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 과정에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법안 개정으로 신속한 출범의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즉각적인 환영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이 미뤄져 안타까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국회는 이날 임시회의 본회의를 열어 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개표 결과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5분의 3'(5명)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추천(국회 야당 교섭단체) 몫은 2명으로, 야당이 반대해도 공수처장 추천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하여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 출범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과 특수관계자 비롯한 권력형 비리,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며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공수처 설치 이유와 기능을 생각하면 원래 야당이 적극적이고 여당이 소극적이어야 하는데,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왔다"면서 "늦었지만 이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수처법 처리에 앞서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선 "일방 통보"라면서 "진정성 있는 대화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조금 전 문 대통령에게 면담요구를 했다"며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건지, 도대체 이 나라를 어떻게 할 건지, 이런 (더불어)민주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행태가 본인 뜻인지 만나서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의 면담 요구에 대해 "아무런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복원돼 있고, 문 대통령은 최재성 정무수석을 통해 김종인 대표와의 회담을 여러 차례 제안했다"면서 "그땐 외면하더니 어제 일방적으로 문 대통령을 비난하며 면담하고 날짜까지 정해서 연락 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이미 두 번의 질의서를 냈다. 말이 질의지 규탄"이라면서 "한마디로 '질의서 정치'를 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사전 연락 없이 청와대로 몰려와서 질의서 전달을 요구하며 분수대에서 정쟁, 비난하고 정치 공세 펴는 방식을 초선 의원부터 네 번째 반복하고 있다"며 "(이번) 면담 요청은 이해심을 가지려 해도 현안 논의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화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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