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 법무부 장관 주도로 검사징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검사징계법 조항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헌재는 이날 검사징계위 구성과 추천 주체 등을 정한 옛 검사징계법 조항이 검찰총장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각하) 대 1(본안심리)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종석 재판관은 개인적인 이유로 회피해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다. 각하란 소송·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심리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지난해 10월 개정 전 검사징계법 5조 2항 2·3호는 장·차관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징계위원을 장관이 지명한 검사 2명, 장관이 위촉한 변호사·법학 교수·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3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윤 전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정치적 중립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를 청구하자 징계위 구성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당시 윤 전 총장 측은 "검찰총장 징계 청구권자인 법무부 장관은 징계위원도 대부분 임명·위촉해 징계위의 과반수를 구성할 수 있다"며 "장관이 징계 청구를 해 검찰총장이 징계 혐의자가 되면 공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징계 처분이 아닌 징계위 구성만으로 윤 전 총장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률 자체로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헌법소원의 '직접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징계위원 임기가 3년인 점에 비춰 특정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한 법무부 장관이 징계위원의 과반수를 지명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미 다른 장관이 지명한 징계위원의 수가 많으면 징계를 청구한 장관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징계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현재 윤 전 총장이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인 점 등 권리 구체 절차가 보장된 점도 각하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해임·면직·정직 등 징계 처분이 있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국회의원직을 겸한 법무부 장관이 준사법기관인 검찰총장의 징계에 관여하는 경우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본안 심리를 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징계위원 다수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상황은 명백했고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며 "징계처분 이전 단계에서 이미 훼손된 정치적 중립성은 소송으로 회복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 측 손경식 변호사는 재판 직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현재 계류 중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징계처분의 절차적·실질적 위법성을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윤 전 총장을 정치적 중립 훼손, 재판부 사찰 의혹 등을 이유로 직무에서 배제하고 한 달 뒤 검사징계위원회를 통해 정직 2개월을 처분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직무배제와 징계에 대해 집행정지(효력정지)를 신청해 모두 인용 결정을 받아냈고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본안 소송도 현재 진행 중이다.
징계 청구를 놓고 대립했던 두 사람은 현재 대권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 선언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번 헌재 결정은 대권으로 향하는 전 법무부 장관과 전 검찰총장 간 다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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