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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제19회 송건호언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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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제19회 송건호언론상 수상

"한국현대사 전문가이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앞장선 비판적 지식인"

한국 현대사 전문가이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저지에 앞장섰던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 제19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했다.

청암언론문화재단(청암재단)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위와 같이 밝혔다. 수상 사유로는 '역사가의 소명의식'과 '지식인의 비판정신' 구현을 꼽았다.

정 교수는 미군정기,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한국전쟁, 한미관계 등을 주로 연구해온 한국현대사 전문가다. 주요저서로는 <미군정 자료 연구>, <존 하지와 미군 점령통치 3년> 등이 있다. <냉전 형성기 미국의 북한 인식>, <해방 직후 주한미군 방첩대의 조직 체계와 활동> 등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청암재단은 "정 교수는 한국현대사 전문가로서 국내외 사료 수집에 나서 다수의 자료집을 편저하고 문헌의 비판적 해석을 시도해 현대사 연구 발전에 기여했다"며 "서울대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으로 수차례 사회 현안에 메시지를 발표했고, 특히 2015년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저지하는데 앞장섰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청암 선생님의 유지를 기리고 키우기 위해 애쓰시는 유가족분들과 이사장님을 비롯한 재단 관계자들, 그리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더 멀리, 더 깊이 보며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와 편달로 받아들였다. 감사하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2002년 제정된 송건호언론상은 각 분야에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사회에 공헌했거나 언론민주화에 기여해 고(故) 청암 송건호 선생의 언론정신을 이어받았다고 판단되는 언론인, 한국현대사 연구자, 지식인, 단체 등에 수여된다.

코로나19 확산 상황 때문에 제19회 송건호언론상 시상식은 오는 22일 주최측 내부 행사로 치러진다.

다음은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가 밝힌 수상사유 전문.

제19회 송건호언론상 정용욱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제19회 수상자로 '정용욱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를 선정했습니다.

사상과 학술의 자유가 억눌리던 시기, 한국현대사를 외면하는 학계 현실을 개탄하며 앞서 연구에 나섰던 송건호 선생은 '엄정하게 사실(史實)을 구명(究明)하고 논평을 하는 사학자는 언론인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2002년 제정한 이 언론상을 현대사 연구가에게도 시상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거쳐, <1942~1947년 미국의 대한정책과 과도정부형태 구상>이라는 논문으로 1996년 박사학위를 받은 수상자는 해방 전후사 특히 '미군정기' 연구에 천착한 사학자입니다. 1945년 9월 미군이 38선 이남에 진주하여 실시한 3년의 군사통치는 한국사회의 방향과 성격을 정한 중요한 시기로서 이념을 벗어나 사실에 기초한 실증적 연구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걸림돌이 있습니다. 현대사 사료가 폐기, 분실, 소실 등으로 인하여 부족한 데다, 혼란기에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여 제대로 시대를 기록, 보존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외부 관찰자인 미국인이 생산, 수집한 자료가 중요한데, 현재 미국 내 국립문서관(The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NARA), 대통령 기념도서관, 개인 기념관 등에 다수 소장되어 있습니다. 특히 미군정 정보 보고서류와 한국전쟁 시기 미군이 북한에서 획득한 '노획문서'는 가치가 높아 이를 확보하는 것은 사학계의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수상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내외에서 사료 조사와 정리에 많은 공력을 기울였습니다. 국내에서는 문서 및 구술 자료 수집에 참여했으며, 미국 내 사료를 발굴하고자 1992년 미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객원연구원으로서 약 11개월에 걸쳐 미국립문서관을 조사했고 2001년과 2002년 사이 하버드-옌칭 연구소 객원교수였던 시기를 포함하여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하여 문서고를 뒤지는 고된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주한미국대사관 주간보고서 Joint WeeKA》 (1993), 《해방 직후 정치사회사 자료집》 (1994), 《해방 직후 미국 대한정책사 자료집》 (1995) 등의 문서 자료집 그리고 구술사 자료집인 《내가 겪은 해방과 분단》 (2001), 《내가 겪은 민주와 독재》 (2001)을 편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2006년 미국립문서관에서 1947년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특사로 방한한 '웨드마이어 사절단'이 받은 '한국인들이 보낸 편지' 450여 통을 발굴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편지는 당시 사회상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사료의 수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활용'과 '비판적 독해'입니다. 수상자는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여 체계를 세우려 시도했고, 그 진위를 규명하고 가치를 평가했습니다.

