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법이 제정된지 2주 만에 국토교통부는 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김해 신공항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를 신속하게 착수한다는 것으로 내년 3월 내 사업추진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로써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신공항 건설 절차는 공항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전제한다. 이에 따라 신공항 건설이라는 정부방침이 결정되면 건설기술진흥법 상 사전타당성 조사, 국가재정법 상 예비타당성 조사,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상 타당성 평가를 순서대로 통과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전절차를 거쳐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승인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가덕도 신공항건설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공항개발계획을 담고 있는 제5차 계획을 전제하고 있지 않다.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은 "2016년도에 결과가 나오는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동남권 공항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하고 있으며, 16년 공개된 사전타당성검토 연구용역은 "김해에 있는 기존 공항의 수용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밀양 또는 가덕에 새 공항을 건설하는 것보다 건설비용, 이동 시간과 이동비용 측면에서 우선적"이라는 결론과 그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와 무관하게 특별법에 의한 공항 입지 선정이라는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 지난 1월만 해도 제6차 공항개발계획에 가덕도 신공항을 담을 예정이 없다던 국토부는 머쓱하게 계획과는 무관하게 결정된 사항을 반영하게 될 것이다.
당초 사전타당성 조사를 간소화하기로 했던 내용은 특별법에서 빠지게 됨에 따라 정부는 입지선정절차만 생략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는 정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선행 사례인 인천공항과 비교했을 때 인천공항의 경우 입지 선정에만 21년이 소요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사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였다. 또한 입지가 확정된 이후에도 개항까지 11년이 소요되었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김해신공항 사업의 폐기에 관해서는 가덕도신공항법 부칙 제2조가 은근슬쩍 담고 있다. 김해신공항의 경우 영남권 5개 단체장의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하였는데, 이는 영남 일부 지역에 한한 공항에 관한 결정이 아니라 영남권 전체의 공항 개발에 대한 사항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를 백지화하고 새로운 공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절차는 누락되었으며, 신공항에 대한 법이 이미 시행된 이후 행정부가 백지화를 공식선언하는 뒤바뀐 순서로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다.
가덕도신공항법이 가장 비판 받는 지점이 "신공항건설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제7조인데, 예비타당성조사란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우선순위와 적정 투자시기, 재원 조달방법 등 타당성을 검증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예산낭비 방지와 제정운용의 효율성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데, 이에 따라 국가재정법 제38조 제2항은 면제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가덕도의 경우 제10호의 면제 사유를 검토해볼 수 있는데, 이 때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국무회의의 확정이 전제되어야 하며, 기획재정부장관이 예비타당성조사 방식에 준해 사업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예산 등이 확정되지 않아 국가재정법 상의 엄격한 면제조항을 통과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는지 특별법에 무리하여 별도의 조항을 두게 되었다. 게다가 주무부처인 기재부에서도 의견을 밝혔듯이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오히려 예비타당성조사를 철저하게 거쳐 타당성 검증이 필요한 사업이다.
위 사항들에 비하면 사소하지만, 제18조 지역기업의 우대 조항에 우대를 받는 지역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음으로써 공정거래법이나 평등권을 위반할 소지도 보인다. 이 또한 사업이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특별법을 선행한 까닭일 것이다. 제11조 인허가 등의 의제 조항, 제15조 부담금 등의 감면의 규정에서는 개별법의 취지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는 사항들이 일부 포함되었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해양생태도 1등급,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의 훼손이 불가피하며, 문화적으로는 유형문화재와 기념물의 훼손을 감수해야 한다. 감수해야 한다.
이와 같이 가덕도신공항법은 입법이 행정의 영역을 가로채어 삼권분립의 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나고, 국가재정 운영의 원리를 부정한다. 또한 아무리 특별법우선적용원칙이 있다 하더라도 기존의 법 취지를 위협하는 제정은 입법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 또한 타 지역과의 관계에서 평등원칙에 위배할 소지가 있다. 기본권의 측면에서는 가덕도 주민들의 경우 평생 살아온 터전과 삶의 방식을 침해 받는다는 측면에서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 직업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한 정부이기에 사회간접자본의 수립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 전망을 검토하며 신중해야 함에도 현행법 상 마련되어 있는 절차마저 생략하며 급히 추진한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환경권을 비롯한 다양한 기본권 침해를 고민해볼 수 있다. 그러나 가덕도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또는 위헌법률심판의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워낙 전례가 없는 경우일 뿐 아니라, 행정소송을 전제했을 때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하자는 예산 자체의 하자일 뿐 처분의 하자로 보지 않는’ 판례의 입장,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할 대상사업임에도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아니한 하자 정도가 아닌 이상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소극적인 태도 등에 비추어 넘어야 할 관문이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과거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과 지역 활성화의 장및빛 미래를 걸고 이루어진 대규모 개발 사업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지켜봐 왔고, 기후위기에 대한 실감과 그 대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 이것을 반영해 사법부를 촘촘히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방법론을 고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특별법상 예타면제조항은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예타 면제를 할 사항이 결코 아니라는 목소리를 키워가며 압박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부울경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현명할 선택 일지에 관한 시민들 스스로의 심도 있는 공론화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질책과 압박도 꾸준히 필요하다. 세상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한 치 앞이 아닌 더 먼 미래를 시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프레시안과 참여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연재하는 시민정치시평은 이번에 '가덕도 신공항'을 키워드로 두 편의 글을 연속 게재합니다. 지난 2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습니다. 가덕도 신공항과 특별법 자체가 내재한 문제점들이 해결된 것도 아닌데 국내외의 여러 이슈에 밀려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덕도를 키워드로 하는 기사 수가 특별법 통과 당시 주간 865건이었다가 최근에는 200건을 밑돈다는 빅카인즈(BigKinds) 검색 결과 역시 이러한 경향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런 상대적 무관심은 가덕도 신공항에 관련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었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기획연재에서는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들을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1) 4대강 사업 등 기존의 국가주도 대규모 토목사업에 비해 이 이슈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저조한 이유가 무엇인지, (2)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인지입니다.
첫 글로는 김현욱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가 “왜 우리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말하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분석했습니다. 두 번째 그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인 지현영 변호사가 가덕도신공항법의 위헌성을 검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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