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신시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의 열망
2021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중국 공산당이 덩샤오핑 시기부터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장기적 목표로 제시해온 '두 개의 백년'(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100주년인 2049년) 중 하나를 매듭짓는 역사적 시점이기에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시진핑 체제 들어서부터는 이러한 목표가 기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훨씬 야심찬 국가적 비전으로 전환되었다. 즉 2017년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 보고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바야흐로 '신시대'로 진입했으며,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강대국화에 대한 열망을 과감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모델'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시진핑 체제 들어서 중국 공산당은 경제적 부상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향상에 대한 자신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으며, 나아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통한 '중국의 꿈' 실현을 향후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시대 인식의 이념적 토대 구축을 위해 이전과 달리 '중국모델'을 전면적으로 긍정하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 모델의 우월성을 4가지 자신감(노선, 이론, 제도, 문화)으로 정식화했다. 요컨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모델을 견지함으로써, 세계 강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발전 로드맵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
시진핑 신시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과 체제 경쟁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은 단순히 중국 내부의 발전 전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구식 정치경제 제도와의 경쟁을 통해 향후 중국이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의 개혁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즉 시진핑 체제는 기존부터 강조되었던 중국의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신형 국제관계'나 글로벌 거버넌스의 주도적 개혁과 같은 적극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진핑 주석은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신시대 공산당의 역사적 임무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며, 이를 위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하고, 대외적으로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발휘하여 적극적으로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과 건설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구 중심의 국제관계는 불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의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2016년 중국 공산당 정치국 학습 토론회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의 핵심은 '함께 협상하고, 함께 건설하며, 함께 누리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하며,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를 재편할 필요가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구상은 정치적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설, 미국을 배제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출범 등 보다 구체적인 정치경제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중국은 아시아를 거점으로 새로운 다자간 협력체계의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일대일로'의 유라시아 경제협력 기획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형 국제관계' 건설을 주도하며, 세계적으로 다자간 협력체계를 중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동북아 지역의 정치경제 지형 변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신시대, 미중 갈등과 동북아 지역질서
주지하듯이 동북아 지역질서의 핵심적 변수는 중국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점차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의 갈등 구조의 향방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목도하면서 최근 학계에서는 중국과 미국 간에 헤게모니 경쟁이 심화되어 '신냉전'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도 많이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적 의존 관계나 핵무기와 같은 군사력을 감안할 때, 헤게모니 경쟁이 실제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극히 적을 것이다.
그러나 2018년 3월 이후 본격화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은 표면적으로는 통상무역과 관세를 둘러싼 경제 문제에 집중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체제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헤게모니 경쟁과 체제경쟁이 어느 정도 내장되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즉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와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잠재적 헤게모니 권력인 중국의 급부상이 격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에 있는 미중 간 무역 및 기술 경쟁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지난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 총회에서 있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중국을 겨냥해 "더 이상 미국의 근로자들이 희생되고, 미국 기업들이 속임을 당하고, 미국의 부(富)가 약탈당하고 이전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으며,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사회주의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라는 미 행정부의 정책적 기조와 상통하는 것이며,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모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특히 이러한 미중 관계의 불안정성과 갈등의 심화는 현재 대만과 홍콩 문제,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경쟁, 이념과 가치의 대립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10일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통화에서 드러났듯이 트럼프 시기와 그 양상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미중 갈등 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이 고조되면서 기존의 기술 경쟁과 무역 갈등을 넘어 정치안보적 위기로까지 상황이 격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과 인도·태평양 지역 내 영향력 확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미·중이 서로 상대 영사관을 폐쇄하는 등 극한상황까지 치달았던 경험이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라는 갈등 구조가 향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질서 및 정세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한반도야말로 경제와 안보의 측면에서 직접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영향력에 놓여있으며, 갈등과 협력의 이중적 난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단순히 편승하기보다는, 동북아 역내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대책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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