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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띄우는 새누리당, 민주당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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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띄우는 새누리당, 민주당보다 낫다

[기자의 눈] 한명숙, '안전운행'인가 '현실안주'인가

민주통합당이 24일까지 94명의 공천자 명단을 발표함으로 전체 지역구의 40% 가량에 대한 출마자를 확정했다. 24일 54명의 명단은 현역 의원, 전직 의원이 대다수다. 화제 거리가 될 만한 인물이 몇 있다.

이용희 의원의 아들인 이재한 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 지역구를 물려받은 세습논란, 저축은행 파동에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이나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이 '현격한 경쟁력 차이'로 공천장을 딴 '화제의 인물'들이다.

한명숙 체제의 특징인 답답할 정도의 '안전운행'이 이날 공천자 명단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중평이다. 어쨌든 끊임없이 변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박근혜 체제의 새누리당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다선 의원 아버지 지역구 물려받은 아들' vs '동네 여고 학생회장 했던 화물차 운전수 딸' 구도다. 뭔가 거꾸로 됐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민주당에는 아버지 동네에 공천 신청 해놓은 사람들이 아직 수두룩하다. 김상현, 정대철, 노승환 전 의원 아들들이 공천장 기다리고 있다.


이준석보다 '정치적 스펙' 훨씬 더 좋은 손수조

▲ 새누리당의 '신데렐라'로 떠오르고 있는 손수조 예비후보ⓒ손수조 예비후보 블로그
공천경쟁을 뚫어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손수조 예비후보는 벌써 새누리당의 신데렐라가 됐다. "20대 비상대책위원을 뽑겠다"는 공언 이후 '하바드 대학 출신 유승민 의원 친구 아들'이 등장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5톤 화물차를 모는 아버지와 보험설계사를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큰 딸로 사상구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온 손 후보의 '스펙'부터가 정치적으로 보면 이준석 비대위원 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매일매일 선거 일기를 쓰고 있는 손 예비후보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면 꽤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까진 유일한 수행원이자 핵심참모인 남동생을 데리고 동네를 누비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앞에 놓고 남매가 전략회의를 하거나 지역구 행사에 참석해 음식이라도 얻어먹으면 "아싸 한 끼 굳었다"고 해맑게 웃는 모습, '엄마밥이 최고'라며 어리광 피우는 모습, '내 연봉 3천 만원으로 선거 뽀개기'라는 제목으로 공개하는 선거 가계부를 보고 인상 찌푸릴 사람이 누가 있겠나.

"저는 사상구의 대표적 학교인 덕포여중, 주례여고의 학생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 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반장을 역임하며 변함없는 신뢰와 동기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로 시작하는 자기소개서를 보면 '아직은 좀 더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긴 하지만.

8년 만에 다시 나타난 '부산의 딸'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손수조 예비후보는 굴러온 복덩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이런 저런 청년정치캠프를 열었지만 이력서에 한 줄 쓰거나, 극우 성향의 성명서에 이름이나 걸치던 20대에게 실망하던 차에 똘망똘망한 신인이 제 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굴러온 복을 걷어차지 않았다. 보수 언론이 먼저 집중적으로 조명하긴 했지만 정홍원 공천추천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극찬을 했고 이제는 언론의 여론조사 대상으로 까지 올라가 있다.

손 예비후보를 보면 부산 연제에서 공천장을 따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의 8년 전 모습이 떠오른다. 신한국당 사무처 공채 출신인 김 전 대변인과 손 예비후보를 수평 비교하긴 어렵지만 유사점이 꽤 있다.

탄핵 후폭풍이 강하게 불었던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이 공천 개혁을 위해 도입한 공개 면접 토론에서 김 전 대변인은 워낙 야무지게 답변을 해 지역구 현역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따내 내처 금뱃지까지 달았었다. 17대 최연소 의원이었던 김 전 대변인은 당선 다음 해 국회에서 오랜 연인이던 대기업 직원과 결혼식을 올려 또 한 번 화제의 주인공이 됐었다. 8년 만에 또 다른 '부산의 딸'이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고, 새누리당은 복덩이를 확 끌어 안고 있는 것이다.

日 민주당 오자와의 '미녀 자객' 떠오르는 손수조 마케팅

'손수조 마케팅'에선 지난 2009년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 대행의 '미녀 자객'도 오버랩된다. 연립여당이던 자민당과 공명당을 일거에 몰락시켜 일본 정치의 방향을 바꿔버린 당시 총선에서 오자와는 양당의 실력자들에게 젊은 여성 닌자(자객)들을 대거 표적 공천했다.

나가사키 2구에서 10선을 노리던 자민당의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을 꺾고 국회에 입성한 후쿠다 에리코는 국가를 상대로 C형간염 치료제 피해 소송의 원고 대표를 맡아 승소한 시민 대표 출신으로 당시 28세였다. 도쿄 12구에서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 대표를 퇴출시킨 아오키 아이는 가수이자 아나운서 출신 여성이었다. 자민당의 원로로 전직 총리인 모리 요시로와 후쿠다 야스오는 간신히 당선됐지만 풍속점 전문 르포라이터 출신의 30대 민주당 의원 여성 비서와 후지티비 여성 아나운서 출신 후보와 시소 게임을 벌여 톡톡한 망신을 당했다.

손수조 예비후보를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로 내세워서 진다고 해도 새누리당은 손해볼 것이 하나도 없다. 머리 허연 문 후보가 똘망똘망한 딸 같은 손 후보와 맞상대 하는 것 자체가 그림이 된다. 손 후보가 선전을 벌이면, 새누리당의 젊은 아이콘으로 삼아 대선 때도 주요 포스트에 배치할 수 있다.

한명숙 '인재영입위원장'은 뭐하나?


'미녀 자객'까지야 아닐지라도 상대방 중진들에게 신인들을 과감히 표적 공천해 총선을 전면적 심판의 장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사실 민주통합당의 책무다. 그런데?

한명숙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지만 신경민 대변인이나 몇몇 검사 출신들 영입이 반짝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뿐이다. 김두관 지사나 박원순 시장의 입당이 정치적으론 의미 있지만 세 불리기 이상의 느낌을 주진 못하고 있다. '슈스케' 방식의 청년비례 경선은 아직 일정이 남긴 했지만 김이 빠지고 있다.

오히려 새누리당 쪽에서 깜짝 카드가 더 남았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 나온다. 경영학자이지만 기업계는 물론이고 IT, 과학기술계, 벤처업계에도 발이 넓은 조동성 비대위원은 이미 157명의 전문가 리스트를 비공개로 당에 제출했다. 이 중에선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이 추천한 인사만 56명이다.

평소 별로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 같진 않지만 "나도 전자공학과 출신이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나아가 대선까지 어떤 방향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할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최근 "(새롭고 참신한)사람이 없다.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공천신청자가 차고 넘치는데, 정당지지율도 앞서고 대선주자 지지율도 날로 오르는데 왜 그럴까? 이번 총선에 나서는 민주통합당의 한 인사가 답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가 몸이 너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챙겨야 될 사람이 너무 많다. 한 대표는 착하고. 아직 집권도 못 했는데"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만 굳게 믿고 있는 민주통합당과 온갖 머리를 쓰면서 안간힘을 쓰는 새누리당의 대결이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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