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배달 플랫폼의 성장은 누구의 것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배달 플랫폼의 성장은 누구의 것인가

[인권으로 읽는 세상] 플랫폼의 성장이 기업의 이윤으로만 귀결되지 않도록

배달 분야의 디지털 플랫폼에 관한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매출은 조 단위로 상승하고 있으며, 증권가는 배달 플랫폼의 기업 가치를 매출액보다도 훨씬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눈부신 성장과는 달리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배달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은 함께 웃지 못하는 것 같다. 왜일까?

매개'시키며' 통제하는 플랫폼

배달 플랫폼은 스스로가 소비자와 음식점을, 음식점과 배달노동자를 연결하는 매개라고 말한다. 하지만 플랫폼이 제공하는 매개는 음식점 연락처를 모아둔 광고 책자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배달 플랫폼은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적극적인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이때 이용자는 소비자만이 아니라 생산자와 배달노동자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소비자가 배달 어플을 사용할 때 어디에 배치된 광고를 가장 많이 클릭하는지, 어떤 음식점이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지, 배달 수수료를 얼마로 책정하면 배달노동자들이 잘 연결되는지 등의 데이터는 모두 플랫폼에 쌓인다. 이러한 데이터를 셀 수 없을 만큼 수집한 플랫폼 업체는 스스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거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플랫폼은 다양한 이용자 사이를 연결하는 소극적 매개를 넘어, 이용자들을 매개'시키는' 적극적 주체가 되었다. 매개시킨다는 말은 배달 플랫폼이 소비자가 원하는 음식점을 잘 찾아준다거나 지갑을 열도록 광고를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플랫폼이 시장을 통제한다는 뜻이다.

이제 음식점을 차리려면 배달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은 기본이다. 배달 플랫폼에서도 처음에는 많은 업체를 배달 플랫폼으로 '입점'시키기 위해 비교적 싼 값으로 광고비용과 수수료를 책정했다. 그리고 입점한 자영업자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배달에 필요한 비닐봉투, 물티슈, 숟가락, 젓가락, 포장 용기까지 모든 소모품을 판매했다. 이어 가게 장부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의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메뉴 개발 방법, 홍보 영상 제작 방법 등을 교육한다. 배달 플랫폼이 음식점의 '멘토'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멘토'의 도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영업자가 지닌 영업의 통제권은 흔들린다.

개별 음식점이 모두 같은 광고 상품을 구매하면 어플 내에서 상단에 상호명을 노출한다는 '광고'의 의미는 사라진다. 그럼 플랫폼은 기존 광고의 위치를 하단으로 내리고 새로운 광고 리스트를 다시 상단에 배치하며 조금 더 비싼 값을 받기 시작한다. 그때마다 음식점 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광고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영업자들이 플랫폼 내에서 아무리 홍보 경쟁을 해도 프랜차이즈 업체나 대형 마트가 플랫폼에 입점하면 배달 플랫폼은 작은 점포의 주문 범위를 축소시킨다. 속된말로 그날 장사는 공치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되게 배달 플랫폼은 자영업자들을 통해 수월하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홍보한다. 자영업자들이 배달 플랫폼으로부터 구매한 소모품에는 모두 플랫폼의 로고와 홍보문구가 적혀있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노출하는 게 아니라 배달 플랫폼의 이미지를 퍼다 나르는데 일조할 수밖에 없다. 또한 플랫폼이 운영하는 자영업자 커뮤니티는 개별 자영업자들의 노하우를 데이터로 집적하고, 이는 새로운 자영업자에게 '꿀팁'으로 전수되는 등, 자체적인 레시피 하나 가지지 않은 플랫폼이 '요식업 꿀팁 전수자'를 자처한다. 점포를 홍보하는 비용, 노출되는 위치, 배달 범위와 홍보수단, 장사의 요령까지 모두 배달 플랫폼에 의해 좌우된다. 배달 플랫폼이 확장된 만큼 요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플랫폼의 통제 범위에 놓이게 된다.

