 실업자소득보장제도로 실직시 소득안정을 보장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관리하는 모델을 황금삼각형이라고 부른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 발달되어 있고 유럽연합도 바람직한 노동시장 정책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상시 업무, 생명 안전 업무를 정규직 일자리로 만들어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고용보험을 강화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노동시장정책 대안이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등 공공부문의 적극적 일자리창출 역할로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일자리 중개도 더 수월해진다.
"文정부 때 비정규직 규모 줄고 정규직 비정규직 임금격차 줄었다"
프레시안 : 강 교수가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비정규직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맞나.
조돈문 :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시작하면서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래서 대통령 임기 시작하고 한 달 뒤부터 회의를 시작했다. 나도 일자리위원으로 참여해오고 있다.
일자리위원회 출범 후 초기 회의들을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그때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고용형태 통계를 제대로 내야 한다. 정부 방식으로 통계를 내면, 비정규직 정책을 잘 펴도 정책효과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고,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 통계로 보면, 문재인 정부 임기동안 비정규직이 94만5000명 증가했다고 나온다. 그런데 노동계 기준으로 보면 다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낸 통계에는 문 정부 임기 동안 비정규직이 21만3000명 감소했다고 나온다.
프레시안 :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는가.
조돈문 : 노동계에서 비정규직 통계를 낼 때 임시직과 일용직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정부는 임시직 가운데 일부를 정규직으로 계산한다. 그래서 정부가 비정규직을 30%대로 집계하는 동안, 노동계는 50%대로 발표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통계를 기준으로 비정규직 절대 규모와 상대 비중을 정부별로 따져보면, 상대 비중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 다 줄었다. 절대 규모를 보면, 노무현, 박근혜 정부 때 늘었고,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는 감소했다. 감소 규모는 문재인 정부가 조금 더 크다. 상대적으로 잘 했다. 그런데 통계를 잘못 낸 것이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 때 비정규직 규모가 왜 이렇게 감소했나.
조돈문 :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규모 자체가 문재인 정부에서 컸다.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돼지 않았나. 이 점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 진일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감소 규모는 21만 3000명으로 대단히 작다. 정책 효과가 미약한 이유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효과가 민간에 확산되지 못했다고 하는 게 정확한 평가다. 내가 늘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정책을 비판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 못 했나' 하면 그건 아니다.
프레시안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어떤가?
조돈문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통계로 보면, 임금 격차를 줄이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기여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모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커졌는데, 노무현 정부 때 임금 격차 확대 정도가 좀 더 컸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 격차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정부의 비정규직 분류 기준 자체가 노동계와는 다르니 정부 기준으로 보면 어떻게 나타날지는 모르겠다.
프레시안 : 최저임금 인상 때문일까.
조돈문 : 두 가지 정책 효과 때문이라고 본다. 하나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효과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정규직(무기계약직)이 된다고 해서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정규직 중에서는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다. 전체적으로 정규직 임금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난다. 통계 착시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줄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 방식으로 통계를 내면 정부 정책이 잘 하는지, 못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프레시안 : 홍보도 잘 안 한다.
조돈문 : 비정규직 규모도 줄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도 줄였는데 홍보를 못하는 건 통계를 잘못내서다. 일자리위원회에서 비정규직 통계 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정부 통계를 노동계 통계로 바꿀 필요는 없다. 병기하면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 변화 추이와 정책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통계로 좋은 결과가 나와도 노동계 통계로 봐서 나쁜 결과가 나오면 노동계는 계속 항의할 거다. 노동계 기준으로 개선되어도 정부 통계 기준으로 나쁜 결과가 나오면 역시 비판받을 거다. 그러면 정부는 칭찬받아야 할 때 못 받고 비난만 받게 된다'고도 했다. 그런데 결국 말을 안 들었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성과를 비판할 때 무기계약직, 즉 무늬만 정규직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노동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을 맺게 한 기간제법이 통과될 때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이 된다고 하던 논란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조돈문 : 기간제건 간접고용이건 무기계약직으로라도 전환하는 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고용안정이 강화된다. 물론 고용안정만 강화하는 건 미흡하다. 그 다음 단계로 임금 등 노동조건을 개선해서 동일 직무 수행 정규직과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도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바꾼 건 성과다. 당장 임금을 안 높여도 앞으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무기계약직 임금을 인상하면 기존 정규직과의 마찰도 피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직접고용으로 전환된 노동자의 처우가 열악하지만, 직접고용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 격차가 줄어드는 구조로 가리라는 이야기인 듯 하다.
