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평화네트워크라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정욱식이라고 합니다. 서욱 장관님께서 주재하신 '2020년 연말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 소식을 듣고 몇 말씀 드리고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장관님과 장군님들께서 코로나19 확산 및 전례 없는 민생 위기 시대에 국방부와 군도 조금이라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고통 분담에 동참해주실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회의 결과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국방개혁 2.0'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일찍이 정도전 선생은 나라에 먹을 것이 부족하면 백성부터 먹이고 그 다음은 부하를 먹이며 장수는 제일 마지막에 먹어야 한다고 일갈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5성 장군 출신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만들어진 모든 총과, 진수된 모든 전함과, 발사된 모든 로켓은 궁극적으로 굶주려도 먹지 못하고 헐벗어도 입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것"이라며 '안보의 경제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군의 현실은 어떠한지요? 국방부는 사병들의 급여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고 적극 홍보합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불쌍한 우리 사병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국방비를 올리는구나"라고 여깁니다. 저 역시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하고 더 올려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장군님들의 급여와 각종 혜택에 관한 정보는 좀처럼 접하기 힘듭니다. 국방부의 보도자료에는 사병 급여 인상은 굵은 글씨로 강조되어 있으면서도 장군들의 처우에 관한 정보는 한 줄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어렵게 자료를 구해 사병과 장교 급여를 비교해봤습니다. 33만 명의 사병 전체의 인건비는 약 2조 2000억 원이고 7만 명의 장교 전체 인건비는 약 4조 5000억 원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체 병력에서 사병이 차지하는 비율이 62%인데 인건비는 17%이고, 장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13%인데 인건비는 35%에 달하는 셈입니다.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장군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장교들의 인건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국가안보를 위해 봉사하는 장군님들께서도 당연히 합당한 대우를 받으셔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누려온 특혜가 너무나도 크기에 그 특혜를 줄일 필요는 있습니다. 이는 2018년 8월에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께서도 강조하셨던 부분입니다. "장군을 1명 하는 것하고 군무원 2급을 같이하는 것하고는 국가 예산이 1년에 한 1억 700만 원 정도 더 들어갑니다. 그런데 연금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길게 됩니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무기와 장비 관련 예산 낭비는 더욱 심각합니다. 장관님과 장군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듯이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막대한 국방비를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세계 12위로 평가받았던 우리나라의 군사력은 올해 세계 6위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30년 동안 800조 원 가까이 국방비를 쏟아부으면서 축적한 무기와 장비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내놓은 계획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 해질 정도로 무기 구매 목록이 넘쳐납니다. 갖고 있는 무기를 잘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무기를 계속 사들이겠다는 과욕이 넘쳐납니다. 육해공 전력을 '합동전력'의 관점에서 판단해 과잉·중복 투자가 없는지를 살펴야 할 안목은 육해공 나눠먹기와 배불리기에 쏠려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군비경쟁은 북한 및 주변국들을 상대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육해공 사이에서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젠하워의 말을 다시 인용하지 않더라도 무기는 결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미 7000개를 넘긴, 그래서 국방부 스스로도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미사일 전력을 계속 증강할수록 추락하는 민생을 구제하는 데에 쓰여야 할 소중한 자원은 줄어들게 됩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갑 전력을 갖춘 마당에 최신형 전차와 장갑차를 계속 사들이면, '죽음의 계곡'을 건너고 있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생명의 다리' 몇 개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유사시 평양을 점령해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겠다는 위험천만한 꿈을 좇으면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현실을 멈추지 않으면, 벼랑 끝으로 쫓기는 많은 국민들의 고통도 멈춰 세우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장관님과 장군님들께 거듭 묻게 됩니다. 지금이 5년간 무려 300조 원의 국방비를 투입하겠다고 말씀하실 때인가요? 1990년 이래 국방비가 줄어든 때는 딱 한번 있었습니다. 바로 IMF 외환위기 때입니다. 당시 국방비는 약 13조 원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무려 4배나 늘어났습니다. 민생 위기는 IMF 때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방비를 줄이겠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고 이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온 국방비를 또 다시 대폭 인상하겠다니요?
전시작전권 핑계는 대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미 2006년 한미연합훈련을 한국군 주도로 했을 때,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당장 전작권을 넘겨줘도 군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우린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며 미국이 빨리 가져가라는 전작권 환수를 마다한 사람들이 누구였던가요? 그 이후 수백조 원의 국방비를 투입했는데 아직도 준비가 안 된 건가요? 북한의 GDP보다 1.5배나 많은 국방비를 쓰면서도 아직 준비가 안 된 건가요? 많은 국민들은 장관님과 장군님들이 '조건' 말씀하시면서 미국이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미국에게 '우리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전작권을 넘겨달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요?
저는 국방부가 향후 5년간 300조 원의 국방비를 쓰려고 하는 대신에 5년간 연 국방비를 45조 원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렇게 해도 상당한 수준의 방위력 개선비를 확보할 수 있어 적정한 군사력 건설은 가능해집니다. 동시에 이렇게 해서 절약한 75조 원의 예산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국민들을 살리는 데에 쓸 수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국방부와 군 수뇌부가 기득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으면 지갑은 조금 얇아질 수 있지만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두터워질 수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이 위기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이미 비대해진 국방비의 살을 조금만 빼도 국민들의 고통을 더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모쪼록 최악의 민생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국방부와 군 수뇌부도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위 글은 필자의 SNS 계정(페이스북)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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