특히 정 교수는 남한 주둔 미국 육군 24군단 정모참모부 군사실(軍史室)이 편찬한 《주한미군사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Army Forces in Korea》의 중요성에 주목했습니다. 〈'주한미군사'의 편찬경위와 구성․서술의 특징〉 (1997), 〈'주한미군사'의 편사체계> (2002), <'주한미군사'의 해방 직후 정치사 연구〉 (2002) 등의 논문은 수년간 이를 분석한 결과물이자 상세한 해제입니다.

정 교수가 연구책임자로서 작성한 보고서 <미국 국립문서기록청의 한국근현대사 관련자료 소장 현황과 이용 실태 조사> (1999)는 국내 수집된 자료의 대체적인 현황을 정리하여 자료 수집과 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중복수집, 자료 목록의 미비, 연구기관간 협조체계 불비 등의 문제를 지적하여 연구자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이어 <제주 4·3 연구와 미군정 자료> (2001), 〈미 국립문서보관소 소장 주한미군사령부 '군사실 문서철'·'하지장군 문서철' 조사연구〉 (2002), 〈해방 전후 미국 대한정책사 관련 자료의 종류와 성격〉 (2002) 등의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실적을 쌓아나갔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담은 저서가 2003년 1월 나온 《미군정 자료 연구》입니다. 이 책은 미국립문서관 소재 미군정 관련 자료에 대한 유용한 정보 제공 그리고 미국 자료에 대한 비판과 성격분석을 시도한 본격적인 사료 연구서입니다. 정 교수는 문서관 현지 조사를 통해 익히 경험과 기법을 정리하여 연구자를 위한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이후로도 〈6‧25전쟁 전후 NARA 한국 관련 자료의 활용 현황 및 과제〉 (2006), <여론 조사 또는 여론 왜곡? - 점령기 미군정의 토지개혁 관련 여론 조사와 그 성격> (2007) 등의 논문 등을 내면서 수상자는 해방 직후사 사료의 전문가로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2003년 발표한 논문 〈1945년 말, 1946년 초 신탁통치 파동과 미군정〉에서는 1945년 12월 국내 신문의 '신탁통치 관련 보도'가 누군가가 의도한 오보이자 조작이며, 정보 조작을 통한 공작정치의 배후는 남한 미군정 나아가 일본의 맥아더 사령부일 개연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6년이 걸렸다는 데서 정 교수의 학문적 치밀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료 수집과 비판적 고찰을 바탕으로 수상자는 미군정기,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한국전쟁, 한미관계 등에 대하여 우수한 논문과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 시기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사학자로 손꼽힙니다.

미 하버드대 라몬트도서관 지하서고에서 발굴한 '한반도에 대한 전후구상(戰後構想)'이 담겨 있는 미국외교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완성한 박사학위 논문을 발전시켜 정 교수는 2003년 《해방 전후 미국의 대한정책(對韓政策)》을 출판했습니다. 미국의 전후구상 기획집단이 전후 한반도 정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하는 1942년부터 남한 단정 수립 구상이 일단락되는 1947년 후반까지 기간을 분석하여, 이 시기 미국의 대한정책에는 국제적인 측면과 국내적인 측면이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변화의 원인과 동력은 한국사회 내부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기본으로 하여 미국 대한정책의 국제적 측면을 해명하려 시도했습니다.

