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경쟁에 임하고 있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이번에는 서로 '내가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해를 감수하고 대승적 결단을 내리는 큰 정치인의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또 한 번의 경쟁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19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늘 아침 국민의힘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고 했더니 해석에 뒷말이 많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경쟁력·적합도 각 50% 반영, 유선전화 10% 반영 등을 언급하고는 "참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것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답답한 듯 회견 중 두어 차례 한숨을 쉬며 "이제 만족하시느냐? 다 수용하겠다",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 다르다면 공식적으로 오세훈·김종인 두 분이 원하는 내용이 무언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해 드리겠다"고까지 했다.
오 후보도 곧바로 입장문을 내어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와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가치 앞에 제가 양보하고 안 후보 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결정을 하려 한다"면서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전화)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의 입장문이 배포된 시점은 안 후보의 긴급 기자간담회가 끝난 직후여서, 안 후보의 수용 입장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는 거의 동시에 나온 개별적 입장 발표로 보인다.
오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을 받아, 1개 여론조사 기관은 적합도, 다른 여론조사 기관은 경쟁력을 조사하는 안에 대해 유선을 제외하고 무선으로 조사하는 것을 제가 양보하고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두 후보는 지난 17일 밤부터 이어진 마라톤 협상에서 제안과 역제안을 주고받으며 팽팽히 맞서왔다. 그러던 중 안 후보가 18일과 19일 연이틀 '오 후보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하자 오 후보는 '뭘 양보헀다는 거냐'며 안 후보 측이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충돌해왔다.
특히 이날 오전 안 후보가 "오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지 3시간 만에, 오 후보는 "말씀만 '수용한다'고 했을 뿐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협상 재개 요청 정도의 내용일 뿐"이라고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오 후보는 특히 안 후보 측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경쟁력·적합도가 아닌 경쟁력 조사를 주장하고 있고 △유선전화 반영 비율을 '10%'가 아니라 '협상해 봐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오세훈 단일화 방식 수용"…오세훈 "말만? 뭘 수용하나")
두 후보가 모두 손해를 감수한 대승적 수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진흙탕 단일화' 출구 모색에 나서면서 협상은 곧 재개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이 요구한 방안을 서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데다 지루한 단일화 협상에 따른 여론의 피로감이 겹쳐 있어 이번 협상은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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