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 두 도시의 시장 보궐선거 결과 서울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부산에서 박형준 전 MB정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당선됐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MB정권의 핵심이었다는 점 외에 정책 지향이 유사하고 현 정권의 핵심 정책과 이반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후·에너지·원전 정책에서 그렇고 도시 부동산 개발, 대형 인프라 개발 사업에 대한 관점에서 '복사해 붙이기' 수준이다. 오 시장은 시존 서울시의 태양광 보급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고, 박 시장은 "원전 수출 600조 원"이라는 철 지난 원전 신봉주의에 더해 건축 용적률과 층고 제한을 풀자는 생각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두 도시 행정 수장들의 정책 지향이 그 도시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일 때 도시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두 도시의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새 시장들과 엮인 정책 역진을 막아야 할 부분과 분야에 대해 정리했다. 편집자.
돌아온 오세훈 시장, 서울의 미래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오 시장은 2006년과 2010년 두 번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돼 5년여 동안 시정을 책임진 바 있다. 무상급식 문제로 시장직을 걸었다가 자진 사퇴하였으나, 정치권 언저리에서 선거 때마다 재기를 노리다가 1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오 시장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좋을 리 없을 터지만, 부동산 문제로 화난 민심에 올라탄 덕을 톡톡히 봤다. 지지부진했던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그의 말에 일부 지역에선 열광적으로 표를 몰아줬다. 이번 선거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여러 갈래로 분출되고 있지만, 그것보다 짧으면 1년 길면 5년 펼쳐질 서울의 미래에 근심이 앞선다.
분명히 민심은 부동산 폭등에 화가 났었는데,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폭등세에 기름을 부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하려고 나섰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개최한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 협의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자신의 공약이었던 △용적률 규제 완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세금 감면 등을 실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부동산 세금 제도 개편 등 입법 연계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에 요청할 사안과 역시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에 요청할 사안을 구분해, 공을 민주당으로 넘겼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지만, 재개발·재건축을 고대하는 강남, 목동, 노원 쪽에선 집값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오 시장이 일으킨 부동산 시장의 파장을 긍정적으로 보도하는 등 오리무중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강르네상스 시즌2
오세훈 시장은 선거 운동 기간 마지막 주말 오후 유세 장소로 세빛섬이 있는 반포한강공원을 선택했다. 지난 시장 임기 때 세빛둥둥섬으로 불린 바 있는 세빛섬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사례로 꼽힌다. 세빛둥둥섬은 지난 시장 시절 사업자 특혜 논란, 안전성 문제 등이 제기되었고, 2013년 대한변호사협회가 예산 낭비의 책임을 물으며 오 후보 등 '세빛둥둥섬' 조성 사업 관련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바 있다.
한강르네상스의 상징인 세빛둥둥섬은 한강운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디귿(ㄷ)자 양화대교와 함께 시민들에겐 불편한 기억이다.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시장 시절 대표적 랜드마크를 찾은 것은 자신에 대한 재평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도 당선한 여세를 몰아 지난 임기 중 미처 추진하지 못했던 사업들을 모아 재추진하려는 것은 아닐까.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중 가가호호 배달된 선거공보에 '한강르네상스 시즌Ⅱ, 세계로 향하는 서해 주운'이라고 또렷이 새겨 넣었다.
만약, 실패한 경인운하를 활성화하려는 인천 쪽의 기대감과 서울의 한강 개발을 바라는 기대감이 합쳐진다면, 10년 전과 비슷한 악몽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오랜 숙의 끝에 경인운하의 물류 기능을 장기적으로 폐기하려는 공론화위원회의 결론마저 무너뜨린다면, 한강은 자연성 회복은커녕 돌이킬 수 없는 수렁이 될 것이다.
용산은 마지막 기회의 땅?