2003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재직하던 정 교수는 《존 하지와 미군 점령통치 3년》이라는 역작을 출간했습니다. 남한 점령군 사령관이던 하지 장군은 한국현대사에서 주요 인물이면서도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주목받지 못해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는 없다시피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하지 장군의 한반도 상황 인식'을 고찰했고, '반소·반공주의라는 이념의 잣대로 우익 세력의 통합과 남한 정계개편을 달성하려 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미 육군 24군단 군사실 자료, 하지 장군의 서신·서한들로 이뤄진 문서철, 미소공동위원회 문서철 등 공문서에 근거했고, 약 1년간 하버드 옌칭 도서관, 워싱턴·메릴랜드의 미국립문서관, 맥아더 기념도서관 등에서 찾은 서류와 마이크로필름 등 방대한 1차 사료를 수집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하지 장군에 대하여 가장 포괄적인 문서철 목록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도 수상자는 〈제휴와 배제의 이중주: 한국현대사에서 민족주의, 공산주의, 그리고 좌우 대립〉 (2003), 〈6·25전쟁기 미군의 삐라 심리전과 냉전 이데올로기〉 (2004), 〈냉전 형성기 미국의 북한 인식〉(2005), 〈해방 직후 주한미군 방첩대의 조직 체계와 활동〉(2007) 등의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성과를 성실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역사 서술 주체를 확장하기 위하여 개인의 편지 자료를 활용하여 해방 이후 3년 동안 한국인들이 겪은 해방과 미 점령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인의 '전후'와 재일조선인관: 미군 점령당국에 보낸 편지들에 나타난 일본 사회의 여론〉 (2010)은 미군 점령기 일본인들이 점령당국과 맥아더 장군에게 보낸 편지를 분석하여 보통사람이 기술한 일본사회상과 생각을 알 수 있는 논문입니다. 그리고 한국 지식인의 현실 인식과 의견은 〈웨드마이어 장군 전상서- 네 지식인이 논한 1947년 8월의 시국과 그 타개책〉 (2013)라는 논문에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2019년에는 <편지로 읽는 현대사>를 한겨레에 25회 연재하여 이 연구성과를 대중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수상자는 비판적 지식인이기도 합니다. 정 교수는 서울대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으로 수차례 사회 현안에 메시지를 발표했고, 정당한 학문적 비판에 대한 정치적인 공세를 배격하는 데 힘을 보탰고, 시국선언에 동참했으며 현재는 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자, 수상자는 같은 해 9월 9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선언>을 이끌었습니다. 10월에는 정 교수가 회장으로 있던 '한국역사연구회'는 집필거부 등 일체 제작에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결정을 하고 필요하다면 대안적인 한국사 도서를 발행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10월 28일에는 서울대 교수 382명이 서명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며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 발표에도 참여했다.

교과서 국정화는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교육이념을 부정하고, 나아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을 훼손한다는 데 동의하는 정 교수는 '역사학 또는 역사교육의 문제를 정치적 사안을 만들었다'는 데 우려를 표시하며 '국정화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을 정치의 도구,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역사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할 학자,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양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수상자는 '한국현대사는 모순과 역설로 가득 차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모적 논란이 아니라 이런 모순과 역설을 가능케 한 한국 현대사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모순과 역설을 직시하려는 용기와 그 역사에 대해서 비판의 끈을 늦추지 않되 그러면서도 품이 넉넉한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다. 식민지, 전쟁, 분단, 독재, 산업화, 민주화를 단기간에 겪은 극단의 시대를 살았고 고난과 좌절을 극복하는 경험 속에 지혜와 저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심사위원회는 정용욱 교수의 신념이 '금기시되던 현대사 연구를 통해 한반도의 질곡을 해결하고 분단을 극복'하려 한 송건호 선생의 정신과 이어진다고 보는 동시에 역사가로서 이룬 연구 업적과 지식인으로서 보인 비판 정신을 높이 평가하여 제19회 송건호언론상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수상자가 '현실의 길'이 아닌 송 선생이 가고자 했던 '역사의 길'을 걷기를 기대하며, 이 상이 현대사 연구자들에게도 격려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2020년 11월 26일

제19회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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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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