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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국가, 핀란드식의 '디지털 복지'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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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국가, 핀란드식의 '디지털 복지'가 정답이다

[복지국가 SOCIETY] 디지털 뉴딜과 디지털 복지, 복지국가 핀란드 사례

문재인 정부는 올해 8월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와 함께 디지털 뉴딜이 3대 핵심 과제로 선정되었다.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 댐, 지능형 정부 그리고 스마트 의료 인프라 등을 포함한다. 나는 이를 적극 지지한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그래서 디지털 뉴딜의 성공적인 완성을 위해 벤치마킹할 내용들을 핀란드의 사례를 통해 보태보고자 한다. 핀란드는 최근 29개 유럽 국가가 속한 유럽연합이 발표한 '디지털 경제와 사회 지표 2019(Digital Economy and Society Index 2019)'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핀란드는 행복 1위의 나라로 이웃한 스웨덴 등과 함께 노르딕 모델로 유명한 보편적 복지국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노르딕 모델'을 주목하는 이유

지구촌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고 온 불평등과 저성장,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극심한 불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코로나19라는 글로벌 감염병 위기까지 닥친 현 시점에 전 세계는 다시 노르딕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노르딕 모델은 무상의료, 무상교육, 노후보장연금, 유급휴가, 병가 등의 보편적 복지로 유명하다. 이런 이유만이 아니다. 급격한 기술발전과 세계화로 인해 중국 등 저임금 국가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꾸준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재정균형, 기후변화 대응 등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식을 찾아냄으로써 복지와 성장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함께 달성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복지라는 튼튼한 안전망을 바탕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통해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면서 복지, 혁신, 성장 그리고 다시 복지라는 선순환을 이어간다. 여기에서 사회적 대타협으로 상징되는 포용적 연대와 통합, 그리고 높은 투명성과 신뢰도가 뒷받침을 하고 있다.

디지털도 마찬가지다. 핀란드는 e-health 그리고 e-welfare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health는 디지털 의료 또는 스마트 의료라고 번역할 수 있겠는데, 문재인 정부가 제기한 '디지털 뉴딜' 과제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e-welfare라는 키워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welfare는 디지털 복지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것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라는 기술적 진보를 보편적 복지에 융합시킨 것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 등 정보통신이라는 첨단기술(ICT)이 극소수 대기업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단 혹은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어선 안 된다. 그래서 핀란드는 기술적 진보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e-welfare라는 디지털 복지의 원칙을 세웠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아포티 프로그램, 의료진·사회복지사와 쌍방 소통

첫 번째 사례로 아포티(Apotti)가 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실시하고 있는 사회복지와 의료복지를 결합시킨 통합 프로그램이다. '아포티 프로그램'은 사회와 의료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융합한 것인데, 2012년부터 기획해 실험적으로 지정된 헬싱키의 몇 개 구에서 핀란드 중앙정부와 헬싱키 지방정부 그리고 의사협회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역 주민 모두가 소득 수준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질병예방과 건강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건강의 유지·증진과 관련된 일체의 불평등을 줄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 역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인데, 핸드폰의 경우에는 마이챠트(MyChart)라는 앱을 이용해 의료진이나 사회복지사와 쌍방 소통이 가능하다.

시민은 건강 문제가 있거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 마이차트를 통해 의료진이나 사회복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다. 지난해 해당 지역의 시민들은 마이차트를 이용해 1만5000여 건의 사회서비스 신청서를 보냈다. 또한 의사는 환자가 임대료, 식료품, 교통수단을 지불하는 것과 같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디지털 프로그램을 활용해 환자의 재정 지원을 의뢰할 수 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작년에만 약 1000억 원이 지원되었다. 시민과 사회복지사 그리고 의사가 협업을 하고 있으며, 환자 개개인에 대한 통합 기록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된다. 2021년까지 시범사업 대상 지역의 주민 3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또는 EHR(Electronic Health Records)이라는 전자의료(건강)기록을 잠깐 살펴보면, 이는 우리나라도 이미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통합해서 운영하는 통합건강시스템(Integrated Healthcare System, IHS)이 아니라 병원마다 개별화·파편화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기술적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자 위주의 정책으로 시행되다 보니, 그만큼 비용이 과잉 또는 중복된 형태로 투입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추가된 비용과 비효율성은 고스란히 수요자인 환자와 건강보험수가에 이전되는 양상이다. 반면에 핀란드를 비롯한 선진 복지국가들은 이것들을 통합해 의료전달체계와 연계했고, 이를 통해 효과·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 모두 개선된 형태로 시행하고 있다. 위의 '아포티 프로그램'에도 통합건강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핀젠 프로젝트, 최첨단 기술의 공유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두 번째 사례로 2017년 시작된 핀젠(FinnGen) 프로젝트가 있다. 이는 유전체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진단과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핀란드 인구의 10%인 50만 명의 혈액을 수집해 활용하는 프로젝트이다. 핀란드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작년에 '국민의료·사회보장 데이터 2차 활용법'을 통과시켜 핀란드 내 민간기업과 연구소가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면 공개했다. 핀란드 국민들은 개인의 유전 정보를 공익을 위해 공개하는 데 동의했던 것이다. 물론, 정부는 개인 정보를 이중·삼중으로 철저하게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발표 직후, 세계 Top3을 포함한 제약사 대기업들인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머크 등 7개 기업이 핀란드 정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예산의 3분의 2를 투자하면서 핀란드에 연구원을 투입하고 연구소를 만드는 등의 협업을 시작했다. 핀란드는 과감한 제도적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의 제약사들이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핀란드는 이들 제약사의 최첨단 노하우 기술을 핀란드 과학계와 공유하는 동시에 지식주도형 일자리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만들었다. 핀란드식의 실용적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이칸타 앱, 누구나 휴대폰으로 자신의 의료정보 열람

