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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진태원 씨, 제13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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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진태원 씨, 제13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수상

[알림] "오늘날 맑스주의적인 비판적 기획이 나아가야 할 지향, 성실하게 사유"

제13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수상자로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비판 없는 시대의 철학>의 저자 진태원 씨가 선정됐다.

일곡유인호학술상 운영위원회는 14일 진 씨의 수상 소식을 알리며 "진태원의 저서는 1980년대에 복원된 맑스주의적 민중 담론이 1990년대 이후 포스트 담론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내재적으로 비판하고, 오늘날 맑스주의적인 비판적 기획이 나아가야 할 지향을 성실하게 사유하고 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5월 16일 오후 6시 한국산문작가회의 사무실(서울 종로구 율곡로 6길 36 월드오피스텔 2층)에서 열린다.

'일곡유인호학술상'은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의 방법론으로 민중적 입장에서 일관되게 '학문과 삶', '이론과 실천'의 일치를 실행한 '일곡' 유인호 선생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일곡유인호기념사업회'와 '맑스코뮤날레'가 공동 주관하고 있다. 2008년 제1회 시상식을 가진 이래 매년 인문사회과학 분야 연구자 1인을 선정하여 학술상을 시상하는 국내 유일의 좌파 학술상이기도 하다.

다음은 제13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선정작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비판 없는 시대의 철학>(그린비 펴냄)에 대한 심사평이다.

제13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선정작 심사평

2021년 제13회 일곡유인호학술상은 진태원의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비판 없는 시대의 철학>을 선정합니다. 민중경제학자 유인호 선생님의 못다 한 꿈과 의지가 후학들에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제정된 일곡유인호학술상은 일곡유인호기념사업회와 맑스코뮤날레가 공동 주관해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학술상 심사위원회에도 유인호 선생님의 꿈과 맑스코뮤날레의 정신에 부합하는 우수한 저서들이 추천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진태원의 저서는 1980년대에 복원된 맑스주의적 민중 담론이 1990년대 이후 포스트 담론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내재적으로 비판하고, 오늘날 맑스주의적인 비판적 기획이 나아가야 할 지향을 성실하게 사유하고 있습니다.

이 저서의 독특한 관점은 '애도의 애도'라는 제목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포스트 담론을 맑스주의에 대한 애도로 규정하고, 그와 같은 포스트 담론의 애도를 다시 애도해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이는 맑스주의와 포스트 담론의 상호 비판적인 새로운 대화를 요청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맑스주의가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착취를 비판하고 국민국가의 내재적인 변혁을 중요하게 사유했다면, 포스트 담론은 공동체의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는 배제를 강조하고 탈국가주의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 신냉전, 포퓰리즘이 만연한 오늘날의 정세에서 기존의 맑스주의와 포스트 담론은 대중들의 새로운 주체화를 고려하는 다양한 보편적 정치를 모색하는 데 실패해왔습니다.

애도에 실패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 우울증(멜랑콜리)입니다. 이 저서는 일부 맑스주의가 기존의 계급론만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사회운동의 흐름에 무심한 경우, 그리고 포스트 담론이 자본주의와 국민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없이 현실의 바깥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좌파 메시아주의'를 우울증으로 규정합니다. 그것은 세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계급이나 메시아가 도래하기를 기다리면서 실제로는 '지금-여기'의 현실을 냉소적으로 거부한다는 점에서 우울증입니다. 이와 같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애도의 애도'입니다. 이 저서는 오늘날의 좌파가 현존 질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급진적인 비판을 재개하고, 자본주의와 국민국가를 변혁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정성을 다해 논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이 저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구좌파와 신좌파의 대립,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대립, 민족주의와 탈민족주의의 대립이 지속되어온 상황에서 맑스주의를 탈구축(deconstruction)하는, 즉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이론적인 과제를 제시합니다. 맑스주의적인 착취와 포스트 담론의 배제를 재결합하고 확장하여, 좌파적인 새로운 보편적 정치와 조직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계급 정치와 대중 정치, 지식인운동과 대중운동이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저서는 오늘날 세계적인 맑스주의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문명사적 이행의 시대에 맑스주의를 혁신하고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내고 있습니다.

이 저서의 또 다른 장점은 저자가 뛰어난 번역자라는 데 있습니다. 특히 알튀세르, 발리바르, 데리다 등 현대 프랑스 철학의 진보적인 저작들을 꾸준히 우리말로 번역해왔기 때문에, 이 저서에서도 포스트 담론과 같은 해외 이론의 무분별한 수입과 오용을 바로 잡고 그 장점과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2019)는 저자의 첫 번째 단독 저서인 <을의 민주주의>(2017)의 후속작으로 그 기획의 이론적 배경과 쟁점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을의 민주주의>에서 살펴본 바 있듯이, 저자는 주로 현대 프랑스 철학을 연구해왔지만 세월호 참사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역사와 현실의 운동을 성찰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글쓰기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간혹 사변적 비판이나 철학적 평론에 머무는 듯한 문장들이 있고, 그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국유인호학술상 운영위원들은 한국적 현실의 모순과 운동에 천착하려는 저자 자신의 변화를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주목합니다.

사실 진태원 선생은 신진 연구자라고 하기에는 이미 많은 연구 성과들을 발표해왔습니다. 하지만 맑스주의에 애정을 갖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젊은 연구자들의 새로운 연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비주류의 길을 묵묵히 감내하며 연구해온 진태원 선생에게 유인호 선생님의 정신이 깃든 이 학술상을 수여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학술상의 수여가 진태원 선생의 비판적 기획이 더 나은 연구 성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지지와 신뢰의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진태원 선생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울러 젊은 연구자들이 한국 맑스주의에 공헌하는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또 분발해주기를 당부합니다.

2021년 5월 16일

일곡유인호학술상 운영위원회 위원장 손호철


▲ 현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진태원 씨는 제13회 일곡유인호학술상을 수상한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외에도 <을의 민주주의>, <알튀세르 효과>, <스피노자의 귀환>,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등을 썼다. 또 자크 데리다의 <법의 힘>·<마르크스의 유령들>, 피에르 마슈레의 <헤걸 또는 스피노자>, 자크 랑시에르의 <불화: 정치와 철학>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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