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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어르고 달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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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어르고 달래다

우리말을 가르치다 보면 의외의 내용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외국인들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한국인들은 단어의 어원이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에서 비롯되었음에 놀라는 모양이다. 오늘의 제목에 들어 있는 말이 그렇다. 예전에 다른 칼럼에서 성폭력, 성폭행, 성추행 등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다. 각각 개념의 차이를 자질별로 분석해서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뜻에서 쓴 글이다. 그 후로 학생들은 성추행과 성폭행의 개념에서 헷갈리는 일은 없었다. 이러한 문제는 완곡어법 때문에 발생하였다. 변소를 해우소라 부르는 것이 바로 완곡어법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도 이러한 예는 많다. 경기가 하락하니까 이를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내보내는 것이 그 대표적이었다. 강간이라는 말이 듣기에 거북하다고 해서 ‘성폭행’이라고 부르는 것도 완곡어법의 한 예이다. 그러다 보니 이젠 강간이라는 말은 거의 사라지고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며칠 전에 ‘어르다’라는 말을 SNS로 나눔을 했는데, 의외로 질문도 많이 들어오고 반응도 좋았다. 그래서 오늘은 오해하기 쉬운 우리말의 어원을 찾아서 분석해 보기로 한다. 향가 중에 <서동요>라는 것이 있다.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의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로멘스로 들리겠지만 사실은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서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어 소문을 먼저 내는 이야기다. 그 노래가 서울(경주)에 널리 퍼져 결국은 신라 왕의 귀에 들어갔고, 왕은 공주가 혼인도 하지 않고 남자와 사통했다는 이유로 궁궐에서 쫓아내게 된다. 그래서 쫓겨난 선화공주를 서동이 쫓아가 만나게 되고 둘이 결혼했다는 이야기다. 그 노래를 보면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어러두고

서동이를

밤에 몰래 안고 간대요

위의 글 중에 ‘남 몰래 어러두고’라는 말은 한자로 하면 ‘사통(私通)한다’는 말이다. 즉 “남들 몰래 서동이와 정을 통하고 있다.”는 말이니 임금이 좋아할 리가 없다. 여기서 유래한 것이 ‘어르다’이다. 흔히 ‘어르고 달래다’라고 하면 “몸을 움직여 주거나 또는 무엇을 보여 주거나 들려주어서, 어린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여 주다.”로 알고 있다. 혹은 “사람이나 짐승을 놀리며 장난하다,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리다.”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성적인 교류를 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말로 ‘계집어르다’라는 말은 ‘장가들다(장인집에 들어가다, 예전엔 데릴사위제도로 사위가 장인집에 들어갔기 때문에 장가 드는 것이다.)’라는 뜻이고, ‘남진어르다’라는 말은 ‘시집가다(여자가 시댁에 들어가다.-여자가 혼인하여 남의 아내가 되다.)’라는 뜻이며, ‘겨집어리’라는 말은 ‘다른 여자와 정을 통하다’는 뜻이다. 이 말들을 자세히 살펴 보면 ‘어르다’라는 말이 ‘혼인하다’라는 말로 알기 쉬운데, 사실은 ‘성행위를 하다’라는 말이다. ‘얼레리 꼴레리’도 여기서 나왔다는 것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어르다’에서 파생된 단어가 ‘어른(나이가 들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성행위를 할 수 있는-사람)’이다. ‘아름답다’는 ‘어른답다’에서 파생된 말로 “성숙하여 아이를 낳을 수 있다.”의 의미였다. 그래서 ‘아름답다’라는 표현은 어린아이에게는 쓸 수 없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신라를 지나 고려시대까지는 성적으로는 상당히 자유스러웠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유학의 영향으로 성은 음성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부끄러운 일이 되었다. 요즘은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중학생 때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 도덕적이나 학문적으로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만 청문회를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남도, 서울, 부산 등 우리나라의 대도시 수장들이 “남 몰래 어르다”가 한 방에 날아갔다. 성은 고귀한 것이지만 때론 멸문의 화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어르고 나서 달래기 전에 자신의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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