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s) 5월 1일자는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곳(the most dangerous place on earth)"라는 제목의 기사로 타이완해협의 긴장을 다루었다. 핵전쟁 위기를 안고 있는 한반도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약한 인상이다.
그렇지만 타이완해협의 군사적 긴장은 미중 사이의 군사적 힘겨루기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일부의 관찰자들에게는 한반도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미중 전략경쟁이 군사충돌로 이어진다면 그 무대는 타이완해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타이완해협에서의 정치적 현상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데 있다. 미국은 1972년 중국과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원칙에 합의하고 1979년 1월 1일자로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타이완의 중화민국과는 단교)한 이후 공식적으로는 이 틀 내에서 타이완 문제를 다루어왔고,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지만 양안관계의 현상을 강제적으로 변경시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특히 1979년 이후 중국은 타이완에게 평화적 교류를 제안하고 일국양제에 의한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타이완은 일국양제를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대륙과의 교류를 점진적으로 개방했고 양안 간 경제 및 인적 교류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양안 교류에 적극적이던 마잉지우가 총통으로 있던 2008년에는 소위 대삼통이 이루어져 양안 간 직접적인 통신, 해운, 항공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다. 2020년 타이완의 대중수출은 1515억 달러로, 대중(홍콩 포함)수출의존도는 43.8%에 달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했던 정치적 현상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우선, 2000년대 들어선 이후 타이완 내에서 "사실상의" 독립을 추구하는 정치세력의 영향력이 계속 증가해왔다.
현재 집권당인 민진당은 창당시 강령에 타이완 독립을 명시한 바 있다. 민진당은 집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식적으로는 독립강령을 철회했지만, 2000년 처음 집권한 이후 타이완의 국가성을 강화하고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을 다각도로 진행했다. 대내적으로는 역사 교육 등에서의 탈중국화, 대외적으로는 다른 국가와의 관방간 교류나 국제기구 참여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중국은 2005년 "반국가분열법" 제정으로 타이완의 독립 움직임을 견제하고자 했다. 여기서 주목을 끌었던 것은 비평화적 방식, 즉 무력을 사용해 통일을 추진할 상황으로 독립세력이 타이완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는 경우, 그런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 사변이 발생한 경우, 평화통일의 가능성이 완전히 상실된 경우 등을 나열한 것이다.
특히 세 번째 경우는 중국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력사용의 문턱을 크게 낮춘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 이후 대륙과의 교류협력에 적극적이던 국민당의 마잉지우가 총통에 당선된 이후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양안관계는 안정적으로 발전했으나, 2016년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총통에 당선된 이후 양안관계는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이 2000년대 초반과 다른 점은 미중 전략경쟁이 시작되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한 반면 타이완의 군사적 방어에 대해서는 모호성을 버리고 적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중단된 타이완과의 고위급 관료 간 교류를 시작했으며, 2020년 10월 6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타이완에게 "미국이 안보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중국 견제에 타이완 카드를 활용하려는 의도와 함께 중국의 군사력이 계속 증강되면서 양안 사이의 군사 균형이 무너지고 중국이 타이완을 무력으로 통일시키려고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필립 데이비슨 사령관은 지난 3월 9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전략 위협이며, 타이완도 중국이 위협하는 목표 중의 하나"라며 "아마 6년 이내에 타이완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내에서는 타이완 방어에 대한 모호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주장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중국의 발언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3월 7일 중국 인민해방군 대변인은 "우리는 최대의 성의로 최대의 노력으로 양안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타이완 분열세력이 조국을 분열시키는 것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무력사용 포기를 약속하지 않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러한 의지를 과시하는 군사훈련도 빈번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누구도 무력 충돌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 후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평화통일의 가능성은 사라졌고 무력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무력사용의 가능성은 타이완의 독립 추진에 한정하고 있다.
미국도 최근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위협에는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도 타이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어느 수준까지 개입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타이완의 차이잉원 정부는 타이완 문제가 국제적 의제로 다루어지는 것은 환영하고 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대륙과의 군사적 긴장을 지나치게 고조시키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타이완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과잉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중국에게는 이 문제는 정권의 통치정당성과 직결되고, 미국은 타이완이 군사적 위협 아래 중국의 영향권으로 편입되는 것을 용인하면 동맹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서로 물러나기 어려운 상황이 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냉전 시기 미소 간에 존재했던 수준의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위한 메카니즘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미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이러한 대립이 직접적 충돌로 이어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미중 간의 군사적 대립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는 협정이나 메커니즘이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우발적 충돌이 전면적 충돌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또한 타이완의 정치적 지위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좁혀지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 미국과 타이완은 계속 중국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수준에서 국제사회에서 타이완의 지위를 제고하고자 할 것이며,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더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유혹에 언제든지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언제든지 타이완해협의 상황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에 두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첫째, 미국이 중국의 타이완에 대한 군사적 공세를 억제하는 움직임에 한국, 그리고 주한미군의 참여를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면 우리도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에 빨려들 수 있다. 과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논란이 가능성의 차원에서 논의되었다면 이제는 현실 문제가 되는 셈이다.
둘째, 타이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북한의 군사적 행동반경을 넓힐 수 있다. 6자회담이 진행되던 시기 미국과 중국이 타이완에서의 이익과 북한에서의 이익을 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었다.
그 때도 가능성이 높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그러한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중국도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북한이 군사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용인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러한 상황은 동북아 정세가 당분간은 더 갈등적 방향으로 전개되고 그에 따라 한국의 안보 리스크도 더 커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타이완해협의 긴장고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결국 타이완해협의 긴장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 점이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되어야 할 또 다른 이유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될 때 타이완해협에서의 군사적 갈등에 한국이 끌려들어가는 메커니즘을 차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진전이 양안관계의 미래에 새로운 비전을 제공해줌으로써 관련 행위자들 사이의, 특히 양안 사이의 불신이 초래한 관계 악화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
* 이남주 교수는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HK+연구단 일반연구원으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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