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시대의 변화는 정체사회, 비대면사회, 홀로사회, 감시사회, 무인사회라는 사회적 정경을 자아냈다(김문조, 2020). 비대면 시대를 맞아 교육계에서 격차와 소외, 교육의 불평등이란 주제는 이제 어색하지 않은 화두가 되었다. 다수의 조사연구와 통계를 봐도 격차가 점점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또 우려한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이런 일련의 도전에 대한 유력한 응전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이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적으로 교육계에서는 원격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학력 격차의 심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교육 부문의 쟁점은 '유네스코 세계 교육 현황 보고서(Global Education Monitoring Report: GEMR, 202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4월 기준으로 185개 국가는 휴교를 단행했고, 학생의 91%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업이 중단되어 학교에 가지 못했다. 최빈국의 40%가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학습자를 지원하지 못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아동, 청소년, 청년 5명 중 1명이 교육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고,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격차와 디지털 격차는 취약계층을 학습 손실과 중퇴의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원격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원격교육의 여러 요인들로 인해 모든 아동과 청소년의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응에 취약한 아동과 청소년은 소외, 배제, 격차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국제기구의 연대와 지원의 일환으로 유네스코에서는 2020년 '세계교육연합(Global Education Coalition)'을 조직해 유엔, 시민사회 단체, 기술 파트너의 참여, 공공 및 민간 파트너의 전문성을 활용해 국가가 혁신적이고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구현하고 원격교육을 제공하는 데 하이테크, 로우테크 및 노테크 접근 방식을 혼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격교육 환경에서 1등급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차이가 크지 않은데, 중위권 성적이 하락되며 하위권이 증가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학교 중심의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수업 일수의 축소, 원격수업 지원의 어려움, 교사·친구와의 상호작용 학습의 어려움에 따른 '학습 결손'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것이다. 원격학습에서 나타난 학습격차는 개별화된 학습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장애인이 경험하는 어려움
올해 11월 유럽연합이 발간한 '통합 유럽(Inclusion Europe, 2020. 11)' 보고서에서 UN 사무총장인 안토니오 구테레스는 "Covid-19 대유행은 세계 10억 명의 장애인이 경험하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2020년 유럽연합 국가들이 코로나19가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감염증 위기에 더욱 취약한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데 의의가 크다 하겠다.
이 보고서는 유럽 국가들이 교육·고용·정보와 상담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에 대한 방임·분리·차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지적장애인은 코로나 바이러스 봉쇄 기간 동안 학습·발달을 계속할 수 없었다. 학교는 문을 닫고 온라인 상태여야 했는데, 지적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학습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학교가 재개되었을 때도 일부 장애인은 허용되지 않았고, 아동과 가족이 두려워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의 발달에 극단적이고 상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습을 중단한 장애 아동의 잠재적 퇴보를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이탈리아의 경우 지적장애·발달장애 학생은 적절한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원격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폐쇄 이전에 이뤄놓은 모든 진전을 놓쳤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학생과 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웹 사이트에 읽기 쉬운 형식의 문서와 증강 커뮤니케이션 버전으로 전용 공간을 만들었다. 프랑스는 온라인 학습이 시행되었지만 많은 지적장애 아동은 필요한 디지털 도구가 없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애를 지원하는 조직들은 지적장애 학생들에게 디지털 지원을 제공했고, 간병인, 교육 게임, 동요, 언어치료 활동, 당일 계획과 같은 다양한 교육 자료를 공유했다.
국내외 장애인 원격교육 운영 사례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원격교육 활용 국외 사례 분석'을 보면,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미, 유럽 등 총 10개 국가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가 소개돼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디지털 기반의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교육 플랫폼을 활용해 교사가 직접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자료를 활용해 실시간 혹은 비실시간 유형의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특별 지원으로 취약계층에게 인터넷 접근성과 학습 장비·기기를 보급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돌봄을,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특별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휴교 기간 중에 원격학습을 통한 '자택학습' 못지않게 돌봄·보건·급식 등에 대한 대책을 중요하게 진행하고 있다. 가령, 휴교 중에도 가정에서 혼자 지내기 어려운 아동들에게 교실을 이용한 보호와 함께 희망자를 대상으로 학교 급식실을 활용해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특수학급 학생에 대한 학교의 지속적 보살핌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 학생 원격교육을 살펴보자. 온라인으로는 장애 학생의 특성에 맞는 '개별화 교육'을 실시하기 어렵고, 집중력에 한계가 있어 학부모의 지원 없이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학습 결손이 발생한다. 컴퓨터조차 켜기 어려워하는 장애 학생들에게 비장애 학생 중심의 교육 방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특수교사는 현장에서 학생과 교감하며 수업의 내용과 방법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주입식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교사와 장애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어려워 자립성·사회성을 익히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장애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보다 섬세한 맞춤형 학습안전망의 구축이 필요하다. 원격수업 환경에서 장애 학생이 직면하게 될 어려움은 다양하다. 우선 수업을 위한 플랫폼 접근성을 장담할 수 없고, 강의 전반에 수어 또는 자막이 삽입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수업에 필요한 고가의 보조기기를 가정에서 사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중도중복장애 학생의 경우에는 수업을 듣는 과정을 스스로 조작하기가 힘들다.(<에이블뉴스> 4월 1일 자)
발달장애인의 원격교육과 학부모의 어려움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는 24시간 돌봄에 대한 부담도 가중되고, 교사 역할까지 해내야 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비대면 원격수업 형식의 학습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폐성 장애와 같은 발달장애인은 '루틴'(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일과 및 일정)이 중요하고,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또 개개인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개별화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가령, 자폐성 장애 아동은 만화와 광고 등을 한 구간만 반복적으로 보는 성향이 있는데, 이를 제지하거나 개입하면 자해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동영상 강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경우, 로그인하고 동영상 콘텐츠로 넘어가면 장애 아동이 창을 닫아버리기 일쑤라고 한다.