오세훈 시장은 지난 2월 4일 용산전자상가에서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을 소개하며 "용산은 미군부대 이전과 용산정비창 부지 등 서울에서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며 용산을 프랑스의 상업중심지인 '라데팡스'처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과거 용산참사의 책임 있는 오세훈 시장이 다시금 용산을 서울의 노른자위에 빗대며 야욕을 펼치는 것이다. 그는 강북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 원인으로 '교통문제'를 꼽으며 교통난 해소를 위해 주요간선도로를 지하화하고 용산공원의 지하에 대규모 로터리를 조성하여 용산을 중심으로 서울을 '대개조'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지난 3월 29일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그는 탄소 감축에 대한 생각을 얼핏 드러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박영선 후보의 수직정원 공약에 대해 비판하며 건물 하나당 5000억 원이 소요된다며 "산이 많은 서울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건축물"이라 평했다. 동시에 "서울에는 산이 많다. 140개 봉우리가 있다. 그 정도 규모로 산소 공급이 되겠냐"고 일갈했다. 어찌 보면 산이 많으니 탄소감축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후안무치' 폐기물 정책
오 시장은 3월 30일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서울시 내 쓰레기 매립 장소가 없어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을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선거 이틀 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선 "폐기물 반입량 감축 정책 시행으로 현 폐기물 매립장 사용이 2028년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매립지 건설은 기피 시설로 신규 입지 선정이 어려울 것이라 현 수도권 매립지 사용 기간 연장을 위해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 생활폐기물 일일 매립량은 △2015년 608t △2016년 680t △2017년 694t △2018년 839t △2019년 970t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 시장이 발언한 매립지 사용 연한 연장은 철면피로 무장한 쉬운 방법이다. 서울에서 대체매립지를 구하기 어렵고 폐기물을 매립할 공간이 없다며 사용 연장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폐기물을 적극적으로 줄이겠다는 다짐을 해야 할 때이다.
일회용품과 포장재 사용을 제한하고 다회용기 사용을 장려하는 등 생산할 때부터 쓰레기가 적게 발생되는 제품을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서울시는 직매립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종량제봉투가격을 현실화하고 전처리 시설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또 지역 분산형 설치로 공공처리시설 확충을 모색하는 것이 마땅하다. 서울시가 '발생지 처리 원칙'을 무시하고 폐기물 매립량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 감량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타 지역민들에게 서울시민은 후안무치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뒷걸음질 치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탄소중립 △전력자립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어떠한 공약도 내놓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 가운데도 기후·환경 공약은 없었다. 선거 기간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정책이 무엇이냐는 서울환경연합의 질의에는 답변도 하지 않았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정책의 목표도, 계획도 없는 후보자가 서울시장으로 당선한 것이다.
서울시 전력자립율(에너지 생산량 대비 소비량)은 전국 최하위권으로 대표적인 에너지 소비 도시다. 서울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충청남도 태안, 보령, 당진에 3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경북 울진의 한울·신한울 원자력발전소와 강릉·삼척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전기를 서울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 송전선로(HVDC)가 건설될 예정이라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3월 한국메니페스토본부가 보낸 정책질의서에 오세훈 시장의 답변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전 시장이 추진했던 정책 과제의 74.6%(171개)를 수정·보완 또는 폐기할 계획이다. 그중에는 9년여 동안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자립을 위해 꾸준한 성과를 축적해오고 있는 태양광 정책사업인 △100만 가구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공공태양광 및 커뮤니티 발전소 확대 △태양광 지원센터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을 폐기하겠다는 선언도 포함됐다.
2012년부터 서울은 '시민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 자립도시 서울'이라는 비전을 수립하여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가는 과정에 있다. 핵심 사업인 '원전하나줄이기'는 2년여 만에 핵발전소 1기 분량에 해당하는 200만TOE 에너지 감축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였고, 그에 힘입어 2020년까지 핵발전소 3기 분량에 해당하는 600만TOE 에너지 감축, 전력자립율 20% 달성, 온실가스 30% 감축(2011년 대비)을 수립하여 2단계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계기로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대폭 전환되어 이 정책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 호응과 정책 공감을 기반으로 많은 성과를 낸 결과는 2018년 12월 기준 518TOE 분량의 에너지를 감축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이는 태양광 보급 등 에너지 생산을 통해 52만t, 녹색건축물보급 등 효율화를 통해 330만t, 에코마일리지 등 절약을 통해 136만t을 감축한 것이다. 2017년 서울시 에너지소비량은 '원전하나줄이기' 이전인 2011년 대비 3.3%, 전력소비량 11.6%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인구 1천만 명의 에너지다소비도시 서울에서 시민들과 함께 이룬 큰 성과이다(권민, 2019). 한 도시의 장이 갖춘 시정 철학을 기반으로 공직자들이 정책 의지와 책임감을 보여줄 때 시민들은 공감하고 참여하며, 자발적으로 확대시켜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고도로 산업화된 도시시스템과 생활환경 전반에서 자동화가 실행되고 있는 대도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주요 축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배출 제로는 전 지구적 사명이다.
20세기에 축적된 온실가스로 인해 21세기는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전 세계는 기후비상을 선언하였고 22세기 이후의 생존을 위해 '2050 탄소중립'을 선포하며 탄소통상, 기후외교가 활발하다. 그러나 오 시장의 관심과 의지는 온통 개발과 건축에만 쏠려있는 듯하다. 꼭 20세기로 회귀하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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