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여성 문제'나 '여성 관련 사건'이라고 하면 성범죄나 교제폭력·가정폭력 같은 이슈를 떠올린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사회에서,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입장에 있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의지나 잘못과 무관한 이혼 위기 역시 여성 관련 이슈다.
가정에서의 돌봄노동은 여성의 몫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굳이 여성들이 청년 시절 경험하였던 기회 불평등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혼인 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오며 사회생활을 하지 않게 되거나 축소하게 된 경우가 많다. 자녀든 노부모든 돌봄이 필요한 가족구성원이 있는 경우 특히 그렇다. 이런저런 사정들로 여성이 가족을 위해 살아 왔지만 사회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지위에 있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다양하다. 혼인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혼은 사회경제적 활동을 내려놓고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여성의 지위에 절대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남들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참고 사느냐 쉽게 이야기하지만, 가진 입장에 따라 동시대지만 사는 세상이 다르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면,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가정이 무너지는 위기감을 함께 느끼게 된다. 평온했던 삶에 폭격을 맞은 듯 억울해진 입장에서, 원래의 삶에서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만을 도려내고 나머지 삶이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그나마 고통은 덜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배우자의 외도를 알기 전까지 평탄했다고 믿는 삶이 그나마 종전과 비슷한 수준의 평탄함을 유지하려면 부정한 배우자지만 눈감아 주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여러 후유증과 변화를 감수하더라도 부정한 배우자를 도려낼지를 고민하고 방황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꽤 많은 아내들이 결혼생활은 그대로 유지하고 남편은 그냥 둔 채 상간녀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는지 고민한다.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상간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고 남편과 내연관계를 맺었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간통죄가 폐지됐으니 처벌을 구하긴 어렵지만 꼭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상간녀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상 불법행위는 형사상 범죄행위와 등가의 개념이 아니다. 기혼자임을 알고 내연관계로 지내는 것이 범죄가 아니라고 해서 합법적인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관계는 기혼자의 배우자에 대한 위법한 가해행위에 해당한다. 이런 불법행위로 인한 최악의 손해는 이혼이다. 혼인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불륜 관계로 인하여 부부간 신뢰가 무너지는 등 정신적 고통은 존재한다. 그러니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데, 다만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이혼한 경우보다는 낮게 평가된다.
그런데 남편의 불륜을 알게 돼서 상간녀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 전에 위에 열거한 법률 정보 외에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이런 고민은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이지만 그와의 관계가 과거와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닿아있다. 그런데 상간녀에게 하는 소송이니 남편에게 알려지지 않을 리 없다. 상간녀와의 다툼이 법원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부부의 삶과 무관하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혼'이란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경우 당연히 위자료도 많지 않다. 응징의 대가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혼보다 포용을 선택했다면, 우선은 내연관계를 청산시키고 부부관계를 회복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상간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내연관계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이내에만 제기하면 된다. 그러니 당장의 소송이 부부관계 회복에 필요한지를 가늠해보고, 그에 따라 소 제기나 소 제기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한편 바람난 남편으로부터 향후 거꾸로 이혼소송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상간녀 소송이 누가 유책배우자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이력이 되기도 한다.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당시 수집한 증거들은 잘 보관해야 한다. 이처럼 상간녀에게만 소송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간녀에게만 소송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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