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0일, 성남에서 오토바이 배달을 하던 50대 배달원이 사망했다. 무리하게 차선변경을 하다가 차량과 부딪혔다. 통상 배달하다, 즉 일하다 사망할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 50대 배달원은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프레시안>에서는 '두 바퀴 배달 인생'이라는 기획을 통해 배달 플랫폼 구조 속에서 속절없이 죽어 나가는 배달원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산재보상보험법은 1964년 시행됐다. 광업이나 제조업 등 노동자들이 사고‧질병 등을 쉽게 당하는 2차 산업이 주를 이뤘던 1970~1980년대보다도 선제적으로 도입된 셈이다. 독일에서 산재보상보험법이 제정된 1884년 당시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공장, 탄광 등에서 일하다 사망해야 했다.
'시대'보다 앞서 도입된 이유는 차치하고, 그러한 산재보상보험법은 국민건강보험(1977년), 국민연금(1988년), 고용보험(1995년)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사회보험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법이 도입된 지 6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우리 사회에 적합한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까.
현행 산재보상보험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나
지난 2018년 6월, 성남에서 배달앱에 속한 배달원 이주성(가명, 당시 53) 씨가 배달을 하다 사망했으나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도로교통법 위반이 이유였다. 배달 중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하다 차량에 부딪혀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근로자가 고의,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이유로 산재를 불승인했다.
노동부는 2019년 8월, '범죄행위'에 도로교통법 위반을 적용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이는 산재 불승인의 근거가 됐다. 이후부터 도로교통법 위반에 의해 사고가 발생해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사례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산재보상보험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지침이라고 지적한다. 산업재해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동희 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는 "단순히 법위반, 범죄행위를 했으니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산재보험을 단순하게 해석해서 적용한다면 누구도 산재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 노무사는 현행 산재보험법이 과거에 만들어진 법인 점도 지적했다. 권 노무사는 "이 법이 제정될 때(1963년)에는 배달 사고가 이렇게 급증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노동 구조가 변하는) 다양한 사항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며 "그런데도 법 조항대로 도로교통법 위반을 '불법행위'로 판단하라는 지침을 내리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재해 불승인 조건이 되는 '불법행위' 범위를 노동부가 현실에 맞게 조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권 노무사는 산업재해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산업재해심사위원회 위원들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권 노무사는 "산재심사위원회 위원들은 의사가 다수고 법률 담당 노무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다"며 "이들에게는 산업재해 변천사나 전문지식 등이 없으니, 단순히 법리적으로만 따져서 '도로교통법 위반은 범죄 행위가 맞다'는 식으로 불승인을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 노무사는 "산재심사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의 지침대로 운영되기에 전반적인 노동 구조를 살펴보는 게 아니라, 사안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느냐만 살펴보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노동 조건 살펴보지 않고 단순 도로법 위반으로 산재 불인정?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업재해의 원인을 도로교통법 위반 등 '직접 원인'으로만 따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산재보험은 국가보험이기에 공공성이 강하다"라면서 "재해 원인을 알아보려면 노동자가 일하는 환경이나 조건 등 간접원인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사망한 배달 노동자를 두고 “과연 도로법 위반이 노동자가 사망한 이유의 100%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하며 예를 들어 "석면 공장에서 일하던 흡연 노동자가 폐암에 걸렸는데, 작업 환경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단순 흡연으로 인한 폐암이라고 판단한다면 원인진단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러한 간접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노동환경 조사 등 원인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며 "그런데 오토바이 사고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고 있어, 이를 밝혀내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성남에서 배달하다 사망한 이주성 씨는 하루 50~60건 정도의 배달콜을 소화했다.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했다. 주말은 물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같이 일했다. 이 씨가 숙소로 지내던 지하 월세 방은 패널로 세워진 가건물이었다. 곰팡이가 퍼져 있는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했다. 한겨울에는 전기난로 하나로 버텼다.
그런 이 씨의 노동 환경과 조건은 살펴보지 않은 채, 단순히 도로교통법 위반만을 적용해 산업재해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오토바이 배달 사고라서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책임일까, 작업환경은 살펴보지 않고 직접원인만 따진 뒤, 불승인을 한 근로복지공단의 문제일까, 어느 날 갑자기 '불법행위'에 도로교통법 위반을 적용하라고 지침을 내린 노동부의 잘못일까.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고 아내는 식당이라는 생활전선에 나가야 했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하루 12시간 일해서 한 달 230만 원을 받는다. 이 돈으로 세 식구가 살아가고 있다. 누가 이들 가족을 이렇게 내몰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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