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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는 양극화, 재벌개혁, 노동문제 등 '촛불'의 약속을 지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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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는 양극화, 재벌개혁, 노동문제 등 '촛불'의 약속을 지켰나?

[프레시안 books] <다시 촛불이 묻는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여 남았다. 현 정부는 4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에너지가 된 촛불 집회의 성과를 등에 업고 등장했다. 많은 이들이 당시는 현 정부와, 이른바 '촛불 정신'을 동일시했다. 정부도 이를 자인했다. 자신들이야말로 촛불 정신을 따르는 정부라는 자칭에는 '촛불 정신'을 곧 한국 민주주의의 정통성으로 보겠다는-따라서 박근혜 정부 탄핵이 곧 정통성이라는- 함의가 깔려 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촛불 정신'에 맞게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공약은 무슨 성과를 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4년간 발생한 수많은 사건을 되새겨봐야 한다. 예컨대, 그 사이 지구적 기후위는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대전환을 강제하게 됐고,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났다.

이 같은 국면을 배경 삼아 문재인 정부를 되짚어 보는 신간이 <다시 촛불이 묻는다>(동녘 펴냄)이다. 지난 2018년 7월 18일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촛불 정부의 소임을 이행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선언문을 발표한 323명의 지식인이 결성한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기획한 이 책은 해당 네크워크의 대표자 격으로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가 각 분야 전문가의 글을 편저(編著)해 탄생했다.

책은 현 정부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이미 코로나19 위기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뒷걸음질 쳤고, 오히려 불평등 확대를 양산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물론 '반동'도 만만치 않았으나, 그럼에도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재벌개혁, 기후 정의 등의 분야에서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렇다. K-방역은 성공했으나 K-의료는 실패했다. 코로나-불평등-기후의 3대 위기가 겹치면서 한국 사회는 세계적으로는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기후 악당 국가'가 됐고, 내부적으로는 '노동-토지-금융의 고삐 풀린 상품화'가 진전돼 위험이 고착화했다. 대량실업과 불안정 노동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약자들은 자산가들의 지대추구 현상에 억눌려 희망을 잃어버렸다. 한마디로 총체적 실패다.

책은 크게 전환기 한국에 관한 총괄(이병천)-디지털 뉴딜(정준호)-그린뉴딜(이유진)-전국민고용보험제(조돈문)-코로나19 시기 공공의료 위기(전진한)-부동산(전강수)-기본소득 논쟁(정원호)-소득주도성장(황선웅)-재벌개혁(전성인)-재정개혁 문제(강병구)-금융개혁(김태동)-자영업자 위기(김남근)-비정규직(조돈문)-최저임금 인상(김유선)-성평등 이슈(신경아)-공공사회서비스(양난주)-사회보장(김형용) 편으로 나뉜다.

이 중 현재 민심 이반의 결정타가 된 부동산 문제에 관한 대목을 대표적으로 살펴본다. 2018년과 2019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토지자산 배율은 각각 4.3, 4.6이었다. 한국 땅값이 GDP의 5배에 가깝다는 소리다. 영국의 1.5배, 독일의 2.5배 수준이다. 핀란드의 5배, 멕시코의 15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대상 16개국 중 1위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폭발한 부동산 투기 열풍의 결과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크게 네 가지를 거론한다. 첫째, 정부의 몰이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부동산 대수술이 필요한 지경임을 인식하지 못했다(혹은 안 했다). 둘째, 문제가 커지자 정부가 내놓은 '핀셋 규제'가 문제를 키웠다. 저자(전강수)는 "부동산 불로소득과 부동산 투기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토지보유세 강화"라고 지적한다.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토지 가격을 안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본문을 더 인용한다.

"(문재인 정부는) 토지에 대해서는 나대지 등에 부과하는 종합합산토지세율을 약간 인상했을 뿐, 빌딩 부속토지 등에 부과하는 별도합산토지의 세율은 이명박 정부 때와 똑같이 그대로 두었다. 게다가 지방보유세인 재산세는 일절 손대지 않았다. 종부세 최고세율을 6%로 인상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극소수였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정책은 '핀셋 증세', '찔끔 증세'의 전형이었다. (...) 더 심각한 점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배경에 '1주택자는 실수요자,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물론 소수의 민첩한 투기꾼들이 투기열풍을 선도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다수 국민이 그들을 따라 투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 부동산보유세는 투기행위를 징벌하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이 아니다. 사유재산이지만 국민의 공공재산이라는 성질도 갖는 토지를 보유하면서 그로부터 편익과 소득을 얻는 데 대해 대가를 징수하는 것이 보유세다. (...)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일정한 혜택을 받아 누리는 사람들 가운데 한 채를 가진 사람들만 골라내서 대가 납부라는 공적 의무를 면제해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셋째,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부동산 투기를 자극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였다. 연간 10조 원, 총 50조 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 것이 하나고,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 인센티브를 제공해 '투기 꽃길'을 열어준 것이 하나다. 임대주택 등록제가 투기수요를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정부는 신규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세제혜택을 줄이고, 4년 임대와 8년 아파트 장기임대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160만 호에 이르는 기등록 임대주택은 기간만료 때까지 기존 혜택을 보전받는다.

넷째, 주택공급 정책이 투기수요를 자극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며 3기 신도시 5곳(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을 포함해 총 86곳에 택지를 개발해 2028년까지 수도권에 총 127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는 일반상품과 달리, 부동산 시장에는 특수성이 있다. 투기 열풍에 따른 가수요가 발생하면, 오히려 공급확대 정책이 새로운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택 공급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주택공급을 위해 수도권 주변 국공유지를 대거 민간화했다. 공공을 위해 남겨야 할 자산이 투기꾼의 소유물이 되어버리면서, 그만큼 한국 토지의 공공성은 더 떨어지게 됐다.

공공선을 희생해 개별 자산가의 배를 불리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 시기 우리 사회 다른 국면에서도 확인됐다. 공공의료에 손을 놓은 채,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공의료능력 부족이 문제를 키우는 현상은 이미 여러 차례 의료관계자들로부터 지적됐다. 재벌개혁이 뒷걸음질치고, 노동 문제가 더 악화하는 현상에도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저자들은 책에서 도대체 촛불 정신은 어디 갔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한다. 촛불 집회 이후 많은 지식인들이 이를 '항쟁' 혹은 '혁명'으로 칭송했다. 과연 지금도 이 같은 시각은 유효한가. 지금 여기에 무슨 혁명이 일어나고 있나. 한국 사회는 기후위기-기술 혁신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추동하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았으나, 절망만이 커져가는 위기의 시대에 내몰렸다. 충격적인 수준의 저출산 현상은 이를 상징하는 모습일 것이다. 책이 우리 사회가 맞은 주요 이슈들을 되짚어 '촛불'의 정신을 되새기는 이유다.

▲<다시 촛불이 묻는다>(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기획)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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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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