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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돌봄 공백, 언제까지 '공문'만 내려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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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돌봄 공백, 언제까지 '공문'만 내려보낼 것인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코로나19 상황, 지역아동 돌봄 예산이 부족하다

지난 6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발표하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에 휴관 조치가 내려졌으나 그럼에도 상당수 사회복지시설들이 긴급 서비스는 지원하고 있다. 저소득층 아동들을 주로 돌보는 지역아동센터 역시 '긴급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복지 돌봄서비스는 보다 촘촘히 대상자를 살펴야 하는 소규모 운영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규모 집단화되었던 서비스 체계가 10인 미만, 때로는 더 적은 수를 대상으로 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점차 바뀌고 있으며 이는 내년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역아동센터를 찾는 아동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며칠 전, 내년도 예산이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전체 예산은 89조5766억 원으로 올해 대비 8.5%, 7조497억 원이 증액되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공공의료 관련 예산 96억, 영유아보육료 275억, 보육교사 인건비 85억, 다함께돌봄 협업모델 지원 17억, 학대피해아동쉼터 확대를 위한 8억 등이 정부 제출 예산안보다 증액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난 시기, 지역아동 돌봄예산지원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규모로 민첩하고 촘촘하게 아동복지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하다. 영세자영업자들의 소득감소·실직 증가 등으로 IMF 때보다도 더한 경제적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아동 복지 현장에서 일하면 이러한 위기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 지역 가정의 아이들을 만난다. 어느 때보다 그 심각성이 크게 느끼고 있건만 이에 필요한 예산은 마련되지 않는다.

"아버지가 최근 실직 후 배달 일을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 평소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집에서 아이들만 방치되고 있어요. 지역아동센터 이용하고 싶은데 자리가 있나요?"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준수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색하리만큼 지역아동센터에는 아침부터 학교에 가지 않는 아동들로 넘쳐난다.

"현재 이용 아동 29인 시설로서 센터 평수가 50평이 넘거든요. 최근 긴급 이용 문의가 많아져 정원을 49인으로 늘리려고 지자체 문의하니, 추가로 배치해야 하는 생활 복지사 인건비를 지원할 예산이 없다고 그냥 29명만 받으래요. 대기하고 있는 아동이 5명이 넘어가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현행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의하면 지역아동센터의 이용 아동 정원을 변경할 시, 시설장 1명, 생활복지사 1명에서 생활복지사 1명을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 촘촘히 보아야 하는 긴급 돌봄아동이 늘어가는 만큼 현장에서는 그에 대한 인력 대안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고,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한 날이 손에 꼽을 만큼 적어지면서 그 공백에서 오는 아동들의 교육, 돌봄, 결식을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고, 사회는 그 긴급한 역할을 지역아동센터에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지침에 따른 손 씻기 교육, 소독액으로 센터 문고리부터 아이들 쓰는 물건들을 매일 닦아 내야 하고,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는 간단한 아침부터 간식·중식·석식 최소 2번 이상은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방역 문제로 자발적으로 지역아동센터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동일한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하고, 가정방문을 통하여 도시락을 전해주며 아이들의 안부도 체크 한다. 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일의 몫도 고스란히 긴급 돌봄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원래의 업무에 배가 넘는 일상에 눌려 하루하루 소진되고 있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평균 29명의 아동을 종사자 2명이 돌보는 건 벅찬 일이었다. 그나마 자원봉사자, 실습생, 외부 일자리 사업 파견 인력, 프로그램 강사들과 함께 돌봄 인력의 어려움을 나누어왔는데, 이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외부인 출입마저 제한되어, 이들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게 되었다. 아이들의 "선생님 이것 좀 봐주세요"라는 말이 넘쳐나는데, 일일이 달려가 도와주기가 점점 벅차고 힘들다.

▲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맞아 지역아동센터가 아이들에게 긴급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새날지역아동센터

긴급아동을 돌보라는 '공문'만 내리는 보건복지부

내년에 지역아동센터를 위해 배정된 예산은 1874억 원이고, 이 중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는 1486억 원이다. 이를 전체 지역아동센터로 나누면 29명 아동을 위한 매달 운영비는 동 지역은 550만 원, 읍면 지역은 576만 원이다. 이 운영비에는 종사자에 대한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다.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월 182만 원을 적용하고 사회보험료, 퇴직금을 고려하면 1명의 인건비 최소 금액은 231만 원, 2명은 461만 원이다.

결국 센터 운영비로 교부된 550만 원에서 인건비를 빼면 남는 금액은 약 88만 원에 불과하다. 이런 예산으로 매달 아동 프로그램비, 방역에 필요한 운영비, 정부 정책에 따른 공기청정기 렌탈료, 안심알리미 예산 등을 지출해야 하니 오병이어 기적이 아니고서야 살림을 꾸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예산 지침을 보면, 아동 프로그램비는 운영비 전체 금액의 10% 지출이 기준이다. 평균 운영비를 대비해서 보면 약 50만 원을 프로그램에 사용하라는 뜻인데 1달 20일, 아동 29인을 기준으로 1인당 프로그램비를 계산해보면, 고작 860원이다. 도대체 이 예산으로 아이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까? 놀이터로 뛰어나가서 놀 수도 외부에서 강사를 부를 수도 없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무엇으로 아이들의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해 '교육 격차'를 넘어 '교육 양극화'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이 시대에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올해는 사회적으로도 코로나19 상황이 발현된 첫해이고, 모든 상황이 당황스러워 임시 모면책으로 여기저기 후원을 받아 방역물품을 마련했지만,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후원자도 줄어들고 있다.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에는 어떻게 긴급상황을 대처해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방역물품을 마련해야 할지, 아동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간다.

얼마 전, 인천에서는 형제만 있는 집안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로 동생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사고가 나기 전에 엄마에게 지역아동센터 이용을 권하였으나 이용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사실, 지역아동센터는 행정상 부모동의가 선이 되지 않으면 아동이 이용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동 이용 절차에 대한 지침 해석에 유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현장에서 계속해서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던 부분이라 이번 사건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사건이 일어나자 보건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 기준을 긴급하게 완화하였다. 지역아동센터 이용기준에 의한 사전 행정처리가 되지 않으면 이용이 절대 불가하였던 지침의 해석을 긴급 돌봄 시, 필요하면 먼저 이용하고 후 행정처리를 권고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지난달 학교 돌봄 교사 파업 시에도 학교 긴급 돌봄을 이용하지 못하는 아동들에 대한 돌봄 공백을 지역아동센터에서 수행하라는 권고 공문을 내려보냈다.

지역의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현실적인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라

지금의 재난 위기 상황에서는 지역아동센터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크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지금껏 그러했던 역할을 기꺼이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좋은 환경, 질 높은 서비스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일은 마음만으로 감당하기에 많은 제약이 있다. 지역아동센터 현장에서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외면하지 않고, 한 명의 아동들이라도 더욱 품고 길러내고 싶다.

제발 "일단 돌봄을 제공하라, 감당해라"라는 공문만 내릴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환경과 인력, 예산을 지원하기 바란다. 내년에는 코로나19 상황도 나아져 아이들과 마음껏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아이들의 재능 발표회도 보고 아이들하고 캠프도 할 수 있길 희망해본다.

*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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