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대통령에부담 원치 않아" 자진 사퇴, 임혜숙은?

국민의힘 "나머지 후보 면죄부 아니다"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을 받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박 후보자는 13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저의 문제가 임명권자인 대통령님과 해양수산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며 후보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그동안 저와 관련하여 제기된 논란들, 특히 영국대사관 근무 후 가져온 그릇 등과 관련한 논란에 대하여는 청문회 과정을 통하여, 또한 별도의 입장문을 통하여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렸고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도 성실하게 설명해 드렸다"면서도 "그런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 저의 불찰"이라며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오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정과제에 영향을 주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저를 지명해주신 대통령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끝까지 기원하겠다"며 "저를 지지해 주시고 격려해주신 해양수산부 가족들과 국민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그의 낙마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물밑으로 조율한 결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전날 "최소 1명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강력하게 권고해야 한다"고 공개 제안하자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부적격' 대상으로 지목한 3명 가운데 박 후보자가 낙마한 배경에는 여성 장관 발탁 의지가 강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가 과학기술 분야다. 여성들이 진출하려면 성공한 여성들을 통해 보는 로망, 또는 롤모델이 필요하다"며 여성인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낙마 1순위'에 올린 임 후보자가 아닌,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효과가 청문 정국의 출구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한 명의 희생 플라이 볼로 적당히 땜질하고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했다. 여권의 '1명 낙마' 조치를 다른 장관 후보자들 임명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을 처리하기 위한 '정치적 흥정'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필귀정"이라고 박 후보자의 사퇴를 평가하면서도 다른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자진사퇴를 종용했다.

배 대변인은 "'자신의 문제가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박 후보자의 사퇴의 변은 자칫 박 후보자의 사퇴만으로 나머지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달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혜숙, 노형욱 후보자의 부적절한 행위는 박 후보자의 것보다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며 "나머지 후보자들도 국민 앞에 최소한의 염치를 가지고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박 후보자보다 논문 표절, 가족 동반 국비 출장, 위장 전입 전력 의혹을 받고 있는 임 후보자의 결격 사유가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임혜숙, 노형욱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과 김 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곧바로 협조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