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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보헤미안과 집시와 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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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보헤미안과 집시와 인디언

이번 글은 비슷한 내용으로 오래 전에 기고했던 것인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서 헤매는 것 같아서 강조하는 의미로 보강해서 다시 쓴다.

아침에 친구가 <보헤미안 렙소디>라는 음악을 보내면서 마치 자신이 보헤미안인 듯이 썼다. 보헤미안이란 누구를 말하는가? 보헤미아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보헤미아 사람들은 모두가 집시처럼 방랑 생활을 즐기며 살고 있다는 말인가? 몇 년 전에 보헤미아 지방에 다녀왔지만 그곳 사람들이 그렇게 방랑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선 보헤미아 지방은 ‘중부 유럽에 있었던 역사상의 국가로 현재는 체코의 서부에 해당하는 지방’이다. 엘베강의 상류 지역에 위치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헤미안’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헤미안이라고 할 때는 춤과 노래를 즐기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집시라고 생각한다. 현재에는 사회의 관습이나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다음백과> 참조) 그래서 그들을 집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헤미아 지방에서 방랑 생활을 하며 노래를 즐기던 사람들을 집시라고 부르게 된 것은 프랑스 사람들 때문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들(방랑 생활을 하며 춤과 노래를 즐기는 사람들)이 마치 이집트사람(Egyptian)처럼 생겼다. 그래서 그들을 일컬을 때 ‘이집시안’이라고 했는데, 앞의 ‘E’가 묵음으로 잘 들리지 않으니 결국 ‘집시안’이 되었고, 이것이 다시 변하여 ‘집시’가 된 것이다. 보헤미아 지방에서 노래와 춤을 즐기며 방랑 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보헤미아 사람들이 아니고 이집트 사람도 아니고 실제로는 인도의 펀잡 지방 사람들이었다. 주로 인도 북부 지역에서 기원한 코카서스 인종들이다.(이재운 외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그러니까 이들이 보헤미아 지방까지 진출하여 그곳에서 방랑 생활을 즐기며 살았던 것이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디언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인디언들은 미국에도 있다. 콜럼버스가 미국땅이 인도인 줄 알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Indian(인도사람)’이라고 부른 것이 유래가 되어 우리와 비슷한 민족이 아메리카 인디언으로 탈바꿈하였다.

오호! 통재라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보헤미아(체코)사람은 집시가 되고, 인도 사람은 이집트 사람이 되었고, 미국에 사는 황인종들은 인도사람이 되었으니 이 역사를 누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정작 보헤미아 사람들은 정착해서 잘 살고 있는데, 이들이 마치 유랑 생활을 하는 것처럼 되었고, 콜럼버스가 고국으로 포로로 잡아가서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사람들은 인도사람이 되었다. 역사가 뒤죽박죽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역사는 승리자가 쓰는 것이고, 승리자는 자기들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해석하기 때문에 식민지의 역사에는 관심이 없다. 힘 있는 프랑스 사람들이 인도사람을 이집트사람이라고 하면 그것이 답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초등학교 시험에 “미국을 발견한 사람이 누구냐?”는 문제가 나오면 답을 ‘콜럼버스’라고 써야 한다. 유럽인의 시각(승리자의 시각)으로 세계사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콜럼버스가 미국에 당도했을 당시에는 이미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이 그 땅의 주인이고 콜럼버스는 침략자에 불과했지만 유럽인의 시각으로는 사람같이 생긴 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에 처음으로 콜 씨가 도착한 것일 뿐이다.

오호 애재라!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강하지 않으면 남이 알려주는 대로 배워야 한다. 그것이 답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하나도 맞는 것이 없는데, 그들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것이 답이 되었다. 한때는 일본인의 시각으로 우리나라를 본 적도 있었다. 이제는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의 역사를 보고 세계사를 보아야 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진 세계인들을 우리는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력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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