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사회주의강국'의 해, 2035년
필자가 월간 <민족21>의 편집기획위원으로 활동하던 2008년 초의 일이다. 매월 편집기획회의가 열렸는데 한번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연다'는 것이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다. 북한이 2007년 11월 30일 전국지식인대회에서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강성대국의 구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8년 5월 광명성제염소 현지지도에서 처음 언급했다고 한다. 북한이 강성대국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1999년 1월 1일 북한의 3대 기관지인 <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의 신년공동사설이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 "올해를 강성대국건설의 위대한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를 발표했다. 이 담화는 <김정일선집> 제14권(2000년)에 수록되어 있다.
강성대국 구상은 2007년 8월 31일 <로동신문> 정론에 의미 있게 등장했다. "지금 조국은 역사적인 전환의 계선에 들어서고 있다. 사상강국, 군사강국의 강위력한 성새로 튼튼히 다진 조선은 이제 경제강국의 또 한 요새를 점령하면 강성대국이 된다"는 것이었다.
'강성대국'이 목표이고 남은 과제인 '경제강국 건설'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 '경제건설에 총력 집중하자'는 담론을 개발하는 과정이었던 듯하다.
'강성대국의 대문'은 2007년 11월 13일 <로동신문> 사설에 등장했다. "공동사설 과업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일대 변혁을 일으키는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으려는 것이 우리 당의 결심이다." 그해의 전국지식인대회에서 '가까운 몇 해안에', 즉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공표되었다(<통일뉴스>, 2008.11.3. 재일본조선사회과학자협회 김화효 회장 인터뷰 참고).
<민족21> 편집기획회의에서 '강성대국의 대문을 연다'는 것에 대해 깊이 토론하지는 못했다. 강성대국의 초입에 들어서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했다. 북한의 생각을 정확히 읽기는 어려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12월 사망했고 북한은 2012년에 후계국면에 돌입했기 때문에 '강성대국의 대문'은 가시권에서 사라졌다.
지난 4월 27~30일 평양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제10차 대회가 열렸다. 대회에서 청년동맹의 이름은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바뀌었다. 청년동맹은 14~30세의 청년층을 이끌어가는 정치조직이다.
문철 동맹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새 집행부가 들어섰다. 청년동맹은 1월 제8차 당대회와 2월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의 결정을 관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정비전략‧보강전략과 정리정돈‧재편성이라는 전략적 방침을 쫓아갈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 29일 청년동맹 제10차대회에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인용은 세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①경제발전 5개년계획(2021~25년) 기간을 '효과적인 5년', '대변혁의 5년'으로 만든다. ②다음 단계는 두 차례의 5개년계획(2026~30년/2031~35년) 혹은 한 차례의 10개년계획(2026~35년)을 진행한다.
③이 계획이 끝나는 2035년(지금부터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 번영하는 사회주의강국'으로 만들겠다. 2035년이 되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청년동맹원들은 29세의 청년에서 45세의 장년에 이르게 된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2035년까지의 윤곽을 그린 것이었다. 5개년계획 기간의 정비전략‧보강전략과 정리정돈‧재편성의 방침은 다음 단계의 '거창한 투쟁', 즉 경제도약을 위한 투쟁을 준비하자는 뜻을 갖는다. 서한에는 청년학생들에게 경제건설에 전면적으로 나서자는 호소가 담겨 있다. 1982년생(1984년생의 說도 있다)인 그가 2035년에 53세가 된다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15년 앞을 내다보면서 '함께' 경제건설에 나서자는 것이며, 새로운 시대의 '새벽'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강성대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사회주의강국'을 목표로 삼았다. 자본주의강국과 사회주의강국은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둔 용어 선택이다. 북한에서는 다른 나라들의 경제시스템이나 지향점과 자신은 완전히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강국'의 비교 기준이 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세계 10위권 이내의 경제력을 지닌 '자본주의경제강국'인 남한과는 비교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은 국내총생산(GDP) 등의 지표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설정한 사회경제발전의 지표에 따라 발전해가겠다고 한 것이다. '사회주의강국'과 '우리 국가제일주의'가 오버랩 되면서 우리의 대북정책에서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요구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청년동맹 서한은 5개년계획 수행에서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5개년계획 수행에서 청년들이 창조와 혁신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려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5개년계획 수행을 위한 '동맹 사업계획' 수행, 모든 청년들의 인민경제계획의 일별‧월별‧분기별 집행, 청년동맹 조직들의 고무와 방조(협조) 등을 지시했다.
그는 또 "청년동맹 조직들은 따라 앞서기, 따라 배우기, 경험교환운동을 더욱 활발히 벌리는 방향에서 청년돌격대운동, 청년분조, 청년작업반운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 대중운동을 실속 있게 전개하여 경제건설의 각 전선이 청년들의 집단적, 연대적 혁신으로 부글부글 끓어 번지게 하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효과적인 5년'은 사업체계‧사업방식의 전환(경제관리 개선)과 산업구조조정 등에 의한 획기적 발전을 지향하고 있고, '대변혁의 5년'은 주택건설과 지방건설, 산림복구전투 등에 의한 강산의 변모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의 '창조와 혁신의 불길', '집단적‧연대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35년의 '사회주의강국'은 2012년의 '강성대국'과는 다른 면이 있다. 앞의 것은 현실주의적 접근, 뒤의 것은 이상주의적 접근으로 볼 여지가 있다. 5개년계획의 시작년도인 올해는 '경제전환기'의 첫 해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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