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다수 검사들의 묵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검찰 개혁을 주문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에도 검찰개혁을 계속 추진하라는 지시다.
문 대통령은 8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2021년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사건의 배당에서부터 수사와 기소 또는 불기소의 처분에 이르기까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규정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안착을 주문하면서도 검찰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여당이 주장하는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가장 신뢰받아야 하는 권력기관"이라면서 "검찰권의 행사가 자의적이거나 선택적이지 않고 공정하다는 신뢰를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면서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조정과 공수처 등 입법이 완료된 검찰개혁 안착에 주안점을 두면서도,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권을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는 여권의 목소리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다만 '질서 있는 개혁'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입법의 영역"이라면서도, "입법의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성급한 입법 드라이브를 경계했다.
또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는 큰 뜻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질서 있게 그리고 또 이미 이루어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해 가면서 책임 있는 논의를 해 나가길 당부한다"고 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과도한 개혁 드라이브가 반작용을 불러일으켜 국정에 부담을 준 것을 염두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70년의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새로운 제도가 안착되기까지 현장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검·경·공수처 간 역할분담과 함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경찰을 향해서는 "수사지휘 역량을 빠르게 키워야 한다"면서 "권한이 주어지면 능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공수처에는 "역시 하루빨리 조직 구성을 마무리 짓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외에도 아동학대와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당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불편하지 않도록 안착하는 게 좋다는 대통령님 말씀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을 조속히 안착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의 조속한 안착을 위해 운영지침을 완비하고 검·경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국민편익을 증대시키고 빈틈없이 범죄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또 공판부의 인력과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인권보호 전담부서', '수사협력부서'를 신설하는 등 수사권 개혁법령 시행에 걸맞은 조직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권력기관 개혁을 통해 인권 중심의 형사사법구조를 완성해 국민이 공감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수사·기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어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나라'를 위해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을 신설하여 아동인권 중심으로 형사사법체계를 개선하고, 유관기관과 소통·협력하는 선진적 아동보호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스토킹처벌법' 제정을 추진함으로써 아동과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는 범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하였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수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국민 중심의 책임수사체계로 전환하고, 경찰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심사관, 책임수사지도관, 경찰수사 시민위원회 등 3중 심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자치경찰제는 6월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7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전 장관은 또 행안부가 코로나19 백신접종의 개인별 예약정보를 선제적으로 안내하는 '국민비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3월부터 소방・경찰・해경 등의 협업・소통이 가능한 전국 단일 재난안전통신망을 운영하는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신속한 재난대응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편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당 대표 자격으로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면서 "그동안 노고에 특별히 감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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