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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기후체제 리더십을 되짚어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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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의 신기후체제 리더십을 되짚어볼 때

[초록發光] 문재인 정부 에너지기후 리더십의 시작과 끝

지난 4월 22~23일, 지구의 날을 맞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소집한 기후정상회의(Leaders Summit on Climate)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1월에 열릴 글래스고 기후총회(COP26)까지 가는 신기후체제 감축목표와 이행방안 협상 과정에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는 것이다. 파리협정 재가입 조치 이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기후위기 리더십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앞으로 기후대응과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협력과 경쟁의 지정학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고, 한국 정부가 취할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후정의 관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주제가 있다. 기후정상회의에서 환영받지 못한 의제, 바로 화석연료확산금지조약(Fossil Fuel Non-Proliferation Treaty)에 관심이 필요하다. 화석연료를 땅속에 그대로 놔두자는 기후운동 진영의 핵심 주장을 국제조약으로 체결하자는 흐름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파리협정을 포함해 지금 같은 방식으로 1.5도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101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기후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각국 정상들에게 화석연료확산금지조약 검토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파리협정은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직접 규제하지 않는다.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가 결성한 넷제로 생산국 포럼(Net Zero Producers Forum)이 밝힌 순환탄소경제(circular carbon economy) 같은 '선 배출 후 처리' 접근이 들어설 틈새를 막지도 못한다.

반면 새로운 조약은 공급단계에서 화석연료를 체계적으로 등록·통제·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감축에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첫째, 화석연료 신규 채굴 및 개발을 금지한다. 둘째, 1.5도 기후과학을 반영하고, 국가별 기후위기 책임, 각국의 화석연료 의존도와 전환 역량을 고려하여 현행 생산시설을 단계적으로 폐쇄한다. 셋째, 재생에너지 백퍼센트, 화석연료 탈피 경제 다변화, 정의로운 전환 등 전환계획에 투자·지원한다. 이 세 가지 원칙은 탈탄소 국제협력의 기본 규범으로 손색이 없다.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고 있지만, '구' 기후체제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 밴쿠버, 바르셀로나,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지방정부만 화석연료확산금지조약을 승인한 상황이지만, 화석연료 연소를 원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화석연료확산금지조약이 보편화되는 것이야말로 신기후체제를 살리는 정공법이다.

5월 30~31일, '2021 P4G 서울 정상회의'가 열린다.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는 "전 세계 공공·민간 기관의 협력 확대를 통해 녹색성장과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 가속화를 위한 다자협력 네트워크"로 한국, 덴마크, 네덜란드, 베트남,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케냐,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참여한다. P4G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리더십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현 정부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국내 전환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을까.

탈탄소 에너지전환은 누가 집권하든 주요 국정과제로 지속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 시점은 예정대로 후속 계획을 수립하고 추가 정책을 집행하는 것과 함께 정부 집권 평가를 동시에 진행해야 할 타이밍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문재인 행정부는 차기 정부에 남길 유산을 정리해야 한다. 당연히 정부 자체 내부 성찰도 필요하지만, 외부의 비판적 평가가 훨씬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바이든 정권의 국내외 기후위기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나오는데, 그린피스 미국의 보고서(Climate Progress Report)가 흥미롭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기후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선거공약과 정책제안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는 충분하지 않고 아직 부족하다고 결론 내린다.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부분은 50점 중 12점, '그린뉴딜 실행' 부분은 50점 중 18점으로 100점 만점에 30점에 불과하다. 물론 임기가 많이 남아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충분해 점수는 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경우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7년 (탈핵)에너지전환 선언으로 시작해서 2020년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으로 이어지는 정치과정과 정책흐름을 돌아보면, 대체로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뭔가를 계획하거나 발표한다는 인상을 준다. 전환경로의 세부 쟁점도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과 자연보다는 자본과 개발에 친화적인 경로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체계적으로 평가할 기회가 생기면 명확해지겠지만, 현 정부의 전환 수행평가에 후한 점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전체 구상 없이 시작했지만 중간에 손 놓고 있다가 마지막에 달리는 느낌이다. 정치쟁점화를 경계한 나머지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정치의 실종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2017년)와 국가기후환경회의 국민정책참여단(2019~2020년)이 전부인 것처럼 비춰진다. 각종 위원회와 포럼에 참여하는 학계·시민사회 소속·출신의 연구자·활동가의 역할 또한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21대 국회 과반 의석으로 뒷받침될 그 질주의 끝을 성공과 실패 중 어느 하나로 단순하게 규정할 수 없을 것이다. 임기 중기에서 후기로 갈수록 한국사회 자체의 동력보다는 국제사회 거시환경의 압박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웃픈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환연구가 제시하는 것처럼, 진단·분석, 처방·관리, 맥락·과정 등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지지·성과, 시행착오, 저항·고착, 한계·모순, 향후 과제·대안을 풀어낼 수 있다.

'저탄소녹색성장'에서 '창조경제'를 지나 '탄소중립 그린뉴딜' 시대에 들어섰다는 점은 확실하다. 앞으로 정책 브랜드는 바뀌겠지만 기후위기 리더십은 더 강력해져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은 비판적 팔로워십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아가 리더십-팔로워십 관계로 환원되지 않는 시민사회와 지역사회의 커먼즈(commons, 공유) 창출·방어·확대의 권리보장과 역량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난 4년 동안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파트너 국가가 갑자기 부상할 일 없겠지만, 에너지기후 커먼즈의 활성화 또한 정부 집권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끝으로, 5월에 출범할 '탄소중립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기후위기를 막고, 국가 민주화가 에너지 민주화를 가능케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방향을 처음으로 설정한 현 정부의 실정을 두루 살피지 않고서 앞만 보고 간다면 학습 기회를 잃게 되어 '녹색성장위원회'의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는 '살벌한 진실'도 기억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구체성이 결여됐고, 한국 정부의 환경 철학 부재만 드러낸 계획이라고 촌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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