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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도 멈춰선 접경지역, 길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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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도 멈춰선 접경지역, 길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다

[접경지역 바로알기] ⑩ 접경을 너머 평화와 통일로

우리에게 '접경'이란 단어는 낯설다. 현실적으로는 남과 북이 군사분계선이라는 경계로 서로 접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남과 북이 처음부터 갈라져 있던 건 아니었기에 그렇다. 5000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한반도는 다른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자주 분쟁이 일어났다는 것은 1712년 숙종이 세운 '백두산 정계비'에서도 알 수 있다.

한반도의 반쪽에서만 살다가 '삼합'이라고 불리는 중국 길림성의 훈춘 방천에 가서 우리가 처한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3국이 만나는 곳을 본 것이다.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앞 숲은 중국 땅이고, 북한 선봉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작은 다리인 두만강철교가 보인다. 물 건너는 왼쪽은 러시아 땅이다. 우리는 이처럼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대륙으로 나갈 꿈을 잃어버린 채 갈라진 작은 땅에 갇혀 살고 있다는 안타까움에 탄식이 나올 뿐이다.

▲ 방천에서 바라본 3국 ⓒ통일부

남과 북은 분단과 전쟁의 역사보다 훨씬 긴 반만년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있다. 갈라지기 이전의 하나였던 흔적들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다. '실향민', '이산가족'은 우리가 원래는 하나였다는 증거고 다시 하나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일제 해방 후 분단된 한반도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며 체제 대결 속에 대치해 왔다. 그렇지만 화해하고 협력하기 위한 시도도 그치지 않았다. 남북은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사회문화협력 등 많은 사업들을 함께 해 왔다.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사업은 민간차원에서 남북 역사학자들이 합의하여 고려 정궁터인 개성 만월대를 공동 발굴하는 사업이었다.

2007년부터 시작하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였으나 만월대는 남북 공동발굴 사업에 힘입어 2013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광복 70주년인 2015년에는 '남북 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으로 남북에서 각각 특별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분단의 유산인 DMZ를 남과 북이 공동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일찍이 시작됐다. 아직 북한은 참여하지 않지만 DMZ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 7월 문화재청과 경기도, 강원도는 MOU를 맺고 DMZ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DMZ가 품은 자연과 인문환경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평화의 의미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보전·관리·활용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분단은 '선'을 그었지만 연결되어 있는 산과 강은 나눌 수 없었다. 화산 폭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백두산 화산활동 공동 연구와 대책도 시급하다. 남북은 2007년에 공동 연구 관련 협력사업 추진을 합의했으나 실질적인 협력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북한이 2011년 3월 남북 공동연구를 제안한 바 있으니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혀 지속 가능한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장마철마다 문제되는 임진강과 한탄강의 공유수역을 남북의 주민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과 북은 70년 동안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 싸웠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갔고, 길을 냈다. 남북의 정상들은 '금단의 선'을 넘었고, 백두산에 함께 올라 손을 맞잡았다.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했다. 강릉에서 제진역을 잇는 종단철도 동해북부선이 1967년 노선 폐지 후 53년 만에 복원된다. 판문점선언 2주년인 2020년 4월 27일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이 열렸다.

남북한 간에 단절된 철도노선은 4개가 있다. 경의선, 동해선, 경원선, 금강산이다. 남북은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도로 연결에 합의하여 2002년 9월 18일 착공식을 했다. 2003년 6월 14일에는 경의선과 동해선의 군사분계선 상 연결행사를 가졌다. 경의선은 2003년에, 동해선 2005년에 단절구간의 연결이 완료되는데, 경의선은 남북한 간에 27km 정도, 동해선은 남북한 간에 25km 정도의 철도가 연결되어 있다.

연결된 경의선은 열차 시험운행을 2007년 5월 17일 문산-개성역 간, 동해선 금강산역-제진역 간 구간에서 실시했다. 2007년 12월 11일부터 경의선 문산-봉동 구간에 매일 1회 12량의 화물열차가 정기 운행하여 2008년 11월 28일 중단될 때까지 총 222회(편도 기준) 운행하였다.

도로의 경우 경의선은 2003년 초부터 개성공단 개발 준비를 위한 차량 임시통행을 실시했으며, 동해선 도로의 경우에도 2003년 2월 11일 임시도로 개통식을 갖고 금강산 육로시범관광을 실시하였다.

