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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협,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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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협,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것인가?

[정욱식 칼럼] 대중 봉쇄론의 문제점과 대안(3)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 경쟁과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중국-대만 3자 관계의 앞날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대만 해협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1월 20일(이하 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대만의 고위 관료가 초청을 받아 참석하자, 중국은 1월 23일과 24일 양일에 걸쳐 수십대의 전투기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시켜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의지는 바위처럼 단단하며"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러한 긴장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 있다. 대만을 중국의 '하나의 성'으로 간주하면서 대만 통일을 완성하겠다는 것은 1949년 이래 중국 공산당과 인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이러한 숙원은 핵심적인 정체성이자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 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이와 관련해 시진핑은 2019년 1월에 "대만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민족 감정 문제이며, 무력 사용 포기를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을 핵심 이익이자 민족 감정이 합쳐진 중국의 정체성으로 간주할수록 이를 침해한다고 여기는 타자에 대한 배타성도 강해지기 마련이다.

호주 총리를 지냈고 미중 관계 전문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케빈 러드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한다. 그는 <포린 어페어즈> 최근호에 쓴 글에서 중국이 2027년까지 군사력의 현대화를 완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그 핵심 목표는 대만에 대한 미국과의 충돌 시나리오에서 중국이 결정적인 우위를 확보하려는 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권좌에서 물러나기 전에 강압적으로 대만 통일"을 추구할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시진핑은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고도 주장한다. 참고로 러드는 시진핑이 2035년까지 권력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이중 억제'를 추구해왔다.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대만 통일을 시도하려는 것도, 대만이 독립을 추구하려는 것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이후 균형추가 대만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취임 직후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이는 1979년 대만과의 단교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면서 대만을 "국가"로 명시했고 무기 수출도 크게 늘렸다. 세계와 중국 경제의 '탈동조화(decoupling)'의 핵심 파트너로 대만을 삼기도 했다.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해 1월 11일 재선에 성공한 뒤 지지자들에게 지지자들과 기쁨을 함께 하고 있다.ⓒAP=연합뉴스

특히 1982년 레이건 행정부가 대만에 약속한 '6대 보장'을 공식화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대 보장은 △대만 무기 수출 종료의 시한을 정하지 않는 것 △대만과 중국 관계의 중재하지 않는 것 △대만관계법을 변경하지 않는 것 △대만 무기 수출을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는 것 △대만이 중국과 협상에 나서도록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이는 미중관계 정상화의 초석인 '하나의 중국' 원칙과 상당한 긴장관계에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미국 행정부들은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려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6대 보장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중국의 눈에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뒤흔들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국은 또한 대만 방어 전략의 '다자화'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안보회의체인 '쿼드(Quad)'의 제도화와 확대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때 회의체 수준이었던 쿼드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삼겠다며 쿼드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만의 정체성 변화

대만의 변화도 주목된다. 양안관계의 기초는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합의한 '92공식'에 있었다. 핵심적인 내용은 양측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면서도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해석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 독립'을 당 강령에 명시한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연거푸 집권에 성공하면서 '92공식'은 중대 도전에 직면했다. 차이잉원 정부가 독립을 명시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서도 이 공식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민희 <한겨레> 논설위원은 차이잉원이 "'중화민국'으로서 사실상 독립해 있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국제적으로 대만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통일보다는 독립을 지향하는 대만의 정체성 변화에는 인구학적 변동과 중국의 무리수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만인은 청나라 지배 이전부터 거주하던 원주민, 청나라 지배 시기에 대만으로 이주한 본성인, 1949년 국공 내전에서 패배해 대만으로 건너간 국민당 세력인 외성인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대만의 지배층이었던 국민당 세력은 곧 통일이 될 것으로 믿고 자녀를 많이 낳지 않았다. 이로 인해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던 외성인은 줄고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본성인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중국이 홍콩인들의 시위를 강압적으로 진압하고 국가보안법을 강행하면서 대만인들의 반중 정서는 더욱 강해졌다. 많은 대만인들이 시진핑 정권 등장 이후 홍콩의 자유와 민주화가 후퇴하는 것을 보고, 중국-대만 통일시 오늘날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중국이 홍콩에 '일국양제'를 정착·발전시키기보다는 중국식 체제를 이식하려했던 것이 커다란 반작용을 야기한 셈이다.

'강 건너 불'이 아닌 이유

미국, 중국, 대만의 이러한 흐름을 종합해볼 때, 평화적 통일은 희미해지고 긴장과 무력 충돌의 위기는 커지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집착하는 중국과 이 원칙을 흔들고 있는 미국-대만 사이의 원심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만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하지 않는 이상, 중국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대만이 '사실상의' 독립으로 계속 나아가고 미국이 이를 지지하는 추세가 지속되면 대만 해협이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위험한 징후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한 데에는 양안 분쟁 발생시 주한미군의 투입을 염두에 둔 성격이 강했다. 이후에 한미동맹을 지역동맹화하려는 움직임도 커져왔다.

'쿼드'에 참여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미해군의 기항지가 될 가능성도 있고 주한미군 기지가 대중국용으로 돌변할 우려도 있다. 대만 해협의 긴장 고조나 분쟁 발생시 어떤 형태로든 한국이 미국 군사력의 발진기지가 되면, 한국은 미중 충돌에 휘말릴 위험이 커진다.

이에 따라 우리도 미국-중국-대만 사이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를 우리의 문제로 보고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민감한 문제여서 정부가 나서기 어렵다면, 민간이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선의와 진정성을 갖고 당사자들에게 대화를 통한 위기관리와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

중국을 상대로는 오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만약 중국이 무력 통일을 시도할 경우 대만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또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신 추락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추월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미국의 불개입을 보장받을 수도 없다. 하여 무력 통일 시도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활'이라는 중국몽이 악몽으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을 상대로는 미중관계의 초석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언행을 자제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의 핵심적인 정체성은 미국도 인정했던 바이기에, 이를 흔드는 것은 중국의 반미 감정의 원천이 되고 만다.

동시에 군사력과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억제·봉쇄하려는 시도가 중국의 반작용을 야기해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를 격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중 충돌에 한국이 휘말리는 사태는 대다수 한국인들이 바라지 않는 바라는 점도 전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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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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