경쟁하거나, 강제되거나

배달 플랫폼이 배달노동자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더욱 강력하다. 배달 플랫폼은 배달노동자와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 배달 건별로 계약을 맺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사람들을 진입시키기 위해 현금 살포 수준의 배달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인력 시장'의 풀을 형성했다. 플랫폼으로 모여든 다수의 배달노동자들 사이에서 일감을 잡기 위한 실시간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배달 플랫폼이 정한 비용은 적정한지,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곳인지 등을 따져 물을 틈이 없다. 그나마 지금은 신규 배달노동자에게 한해 15초간 우선 배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경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에 배달 플랫폼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배달 수수료를 결정하니까 배달노동자가 기피하는 주문은 배달 요금이 올라서 보상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수요와 공급' 시스템은 비가 오면 건당 비용을 조금 높이고, 배달이 몰리면 배달 시간을 짧아지는 등 노동자가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배달에 나서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달노동자가 처한 조건은 점차 하락한다.

배달 주문을 받는 방식에 경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달 플랫폼이 개발한 AI가 배달노동자의 위치와 주문의 거리 등을 고려해 배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AI 배차의 핵심은 노동자가 배달 건을 직접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할당받는다는 데 있다. 경쟁 시스템보다도 더욱 배달 주문을 선택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만일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 배달 주문을 거절한다면, 이는 평점 하락과 주문 배당 건수의 감소로 이어진다. 다른 노동자들보다 빨리 배달 주문을 잡기 위한 경쟁으로 뛰어들 것인가, 강제적으로 일감을 배당받을 것인가. 두 선택지 사이에서 배달노동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는 펼쳐지지 않는다. 배달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배달 업무를 수행하고 소득을 올릴 수 있어 보이지만, 정작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어떤 자율도 허용되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자에겐 보호가 아니라 권리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음식을 만들지도 않고, 직접 배달하지도 않는 배달 플랫폼이 디지털 기술의 혁신으로 성장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성장세는 디지털 플랫폼이 음식점 자영업자와 배달노동자를 얼마나 '잘' 통제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플랫폼은 우회하거나 피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사회 구성원의 경제 활동을 일부 플랫폼 기업의 손에 전부 내맡기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디지털 플랫폼의 규칙을 어떻게 정할지 사회적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지금 배달 플랫폼의 경제 활동을 어떻게 규정하고, 이 성장의 몫을 사회에서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디지털 플랫폼과의 협상을 시작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사회적으로 이야기되며 플랫폼 기업과 자영업자들 간의 논의 테이블까지 만들어졌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며 플랫폼 기업의 광고비와 수수료 체계를 논의하고, 플랫폼이 독점하는 정보에 관해서도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불공정 거래 행위 등과 관련한 발의도 이루어졌다. 충분하지는 않을지언정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배달노동자의 상황은 다르다. 자영업자와 달리 배달노동자는 플랫폼 기업과 협상할 주체로 여겨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배달 노동이 현재 한국 사회 플랫폼 노동의 대표적인 형태로 주목받고 있으며, 배달노동자의 실태와 열악함이 여러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도는 노동법의 한계를 말하며,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배달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넘어서지 않는다. 정부 역시 이런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 채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표만을 이야기한다.

배달노동자들이 보호의 대상으로만 위치 지어질 때, 서로 동등하게 마주 볼 수 있는 협상 테이블은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배달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가 아니라 권리다. 경쟁적인 배달 알림 시스템과 강제배차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지 않고, 배달노동자에게 모든 콜이 좋은 콜이 될 수 있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이는 배달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계약의 형식이나 노사 관계 증명과 무관하게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노동자가 맺은 계약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보호 방안을 차등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배달노동자들이 모여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플랫폼 기업을 협상의 테이블로 소환하며, 서로 동등하게 마주 볼 수 있을 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논의는 시작될 수 있다.

플랫폼의 성장이 개별 기업의 성장에 그치지 않기 위해

앞으로는 플랫폼 경제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플랫폼에 대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자는 이야기는 경제 성장을 가로막자는 제안이 아니다. 플랫폼의 확장이 기업에게만 이윤을 제공하며 누군가를 착취하도록 두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열리고 있는 배달 플랫폼과의 협상 테이블들이 중요하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플랫폼 기업과 협의가 주목받는 만큼 '라이더 유니온'과 같이 배달 플랫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플랫폼의 성장이 기업의 이윤으로만 귀결되지 않도록 배달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노동 조건을 거부하겠다는 목소리를 함께 외치자. 이 목소리들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은 <프레시안>과 <비마이너>에 공동게재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