▲ 남북 철도협력사업 구상안(왼쪽) / 2018년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착공식(오른쪽) ⓒ 국토교통부

남북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현대화에 합의했다. 이후 12월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개최하였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단은 11월 30일부터 총 18일간 북한 경의선(개성∼신의주)과 동해선(금강산∼두만강) 구간에 대한 현지 조사를 하였다.

경원선은 1914년 8월 개통돼 용산∼원산 간 223.7㎞를 운행했다. 하지만 1945년 남북분단으로 단절된 데 이어 한국전쟁으로 남북 접경 구간이 파괴됐다. 경원선은 수도권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잇는 최단거리 노선이다.

현재 남한 구간은 철원의 백마고지역에서 끊긴다. 폐역인 철원역과 월정리역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으면 북한의 평강역에 이른다. 증기 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만이 역사의 산 증인으로 멈추지 말고 달리라고 웅변하듯 서 있다.

▲ 연천 경원선 급수탑 ⓒ한국관광공사

접경지역은 물리적 거리만큼 사람들의 관심의 거리 또한 가깝지 않다. 접경지역은 여러 가지 제약 조건에서도 삶을 이어왔다. 북한과 직접 접한 10개 시·군의 단체장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를 만들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옹진군, 경기도 파주시·김포시·연천군, 강원도 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이다.

2008년 4월 28일 출범한 협의회는 접경지역 공동발전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접경지역 지원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등 접경지역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추진해왔다. 규제개혁과 국비지원 등을 위해 국방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에 건의문을 전달하거나 입법을 촉구하는 등 접경지역의 현안해결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접경지역은 한반도 분단으로 생긴 결과물인 만큼 10개 시군만의 작고 외로운 외침이어서는 안 된다.

▲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가 국회 앞에서 평화경제특구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2021.2.2.) ⓒ강원도청

접경지역은 주어진 여건에 좌절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고 날아오르기를 시작했다. 접경지역은 남북을 자유롭게 오갔던 철도와 도로가 연결돼 중국으로, 러시아로, 유럽대륙으로 뻗어나가는 출발선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포천시는 2020년 2월 '국제평화의 도시(ICP, International Cities of Peace)' 가입 선포식을 하고 평화도시로의 힘찬 도약을 선언했다. 통일을 대비하는 한반도 평화관광 거점도시 비전을 내세운 포천시는 국제평화의 도시 일원으로서 전 세계 도시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로 '평화'라는 세계 공통의 가치를 함께 추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포천 국제평화의 도시 가입선포식(2020.2.5.) ⓒ포천시청

연천은 인구 5만명이 안 되는 군사도시 느낌이지만 전곡선사유적지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전곡리안의 가치를 품은 동아시아 허브'를 꿈꾸고 있다. 철원은 '역사와 미래의 고장'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철원의 한 걸음'이 '평화의 큰 걸음'라는 선언에서 평화를 가꾸어가는 철원의 큰 역할이 기대된다. '한반도 통일수도'의 비전은 한반도의 중심에 자리 잡은 접경지역 어디든 품고 있을 것이다.

▲ 도로변의 표지판(왼쪽, 연천군) / (오른쪽, 철원군) ⓒ김효은

'접경지역 바로알기'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접경지역은 그 넓이와 인구, 역사만큼 크고 깊다. 필자가 아는 것은 매우 작은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지만 연재를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명확하다.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이다. 접경지역과 사람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진 채 경직된 틀로 대상화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다른 것을 이해하려는 역지사지가 공감과 동행의 출발점이다.

철원의 한적한 길을 지나다가 '통일 묘목 시범 조림지' 푯말이 꽂혀있는 곳에 내 발길도 멈췄다. 통일의 나무를 키우는 곳이다. 남북 산림협력의 역사가 짧지 않은데도 아직 남북 간에는 통일의 묘목이 쑥쑥 자랄 비옥함이 부족한 듯하다. 우리 마음 속에 '평화의 묘목', '통일의 묘목' 하나 심는다면 언젠가는 바라던 평화와 통일이 울창한 숲을 이룰 때가 올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되기도 하니 접경지역으로 나만의 여행을 떠나보길 권한다.

▲ 철원군 김화읍의 통일묘목시범 조림지 ⓒ 김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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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은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인제대에서 통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새정치국민회의 공채 1기로 정치권에 발을 디딘 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냈다. 접경지자체인 인천광역시 남북교류협력팀장, 경기도 평화대변인을 역임하며 남북관계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남북관계·통일전문가로, 현재 대진대학교 DMZ연구원 객원교수로 있으며 <인천일보> 평화연구원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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