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취임 이후 약 석 달만에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가졌다. 한일 양국 간 갈등을 보이는 현안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이번 회담이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5일(현지 시각) 한일 외교장관이 런던 G7 외교·개발 장관회의 참석 계기에 회담을 갖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이 서면 교환을 제외하고 일본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포함해 접촉을 가진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한일 외교장관이 전화통화나 서면 교환 등이 아닌 대면 접촉 형식의 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해 2월 뮌헨 참석 계기에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이 회담을 한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외교부는 "정 장관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이 주변국과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이루어진데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반대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장관은 또한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해양 환경에 잠재적인 위협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모테기 외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판결 및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대법원 판결 문제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정 장관은 일본 측의 올바른 역사인식 없이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한일이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은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이 열린 이후 자리를 옮겨서 약 20분 정도로 진행됐다. <연합뉴스>는 정 장관이 회담 이후 현지 취재진에게 "좋은 대화를 했다. 어젯밤에도 모테기 외무상과 오래 얘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일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특정한 현안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정의용 장관과 강창일 신임 주일 한국 대사 등과의 접촉을 피해왔던 일본 정부가 회담 테이블에 앉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번 회담이 양국 간 소통의 물꼬를 트는 시발점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양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에 실질적 진전을 위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앞서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포함해 한미일 외교장관은 50분 정도 회담을 갖고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결과를 공유하며 향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블링컨 장관은 미측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한일 양측에 설명했으며, 세 장관은 향후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3국간 계속 긴밀히 소통·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담은 미국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회담에서는 미국이 새 대북 정책을 이행하여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관련한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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