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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갑질' 종근당, '코로나 상생' 가치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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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갑질' 종근당, '코로나 상생' 가치도 중요하다

[박병일의 Flash Talk]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종*당의 거짓 약속에 하루하루 눈물 속에 살고 있는 **엄마입니다'(1월 23일로 마감)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 글이 올라왔다. 그 청원은 의료기기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업체인 파마바이오코리아(이하 파마)의 대표 방모 씨의 아내가 쓴 것이다.

방 씨의 회사는 종*당과 하도급 관계 계약을 맺고, 독감진단키트를 종*당에만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다. 종*당에서는 독감 피크 시즌에 납기를 잘 지킬 수 있도록 미리 20만 개의 진단키트를 준비해 놓으라고 했다. 이에 회사에서는 대출까지 받아 가며 이를 수입해 놓았으나, 종*당은 코로나19의 핑계를 대면서 갑자기 구매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은행 이자와 손실은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매일이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청원에 언급된 '종*당'은 국내 대형 제약회사인 종근당이고, 사건의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 씨는 병원 등에서 독감을 진단하는 데 사용하는 의료용 기기인 '알소닉 플루'라는 제품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8년 일본 진단키트를 찾던 종근당과 접촉하게 되었고, 종근당은 그들에게만 알소닉 플루를 독점 납품할 것으로 요구했다. 하도급 형태의 계약관계와 진배없었지만, 매출이 거의 없었던 조그만 회사의 입장에서, 대기업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없었기에 그해 9월 제품을 종근당에게만 납품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이후, 종근당은 파마에게 진단키트 30만 개를 납품할 것을 요구했으나, 실제론 25만 개만 납품받고, 사전 협의도 없이 5만 개는 구매하지 않았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남은 물량은 해를 넘겨 물류창고에 쌓아두게 되었다. 그러나 이어 종근당은 2억 원이 넘는 가격에 이르는 진단키트 4만여 개를 공짜로 제공하라고 요청하였다. 회사의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던 파마는 협의를 거쳐 가까스로 4000만 원어치에 해당하는 진단키트 8400개의 무상 제공과 종근당 주최 심포지엄의 경비를 대신 부담하는 것으로 타협하였고, 그 대가로 20만 개의 진단키트를 납품하였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하였다. 2020년 1월 종근당은 파마 측에 독감의 유행에 대비해 20만 개를 추가로 준비해 놓으라는 주문을 하였다. 대기업의 구두 약속을 믿은 파마는 계약서를 쓰기도 전에 제품을 수입해 창고에 보관했다. 알소닉플루는 일본에 주문이 들어가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6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면 파마와 종근당이 맺은 계약서에는 '발주서가 교부된 후 2주 이내에 납품이 완료돼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종근당이 원하는 납품일을 맞추려면 파마는 계약서를 정식으로 작성하기 이전에 미리 물건을 주문해서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종근당은 끝내 발주서를 보내지 않았고, 공식적인 계약서의 미작성을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이 안타까운 사실은 올 4월이면 유통기한이 끝나 제품을 폐기해야 할 뿐 아니라 독점계약이라 다른 업체에는 판매를 할 수도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이를 수입하기 위해 은행에 진 차입만도 약 10억 원에 이르고, 창고 대여료 등 여타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파마는 부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국(小國) 개방경제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늘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고, 이로 인해 엄중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면, 위기 극복과 더불어 한국 경제의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동반성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재계에서도 "이제는 가능성을 가진 중소기업에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힘을 찾아야 한다"면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이 그 시작점이며, 대기업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중소기업도 적정 이윤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종근당은 이 말들처럼 과연 협력업체와 상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지 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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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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