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레시안>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역대급 군비증강을 비판하면서 이에 대한 공론화를 주장해왔다. 대규모 군비증강이 김정은 정권의 대남 근친증오의 주된 원인이 되어왔다며,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해서 대규모의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더불어 군비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대대적인 군축은 어렵더라도 적어도 국방비 동결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국방비를 동결하거나 소폭 줄여도 적절한 수준의 군사력 건설이 가능하다고도 덧붙여왔다. 국방비를 절감해 도탄에 빠진 민생 구제에 사용해야 한다고도 호소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군사강국을 향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국방비를 조절해 민생 구제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소수의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대규모 군비증강에 대해서는 '남남일치'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우리 사회와 정치의 가장 큰 병폐라고 하지만, 정작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군비증강 문제에 대해서는 거대한 침묵만이 흐른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아파치급' 헬기 36대를 해외에서 구매하고 해군 소해헬기를 국내 연구개발로 확보키로 했다. 아차피급 헬기는 3조 1700억 원을 투입해 36대를 구매하고 소해헬기에는 85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이미 아파치 36대를 비롯해 헬기 660여 대를 보유한 '헬기 강국'이다. 그런데도 또 엄청난 예산을 들여 헬기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아파치와 소해헬기 도입 사업 배경에는 입체기동작전이 어른거리고 있다. 이 작전은 유사시 "적의 종심지역으로 신속하게 기동하여" 평양을 점령해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중에서 투입되는 공정사단, 지상에서 진격하는 기동군단, 해상에서 투입되는 해병대의 첨단무장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아파치급 헬기와 소해헬기 사업도 이와 맞닿아 있다. 작전 반경 360km, 최대 순항속도 269km, 최대 16발의 헬파이어 공대지 유도탄을 탑재할 수 있는 아파치는 유사시 북한에 침투해 종심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핵심적인 무기이다. 또 소해헬기는 해안에 설치된 기뢰를 탐색·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상륙 작전 지원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군사작전 수립과 군비증강을 계속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방어용"이라고 말해봐야 역효과만 커진다. 그래서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단계적 군축"을 추진키로 하고 9.19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했을 때,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대대적으로 수술했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갔다.
국방정책의 목표는 무엇일까? 전쟁 억제가 가장 기본이다. 그리고 한국은 이미 대북 억제력을 갖고 있다. 억제가 실패하면 방어와 격퇴를 해야 한다. 이 역시 상당한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수준을 넘어 유사시 북한을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사정은 달라진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에는 정규병력 128만 명에 예비병력 762만 명이 있다고 한다. 나는 이게 상당히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북한에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 영토의 80% 가까이가 산악 지형이고 전국토는 요새화되어 있다. 더구나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도 상당하다. 이런 북한을 상태로 유사시 무력 통일을 시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도한 군사적 낙관주의가 전쟁에 투영되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세계 1·2차 대전, 북한의 남침에 의한 한국전쟁과 뒤이은 유엔군의 북진통일 시도,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침공 등이 말해주는 교훈이 있다. 이들 전쟁은 하나 같이 낙관주의로 시작되었지만, "그 결과를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를 낳았다.
그런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평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에 이러한 군사적 낙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계적 군축"은 고사하고 최악의 군비경쟁이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혈세를 탕진하면서 말이다.
담벼락에 대고서라도 호소해야 할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온 국방비 덕분에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올라선 것을 자랑스러워만 하지 말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많은 국민들의 삶을 직시해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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