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산업재해 사망자 유가족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해온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정의당 지도부가 강 원내대표의 뒤를 이어 동조 단식에 나섰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4일 국회 앞 농성장에서 "오늘부터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까지 온전한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한 단식농성을 시작한다"며 "강 원내대표가 20일 넘게 단식을 이어오다가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져 단식을 중단한 상황에서, 정의당 대표로서 임시국회가 끝나는 금요일까지 단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25일째 힘겹게 단식농성으로 싸우고 있는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와 끝까지 함께하겠다"면서 "내일 다시 법사위 소위원회가 열리고, 8일이면 임시국회 문이 닫힌다. 그때까지 정의당은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목숨에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을 반드시 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맞이한 연휴 기간에, 가족들이 목숨을 거는 각오로 텅 빈 국회를 지킨 그 시간에 또다시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노동자가 프레스 기계에 끼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같은 죽음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목숨을 걸고 있는데 국회는 겨우 중대재해의 정의를 두고 논쟁을 하다가 연휴를 챙겼다. 노동자들은 죽어 나가는데, 국회의 시계는 왜 이렇게 느린 것이냐"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21대 국회 동료의원들께 묻는다. 새해 연휴 잘 쉬셨느냐? 따뜻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따뜻한 밥 먹으면서 잘들 쉬셨느냐?"면서 "일터에서 참혹한 사고로 자식들을 떠나보낸 부모님들이, 다른 사람들이라도 살려보겠다고 새해 첫날에도 국회 본청 앞 차디찬 돌바닥에서 23일이 넘도록 굶으며 오직 법 제정을 요구했다. 그러한 새해 첫날, 밥이 입으로 잘 넘어가셨느냐"고 꼬집었다.
장 수석부대표는 "'일하는 국회'를 입버릇처럼 외쳤던 21대 국회가 국민의 안전에 대한 희망을 이렇게 잔인하게 방치하며 새해를 맞이했다"며 "그 위태로운 희망을 외롭게 지키고 있는 것은 오직 사람들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유지되고 있는 유족들의 단식"이라고 지적했다.
장 부대표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처리, 당론 채택까지 약속했을 때 국민들은 너무나 간절한 마음으로 그 말을 믿었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께서 '이 법은 초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을 때도 국민은 '이제야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구나'라고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약속은 2020년과 함께 보기 좋게 버려졌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처럼 정의당 지도부가 단식을 이어가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8일까지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8일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올해 국회를 시작하길 기대한다"면서도 "야당의 초당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일각에선 중대재해법에 반발하는 재계의 입장을 고려해 민주당의 법안 처리 의지가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기한을 맞추더라도 후퇴한 내용이 법안에 담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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