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상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윤 전 총장은 "당연히 와야 하는 자리"라며 정치적 의미 부여를 경계했지만, 야권의 핵심 대선주자들 간의 만남에 정가의 시선이 온통 쏠렸다.
윤 전 총장은 8일 오후 4시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아 최 전 원장에게 위로를 건넸다. 윤 전 총장은 약 30분간의 조문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최 전 원장과는 인사만 나눴고, 조문 오신 분들과 일상적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조문을 계기로 최 전 원장과 정치적 공감대가 커졌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좀 너무 많이 나간 추측이다. 그런 것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은 조문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특별한 배경이라기보다는 당연히 와야 하는 자리에 왔다"며 "(최 전 원장이) 정치를 하고 안 하고와 관계없이 존경받는 감사원장이었고, 작고하신 어르신이 6.25 때 나라를 지킨,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분이었다"고 했다.
이날 새벽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한 최 전 원장 부친은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다. 고인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6일 북한 해군의 1000톤급 무장수송선을 격침하는 데 결정적 전공을 세워 '대한해협 해전의 영웅'으로 불린 역사적 인물이다.
1962년 박정희 소장이 이끈 5.16 군사쿠데타 직후에는 박 소장을 의장으로 한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의장 총무수석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1963년 대선 직후 박정희 당선자가 "섬(낙도) 지방 민원을 챙겨 준 당신 덕분에 내가 당선됐다"고 말한 일도 있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친의 유언을 일부 공개했다. 최 전 원장에 따르면, 고인은 "소신껏 하라",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당부를 했으며 임종 직전 "대한민국을 밝히라"는 글을 적어 건넸다고 한다. 그간 차남인 최 전 원장의 정치 참여를 만류해온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정치 도전에 격려를 보내며 용기를 북돋워준 것이 고인의 유지였다는 것이다.
최 전 원장이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만큼, 이날 빈소에는 주요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이 각각 빈소를 찾았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윤 전 총장에 앞서 조문을 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오후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제가 부총리로 있을 때 감사원장이었고, 같이 국정을 논하면서 늘 존경하는 분이 최 전 원장이었다"며 "어른께선 우리나라를 구한 구국의 영웅이시니 조문하러 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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