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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거시기와 똥짜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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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거시기와 똥짜바리

‘거시기’라고 써 놓고 보니 모니터에 빨간 줄이 쳐져 있다. 표준어가 아니라는 말인가? 사실 ‘거시기’라는 말은 표준어가 맞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라도나 충청도 사투리 쯤으로 알고 있는데, 틀림 없는 표준어다. 어느 영화에선가 백제 사람들이 ‘거기시’라는 말을 마치 암호처럼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만큼 이 말은 의미가 많다. 뭔가 특정하게 생각나지 않을 때 대용하는 말이다. 어린 시절에도 거시기라는 말을 참 많이 쓰고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어른들이 “거시기가 거시기혀.”라고 말해도 기가 막히게 알아듣곤 했다.

우선 ‘거시기’라는 말은 “1.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거나 직접 말하기 곤란한 사람을 대신하여 가리키는 말. 2.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거나 직접 말하기 곤란한 사물을 대신하여 가리키는 말. 3.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말하기 거북할 때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대명사’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시기하다’라는 말도 자주 사용한다. 사실 대명사에 ‘하다’라는 말을 붙여서 동사로 만들 수는 없다. 예를 들면 “그가 그하다.”라고 쓸 수 없는 것과 같다. 대명사에 ‘하다’가 붙어서 동사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 명사에 ‘하다’가 붙어서 동사가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예를 들면 ‘공부’라는 명사에 ‘하다’를 붙여서 ‘공부하다’라고 쓰는 것과 같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외국 학생들이 아주 많이 틀리는 띄어쓰기의 하나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은(한국학생들도 많이 틀리지만) “공부 하다”와 같이 띄어쓰는 친구들이 많다. 왜냐하면 ‘공부’라는 명사와 ‘하다’라는 동사로 각각 하나의 단어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부하다’는 하나의 동사임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명사에 ‘하다’가 붙어서 동사가 되는 경우는 많지만 ‘대명사’에 하다가 붙어서 동사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므로 사실상 ‘거시기하다’는 어법상 틀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보면 “거시기하다 : 1. 적당한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상태나 속성을 언급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말. 2. 적당한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행위를 언급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나타나 있다. 근자에 와서 사전에 등재된 것이다. 비슷한 말로 ‘거식하다’라고 했던 것은 있다. “거식하다 : 1.주로 구어체에서,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상태나 속성을 언급하고자 할 때, 그 대신으로 쓰는 말. 2.주로 구어체에서,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행위를 언급하고자 할 때, 그 대신으로 쓰는 말.”이었는데 ‘거시기하다’로 표기한 것이다.

다음으로 똥자바리라는 말도 있다. 원래는 우리 고유의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똥구멍의 방언’으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답답한 현실이다. 똥짜바리의 원래의 뜻은 ‘똥구멍의 언저리’라는 말이었는데, ‘똥구멍’이라는 말이 ‘항문’에 밀려서 속어가 되어 ‘똥짜바리’까지 속어의 대열에 들게 되었다. 순우리말은 속어가 되고 한문이나 일본어는 격식 있는 단어인 것처럼 된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 ‘자바리’라는 말은 ‘구멍(혈(穴)’을 말한다. 그러니까 ‘똥구멍’이었는데, 변하여 ‘똥구멍의 언저리’로 쓰여 왔다. 콧사배기(콧구멍), 입사배기(입구멍), 똥짜바리(똥구멍) 등과 같이 다양하게 쓰이던 우리말인데 일본어와 한자어가 들어와 자리잡으면서 순수한 우리말은 속어로 전락하고, 한자어나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해야 점잖은 표현으로 인식되었다. 문화적인 사대주의가 만연한 까닭이다. 필자가 자주 말하는 것 중에 노인과 늙은이, 계집과 여자 등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항문(肛門)은 점잖은 표현이고 ‘똥짜바리’는 속된 표현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으니 뭐라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우리말의 자존심이 구겨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화적인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우리가 만든 사전에서 전부 이렇게 표현하였으니 어쩌면 좋을까? 오호 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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