"경제의 도덕화?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성장은 과학적 경제정책이다"
프레시안 : 강 교수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이들을 두고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제의 도덕화'라고 칭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조돈문 : 실망스럽다. 강 교수는 '경제의 도덕화'라고 하는데. 비정규직 문제 자체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문재인 정부 출범할 때 <한겨레>가 여론조사를 하면서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해 제일 중요한 핵심과제가 뭐냐'고 물었다. 사람들이 첫번째로 불평등을 꼽았다. 그리고 '불평등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뭐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이'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불평등 해결'이었다. 26.6%가 이것을 지적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가장 많이 찍었다. 40.2%다. 청년층이 비정규직 문제를 자기 문제로 봤던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문제의식은 청년층이 가장 심각하게 느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은 그 자체가 사회문제로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고, 경제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주창했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한 축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이었다. 다른 한축은 '중소영세기업 이윤율 제고'다. 이 두 개가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핵심이었다. 이건 경제를 도덕화한 게 아니라 과학이고 경험적으로 검증된 정책이다.
프레시안 : 소득주도성장으로 성공한 실제 사례가 있나?
조돈문 : 스웨덴이 1920년대에 경제위기와 고용위기를 같이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회민주당에서 '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의 고질적 문제인 수요 부족이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그래서 공공 재정 지출을 확대했고, 이는 복지 서비스 확대로까지 이어졌다. 완전고용과 노동조건 향상 등 소득불평등 해소를 정책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 소득주도성장이었다.
사민당이 이것을 1920년대 말에 제안했고, 1932년에 최초로 집권했다. 집권 즉시 소득주도성장 전략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펴고 긍정적 성과로 평가받았다. 10년씩 집권하는 독재체제도 아니고 3년마다 선거를 하는 내각책임제인데도 사민당은 1932년에서 1976년까지 장기 집권했다. 선거를 44년 동안 이겼다.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집행해 경제위기와 고용위기를 해결했다. 그래서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과학이고 검증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 후기로 가며 한국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조돈문 : 문재인 정부에 잘못이 있다면 소득주도성장을 채택한 게 아니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거다. 비정규직 문제로 보면, 최저임금 인상하고 노동시간 단축하면 저소득 장시간 노동자가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그것을 안 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핑계를 댔다. 그 핑계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안 한 것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문제는 해결했나.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중소기업 이윤율은 하락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윤율 격차도 더 커졌다.
대기업이 자기들도 먹고 살기 어렵다고 협력업체들을 쥐어짜는데, 그럼 대기업 이윤율이 늘 때 중소기업 이윤율도 같이 늘었나. 아니다. 2017년과 2018년에 한국전자 산업이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많이 팔면서 특수를 이뤘다. 대기업 이윤율이 폭증했다. 그런데 중소기업 이윤율은 별로 안 올라갔다. 그렇지만 대기업 이윤율이 떨어질 때는 중소기업 이윤율은 같이 떨어진다. 대기업이 폭리를 남길 때 나누지 않았다. 스스로 나누지 않으면 세금으로 거둬야 했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때도 대기업이 성장하면 모두가 잘 살게 된다며 낙수효과를 이야기했는데 안 된다는 게 드러났다.
조돈문 :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세 바퀴 경제론을 들고 나왔지만 무능해서 실패했다. 그리고는 소득주도성장 전략 자체에 책임을 돌렸다. 이건 대단히 잘못된 과오다.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먹칠을 했다. 그러니 '경제의 도덕화'라는 비웃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일자리위원회에서 처음부터 이야기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을 하면 중소기업에 당장 인건비 부담이 온다. 그런데 유효수요 증대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정책의 긍정적 효과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중소기업 이윤율 정상화 노력이 급선무다.' 그런데 안 했다. 그건 경제·산업 정책의 실패이고, 경제팀의 무능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먹칠하고 매도한 죄. 현 정부가 이 죗값을 치르기엔 너무 늦었다. 민주당이 다시 집권한다면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제대로 펴서 이 죄를 씻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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