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란, 원유 대금 때문에 나포? 정부 "외교적 해결 공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란, 원유 대금 때문에 나포? 정부 "외교적 해결 공감"

미국-이란 갈등 여파 관측에 '정치적 해석' 경계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국적의 선박을 나포해 선원 20명이 억류된 가운데, 정부는 이란 측의 이번 조치는 환경오염과 관련된 기술적 차원에서 발생하게 된 일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주 이란 한국 대사가 접촉했던 이란 외교부의 고위 당국자와 오늘 (한국에서 외교부 당국자와 가졌던) 면담에서 주한 이란 대사도 이번 사건은 단순히 기술적인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란 측은 이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 역시 "이란 측의 반응은 이 사안은 완전히 기술적이 문제라는 것"이라며 "언론에 우리의 원화 자금 활용과 연계해서 (이란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우리 선박이 해양오염 활동을 여러 차례 한 것과 관련해 이란 측에서 고소가 들어와서 사법절차가 개시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은) 다른 것으로 우회하지 않고, 환경오염 저촉되는 고소가 들어와서 (선박을 나포)했다는 입장"이라며 "이와 관련해 양국 외교부 간에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4일(현지 시각) 걸프 해역에서 한국 국적의 케미컬 운반선(왼쪽)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국적 선박 나포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에서는 미국의 정권이 바뀌는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약화시키고 향후 전개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시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한국 국적의 은행 2곳에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이 묶여있는데, 이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이란의 물품 거래를 위해 미국이 예외적으로 용인해준 거래 계좌다. 그런데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하고 대 이란 제재를 복원,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이에 이란은 해당 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왔으며 한국 역시 인도적 물품 거래에 이 자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제반 상황에서 이란이 한국 국적 선박을 나포한 것은 해당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가 핵 합의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교체됐다는 점도 이란의 이같은 행동에 영향을 줬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란 핵 합의를 파기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조 바이든 새 대통령은 본인이 속했던 정부에서 핵 합의를 이뤄냈을뿐만 아니라 핵 합의를 다시 살려놓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미국의 변화에 맞춰 보다 강력하게 협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이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선박 나포 배경을 두고 이란이 환경오염 등 기술적인 측면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다양한 원인 때문에 이뤄졌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에 원화 자금 (동결) 문제를 연계해서 협상, 협의하자는 의도가 있는지에 대해 그건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면서도 "다른 동향과 배경 등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최종건 제1차관이 오는 10일 이란 방문을 예정에 두고 있었을 만큼 한-이란 양국 관계가 원만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술적인 문제에 국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과 인도적 교역의 촉진 및 확대를 위해 노력했는데, 성과가 있었고 이란 측도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한국의 독감 백신을 포함해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수출을 위해 이란과 8차례 교역 확대를 위한 워킹 그룹 회의를 개최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코로나 19 백신과 관련 "이란이 코백스(COVAX)를 통해서 백신을 받으려고 했고 이를 위해 대금을 납입해야 하는데 한국에 묶여있는 원화를 이용해서 납부할 수 있을지를 두고 미국과 다방면의 협의를 해왔고 미 재무부에서 특별 승인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당국자는 "지난해 연말 WHO(국제보건기구) 통해서 국내 제약사가 생산한 독감 백신을 (이란에) 운송하려 했는데 해당 항공사가 미국 제재 대상이었지만 저희가 미국 측과 협의해서 이를 이란으로 실어나를 수 있도록 협조하기도 했다"며 "이란과 좋은 분위기에서 교역이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란 측에 최종건 1차관이 방문해 인도적 교역을 확대하는 논의가 우호적으로 될 수 있도록 그 전에 우리 선박이 풀려날 수 있으면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한 상태"라며 "이란측에 강한 유감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최 1차관의 이란 방문에 대해 최영삼 대변인은 "이번 선박 억류 건과 별도로 오래전부터 양자 간 전반적인 현안 협의를 위해 추진됐기 때문에 한국과 이란 간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 폭넓은 협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선박 억류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연히 관련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선박의 선원들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변인은 "이란 주재 한국 대사가 접촉한 이란 외교부의 고위 당국자는 선원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고 주한 이란 대사도 이같이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선사 측이 해당 선박의 환경 오염의 부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에 해당 선박을 고소한 것과) 관련된 증거, 사실관계 등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고, 최 대변인은 "억류 과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관계나 법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저희들이 유관기관과 협조하에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고, 필요에 따라서 관련 법적 문제도 계속해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