결국, 학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를 가르치다 보면 언성을 높이게 되고 그동안 쌓아온 서로에 대한 관계가 서서히 어그러지게 된다. 벽을 두드리고 치는 상동행동이 치료실과 학교에 다니면서 많이 누그러졌는데, 코로나19로 집에 있다 보니 더 심해지기도 한다. 집에서 아무리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생활의 패턴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호소가 나온다.(<비마이너> 4월 17일 자)
발달장애 학생의 학부모는 자녀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 재학 중인 경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료를 보는 것 정도이고, 맞춤형 원격수업은 언감생심이고,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은 원격수업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또 긴급 돌봄이나 대면 교육도 모든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지원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발달장애 학생들은 규칙적인 생활에 안정감을 느끼는데, 매일 학교에 가던 일상이 깨지면서 심리 상태가 공격적 패턴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부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이다.(<국제신문> 8월 30일 자)
학부모는 원격수업 시 자녀 옆에서 학습을 진행해야 하므로, 학생의 학습이 아닌 학부모의 교육이 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 교사들의 수고로 제작된 교육 콘텐츠 인터넷 동영상이 도움반 네이버 밴드를 통해 교통안전 교육이나 국어 수업 등에 올라오지만, 동영상을 실행하고 보는 것은 고스란히 학부모의 몫이 된다. 자녀가 프로그램을 혼자 열 수조차 없거나 문제 행동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 학부모들은 한시도 떨어질 수가 없기 때문에 지쳐가게 마련이다. 학교에서 과제를 내주면 학부모들이 결국 자기 몫이 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원격교육,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 '학습 콘텐츠 활용 수업', '과제 중심 수업' 등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학교에서 적절한 방식을 선택해 운영하도록 했다.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활용이 가능해 초기 사용률이 높았던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는 교사 제작 동영상에 대한 용량 제한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더불어, '학교 교육 플랫폼' 이슈로 학생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점, 출석 체크 후 카메라나 마이크를 끈 채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네트워크 연결 끊김 가능성을 핑계로 간헐적으로 수업에 불참하는 학생, 카메라 렌즈의 사각지대에서 다른 활동을 하는 학생 등에 대한 관리 지침과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에듀테크 기업들 중 일부는 눈동자 시선 추적(아이 트랙킹: Eye-Tracking) 기술 등을 활용해 '수업 태도 관리' 기능을 디지털 교육 플랫폼에 추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과도한 통제·감시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어진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제 학생의 자율성이 교육적 관점에서 얼마나 생산적 활동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학생들의 자율성이 학생과 교사 간의 통제·감시 지향적 관계에서 벗어나서 교육적 관점에서 생산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또한 온라인 수업에 참여 중인 교사와 학생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자료를 공유하며, 음성, 문자 채팅, 화상 채팅의 제스처로 의사소통을 진행하기 때문에 상호작용이 원활해야 한다.
장애 학생을 위한 원격교육의 향후 개선 방향으로는 우선 수업의 질적 개선을 위한 학습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온라인 수업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윈도우가 탑재된 태블릿 또는 PC만으로 교사와 학생이 원격제어를 통해 같은 자료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교육 환경에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축·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애의 유형에 맞도록 앱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하고, 자폐학생에 맞는 구간 반복 방지 앱 혹은 발달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VR 학습콘텐츠 등도 필요하다.
장애 학생 유형과 특성에 따른 수어와 자막 삽입, 공학기 대여 등으로 정보화 기기를 지원하고, 재난 상황이 또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장기적으로 특수교육의 원격수업 정착을 위한 시설 및 환경 조성과 정보화 장비 지원이 필요하다. 또 실제 곁에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활동보조인 지원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지적장애와 같은 발달장애 학생의 교육 방법으로 생태적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대면이 불가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교육 방법은 목표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데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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