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정의당도 이에 당론 찬성으로 임하면서 공수처법 개정안은 10일 본회의에서 압도적 다수로 가결됐다. 이런 가운데 소신을 이유로 표결에서 기권한 이들의 목소리가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본회의 표결 결과 유일한 기권표를 기록(찬성 187, 반대 99, 기권1)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날 SNS에 쓴 글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검찰개혁은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민주주의 없이 검찰개혁도 없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때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야당의 비토(veto.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최초의 준법자는 입법자인 국회여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국민의힘의 정략적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와는 또 다른 민주주의자들의 반대 의사를 국회의 역사에 남기기 위해 반대 표결을 했어야 맞지만, 제가 소속된 정의당의 결정,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찬성 당론을 존중하기 위해 기권에 투표했다"며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약속(의원 선서)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당론에 어긋나는 괴로운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당론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지만, 양심에 비추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소신을 지키는 것 또한 민주주의자들의 정당인 정의당의 소중한 가치임을 굳게 믿는다"고 했다. 그는 "영혼이 새까맣게 타버리는 것 같다"며 결단 전의 고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찬성·반대·기권 어느 쪽에도 투표하지 않은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투표 불참은 내용적으로 보면 기권에 해당한다면서 당 지지층의 비판이나 당의 징계 가능성 등은 "다 감당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앞서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해 20대 국회 당시 공수처법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징계를 추진했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45조)고 정하고 있고, 국회법에도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114조의2)는 조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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