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조변석개다. 지난 3월말 경에 더불어민주당이 4월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과는 반대였다. 박근혜 탄핵 이후 국민의힘 정당지지도가 민주당을 앞선 조사가 나온다는 것 역시 상상 밖의 일이었다. 민주화 이후 10년 주기의 정권교체론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총선이 대체로 회고적 투표이고, 대선이 전망적 투표의 성향을 갖는다는 일반론이 있지만 고정불변의 법칙이 아니다. 게다가 친문 성향의 스크럼이 미래를 담보하리라는 전망도 지금으로서는 기대난망이다.
한국갤럽의 지난 1~3일 조사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의 주력 지지층인 40대에서 '정권 유지'(44%)보다 '정권교체'(45%)를 원하는 여론이 앞선 결과가 나왔다. 물론 오차범위 내지만 관련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엔 강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원인은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과 내로남불 이슈 등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일 것이다.
두드러진 친정권적 성향의 이성윤 서울지검장의 서울고검장 승진, 정권 친화적 검사들의 주요보직 진출, 정권에 불편한 수사와 관련된 인사들의 좌천 및 한직 보임 등은 포용의 정치와는 거리가 먼 배제의 정치이다. 정치는 배제와 포용, 적대와 경쟁을 넘나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권 관련 수사와 기소 등 특정 이슈에서 공정성 확보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인사가 반복되고 정권 수사 담당 검사 배제가 일상화된다면 이는 단순히 검찰 차원의 문제를 넘게 된다.
전직 검찰총장이 정치참여 선언과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도 없이 퇴임 후 몇 달 동안 지지율 수위를 달리는 현상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치로 내몬 건 지금의 집권세력이다. 2007년부터 민주당 계열 정당은 2016년 총선 전까지 연거푸 네 번의 선거에서 패했다. 이후 박근혜 탄핵 덕분에 2017년 19대 대선 승리를 포함하여 전국 규모의 선거에서 세 번 연이어 승리했다. 당연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시대역행적인 행태에 힘입은 결과다.
그러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으로 표징되는 변화와 쇄신의 내용이 불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이 퇴행적 모습을 탈피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새 지도부 선출 이후 구체적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제1세대의 반공보수와 제2세대 시장보수의 틀에서 '멀쩡한 보수'(우석훈 표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경선 연기를 둘러 싼 당내 갈등도 변수다. 친문 진영이 이재명 지사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한다면 경선연기론이 기폭제가 되어 이 지사 측은 정체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친문과의 관계 개선 등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
민주당 등 집권연합이 정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민주화 이후의 10년 주기의 정권교체론을 깨는 최초의 정당이 될 수 있다. 문제의 진원은 조국과 검찰개혁이다. 집권세력은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4월 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패인 진단을 제압한 친문 지지자들에게 검찰개혁은 화석화되어 있다. 민주당 강성 의원들 역시 이를 금과옥조로 떠받들고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민주당의 집권은 박 정권의 정경유착과 국정농단 등 반헌법·반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적 심판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항상 상대가 실수만 하지는 않는다. 2017년 박근혜 파면과 19대 대선, 적폐수사로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정치지형의 경로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검찰개혁, 친문 등의 정치공학에 의존하려 하는 것은 전형적인 경로의존성 정치다. 재작년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 주류의 행태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감, 국민이 항상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착시에서 비롯한 교만과 무능이 진영논리와 결합하면서 오늘의 집권세력의 위기를 불러왔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현실인식과 진단이 전제된다면 상황은 언제나 가변적이다. 민심은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이는 전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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