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은 방어적일까, 도발적일까? 이와 관련해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매우 도발적"이라며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은 "방어적"이라며 계속 실시하는 쪽에 방점을 찍어왔다. 누구의 말이 진실에 더 가까울까?
한미연합훈련은 양국 군사력의 구성 및 작전계획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무기와 장비를 시험해보고 이를 운용하는 병력의 숙련도를 높이며 작전계획의 일부, 혹은 전체를 연습해보는 성격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의 성격은 양국 군사력의 구성 및 작전계획과 함께 바라봐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의 기본적인 목적은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고 억제 실패시 방어 및 격퇴를 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이 기본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점차 공세적이고 도발적으로 변화왔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에 유사시 북한을 군사적으로 점령해 통일을 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때는 1990년대 전반기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이러한 계획은 유지되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8월에 실시된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에는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질서 유지'와 '안정화 작전'까지 포함되었는데, 이는 사실상 유사시 북한 점령을 의미한다. 이걸 두고 "방어적"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및 이와 연동된 연합훈련과 관련해 주목할 것은 2015년에 양국이 합의한 작계 5015이다. 이 작계는 이전에 있었던 5026과 5029 등을 통합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 포착시 선제타격,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 투입 등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5년 8월 27일 국방부의 조상호 군구조개혁추진관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보이면 승인권자를 제거한다는 내용의 '참수작전'을 언급했다.
그리고 이듬해 3월에 한미 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양국군 34만명과 전략 자산 및 첨단 무기들이 대거 동원된 것이다. 훈련의 주된 목적은 작계 5015를 적용하는 데 두었고, 이에 따라 참수작전, 북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탐지-교란-파괴-방어', 평양진격작전 등이 망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도 격렬했다. 선제공격당하기 전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했고, "통일성전" 운운하면서 전쟁이 터지면 "주체적 전쟁 방식"으로 통일을 완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게 과거지사일까? 일단 문재인 정부 들어 참수작전과 선제공격 같은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언급은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이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로 실시했던 연합훈련의 규모와 기간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작계 5015가 폐기되거나 크게 완화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또 있다. 정치적 표현은 완화되었지만, 군사력의 구성은 훨씬 강해졌다는 것이다.
참수작전은 주로 박근혜 정부 때 거론되었지만, 그 군사적 능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구비되고 있다. 유사시 북한 전쟁지도부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임무여단'은 2017년 12월 1일 창설됐고 첨단무기로의 무장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 및 북핵 선제타격의 핵심 전력으로 거론되었던 F-35 40대 도입도 박근혜 정부 때 결정되었지만 도입 및 전력화는 문재인 정부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게다가 경항공모함 탑재용 20대와 공군용 20대를 추가로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전계획 및 연합훈련에는 한반도 유사시 무력 통일까지 추구하려는 목표도 내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에 필요한 개념 및 전력도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증강되고 있다. 미래합동작전개념과 입체기동부대 창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주도한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인 송영무는 "적의 종심지역으로 신속하게 기동하여", "상대의 전쟁수행의지와 능력을 최단 시간 내에 마비 및 무력화시키고 전승을 달성하여 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입체기동부대는 공중에서 투입되는 공정사단, 지상에서 진격하는 기동군단, 해상에서 투입되는 해병대로 구성된다. 유사시 이들을 동시에 투입해 평양을 신속히 점령한다는 것이 미래합동작전의 요체인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대폭적인 군비증강에 힘입어 이들 부대의 첨단무장화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혹자들은 비핵화의 전망은 어두워지는 반면에 북한의 핵 능력 강화는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상기한 내용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대규모 전력 증강에 기반을 둔 국방개혁 2.0을 재가한 시점은 2019년 1월이었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직후이자 2차 북미정상을 앞둔 시점이었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비핵화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다고 하면서 그 비핵화 전망을 어둡게 하는 조처를 취한 셈이다.
한미연합훈련의 성격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작전의 범위가 한국을 넘어 일본, 괌과 하와이, 그리고 미국 본토로까지 확대되고 있거나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이미 미국 본토까지 다다를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력은 주일미군, 괌과 하와이, 그리고 미국 본토에서도 전개된다. 이에 따라 전쟁이 임박하거나 발발시 이들 지역에 대한 방어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는 미사일방어체제(MD)가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과거 한미일은 '퍼시픽 드래곤'이라는 해상 MD 훈련을 실시한 바 있고,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한밀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사드 배치 등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이러한 기류는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존 하이튼 미국 합참차장이 "우리의 MD 능력은 현재 중국, 러시아, 이란이 아니라 분명히 북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대북 MD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한국 및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명언처럼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도 없다." 대북정책 재검토에 착수한 한미 양국이 대규모 연합훈련을 자제하는 것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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