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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말보다 실천이 중요함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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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말보다 실천이 중요함을 알아야한다

[박병일의 Flash Talk]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중략)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작년 5월 6일에 했던 대국민 사과문의 일부이다.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라는 자회사 이름이 눈에 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삼성은 에버랜드 노조 조합원을 부당징계·해고하고, '어용노조'를 설립해 노조활동을 방해하였으며, 2011년 '삼성노조'를 설립한 조장희 에버랜드 노동조합 부지회장을 부당하게 해고한 바 있다. 또한 복수노조가 시행되는 2011년 7월 1일 직전 어용노조를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노조 간부들을 '문제인력'으로 분류하고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하는데 관여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이에 대해 2020년 11월에 있었던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주요 임원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특히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던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무지막지한 탄압이 시작되었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일부 협력사에 대한 위장 폐업이 이뤄지고 조합원에 대한 생계 압박이 이어졌다. 이에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급기야 2014년 열악한 근무 조건과 처우 등을 비판하며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 지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노조의 투쟁이 격화할 것을 우려한 삼성은 시신 탈취를 위해 그의 부친에게 6억 원을 주고 회유하였다. 또한 공권력과 결탁해 장례식장에 경찰 병력 300명을 투입, 이를 제지하는 유가족과 조합원들에게 캡사이신을 뿌리고 강제 연행까지 하며 끝내 시신을 강제로 탈취하는 비윤리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일련의 부적절한 사건들에 대해 이 부회장이 국민들에게 직접 용서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국민 사과 이후 삼성이 정말 달라졌으며, '윤리경영', '정도경영'을 실천하고 있을까?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던 삼성이 최근 연이어 그룹에 설립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노사협의회를 불법 지원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즉, 삼성화재 노동조합은 사측이 노조 탄압을 위해 평사원협의회를 대규모 '어용노조'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평사원협의회는 과거 삼성 측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친(親)사측 참여자들을 설득해 노조 설립 대신 사원협의회 설립으로 유도했던 직원협의체다. 설립 이후 회장단 대부분이 부서장 이상 직급으로 승진하기도 했고 간부들이 사측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아 왔다. 이들은 회사의 요구에 따라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에 동의하기도 하고 임금협상 등에서 사측 기준에 맞춰왔다.

삼성이 고쳐야 할 자세는 비단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정경유착이나 기존 노조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기업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소비자 신뢰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삼성생명은 보험금 지급과 관련하여 암환자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암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선 의사의 의학적 소견 등 객관적 반증을 제시해야 함에도, 약관에도 없는 내부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암환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있고, 이 때문에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제재를 받았다.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불거지고 있는 삼성과 관련된 불과 두 가지 사안만 언급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는 과연 말뿐이었던 것인가 의아하다. 삼성이 도덕적 기업으로 거듭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윤리적 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겉만 번지르르한 진정성 없는 사과보다, 진심을 담은 실천이 동반되어야 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부디 삼성이 도덕불감증으로부터 완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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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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