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사태 이후 반쿠데타 시위 규모가 100만 명 이상으로 커지자 군부의 강경진압도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최소 20명이 군경의 총탄에 맞아 숨진 데 이어 지난 3일에만 전국 곳곳에서 최소 38명이 사망했다고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가 발표했다. 희생자 규모만 보더라도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최악이지만, 특히 이번에는 머리를 맞아 숨진 사망자가 속출해 군경이 비무장 민간인들을 상대로 조준 사격을 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미얀마의 상황을 전세계로 전하는 소셜미디어에는 미얀마 군경이 저격용 소총을 들고 조준하고 있는 모습, 높은 철탑· 건물에 올라가 시위대를 겨냥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올라오고 있으며, 지난 2일에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경 저격수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냥하고 엎드린 사진과 동영상이 게시되기도 했다. 현장을 목격한 한 한국인 신부는 "1980년 광주를 방불케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희생자 중에는 앞으로 미얀마 시민의 분노를 더욱 폭발시킬 10대 소녀까지 포함됐다.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가한 중국계 미얀마인 치알 신(19)이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한 것이다.
치알 신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상의에는 '모든 것이 잘 될 것(Everything will be OK)'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가슴에는 A형이라는 명찰을 달았다. 이는 자신이 목숨을 잃더라도 의료 자원을 낭비하지 말고 장기를 기증해달라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치알 신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유서로 볼 수 있는 게시물도 작성했다. 그는 "나는 (혈액형이) A형이다. 만약 내가 총을 맞는다면 각막과 다른 장기를 기부해달라"고 적었다. 치알 신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현재 미얀마는 물론 중화권 등 각지의 누리꾼들의 추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국민들은 유엔에 '보호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 보호에 명백히 실패하면 국제사회가 유엔군 투입 등의 강제 조치를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AP통신은 "미얀마 군부의 강경진압 수위가 높아지면서 미얀마의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도 강해지고 있다"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안이 별로 없으며, 3일 미얀마의 희생자가 급증한 것을 계기로 상황에 변화가 올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요청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회의가 5일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AP통신은 "유엔에서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비토권을 행사할 것이 거의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를 포함한 10개국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도 지난 2일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가진 뒤 발표한 성명에서 폭력사태 종식과 평화로운 사태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을 뿐이다. AP는 "아세안은 회원국들의 내부 문제에 대해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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