또 다른 사례로 마이칸타(MyKanta)가 있다. 이것은 디지털 관련 첨단기술을 의료복지 향상에 접목시킨 것인데, 누구나 자신의 휴대폰에서 마이칸타 앱을 통해 본인의 의료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의료 전문가도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과 접목해 의료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1950년대부터 축적된 국민 의료기록을 2007년 디지털화하면서 도입해, 2011년부터 단계적인 실증을 거쳤고, 2017년부터 핀란드 국민 전체가 누리고 있는 보편적 의료서비스이다. 개인 정보의 누출은 전무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핸드폰에서 은행 거래를 하듯이 보안이 철저하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공공의료와 무상의료 등 의료복지가 잘 갖춰진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digitalization)라는 기술적 진보를 보편적 복지에 융합하면서 더욱 앞서 나가고 있다. 논란이 될 만한 개인 정보 누출 등의 문제들은 하나씩 해결하면서 의료복지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물론 모니터를 통한 화상진료(Virtual clinic) 등의 원격의료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주소, e-welfare와 원격의료 사례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떤지 살펴보자.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원격진료(비대면 진료) 분야에 전문가로 참여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핀란드를 비롯한 전 세계는 단 한발이라도 앞서가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는데 비해, 우리는 미안하지만 아직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이다. 아니, 그 우물마저도 뚜껑을 닫고 햇빛 하나 못 들어오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도 10여 년 전에 이미 e-welfare가 정부 보고서 등에서 거론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유비쿼터스 건강관리(u-health)로 둔갑하더니 시범사업으로 수십억 원의 예산만 소모한 채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원격의료도 마찬가지다. 20년 전부터 법제화가 논의되었고, 수많은 시범사업에 거액의 세금이 투입되었으나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20년 전과 바뀐 것이 없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진료가 어려워지자 시한부로 허용된 휴대전화 원격진료는 지난 10월까지 약 80만 명이 이용했고, 만족도가 80%를 넘었는데도 여전히 논란 중이다. 알다시피 이해관계자의 한 축인 대한의사협회 지도부는 정치적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들은 논의 테이블에 나오는 것 자체도 거부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핀란드의 '아포티 프로그램'은 핀란드 의사협회가 가장 앞장서고 있는데 말이다. 정부와 여당도 예외가 아니다.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복지의 뜻이 '복지부동'의 그것으로 해석하는 모양새이고, 여당도 소수 의원들을 제외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반대했으니 지금도 반대한다는 식이다. 시민단체들 역시 새로운 시대적 조류는 외면한 채 원격진료는 모두 재벌들이 비싼 장비 팔아먹는 재벌 배부르기 아니냐는 주장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기·승·전·삼성'이다. 소위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몇 달 전 대안과 해결 방안 등을 담은 칼럼 투고를 했더니, 자기 신문사는 원격의료를 반대하니 실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보편적 복지국가 핀란드식의 '디지털 복지'가 정답이다!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오로지 비판을 위한 비판뿐이고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혁신이 어려워진다. 단 하나 있기는 하다. 주치의 제도 도입이다. 물론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이슈는 주치의 제도만이 아니다. 공공의료 강화 전체를 봐야 하며, 특히 '디지털 전환'이라는 기술적 진보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핀란드식의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판 뉴딜은 앞으로 수년 동안 건국 이래 최대의 자원이 투입될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시점은 목표와 방향 그리고 추진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할 때인데, 솔직히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시민을 위한, 즉 수요자 중심의 전략이 아닌, 20년 전부터 반복되어 온 시범사업 등에 자원이 소모되거나 공급자 중심의 투자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신속하게 혁신의 해답을 찾아내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들여다보고 교훈을 얻어야 할 나라는 바로 '디지털 경제와 사회 지표 2019(Digital Economy and Society Index 2019)' 1위를 차지한 핀란드이다. e-welfare, 한국판 뉴딜, 기술적 진보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디지털 복지'가 정답이다.

* 강충경은 1960년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생명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호서대 교수, 바이오융합연구소 소장, 충청남도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핀란드기업 Labmaster 기술고문 및 등기이사, ㈜바이오메트로 CTO와 ㈜펩스젠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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