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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아미티지 보고서, 여전히 '20세기 북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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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아미티지 보고서, 여전히 '20세기 북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

[정욱식 칼럼] 아미티지-나이 보고서에 부쳐

미국의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조지프 나이 전 국방부 차관보가 동료 안보전문가들과 함께 5번째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내놨다. 각각 공화당계과 민주당계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들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미일동맹 및 이와 연관된 동아시아 정세의 향방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전 보고서들은 미일동맹 강화의 지침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의 전반적인 기조는 아시아 신냉전을 재촉하고 있기에 대단히 우려스럽다.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북한을 두 번째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미일·한일동맹, 한미일 군사협력, 쿼드(Quad) 및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강화와 확대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적 공존?

아미티지와 나이는 중국의 의도가 아시아의 현상 변경에 있다고 보고 이러한 "최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관심국들을 모아 "경쟁적 공존(competitive coexistence)"을 도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특히 대만 문제를 주목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군사적·정치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은 미국의 대만관계법처럼 "대만의 안보를 지원할 법적·외교적 의무"는 없는 현실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심의 여지없이 일본도 미국의 우려에 동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일동맹은 대만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관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의 공세적인 언행에는 분명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고 그래서 비판하고 대응해야 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공세적인 언행은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 이래 미일동맹이 중국을 겨냥한 형태로 변화하자 중국도 맞대응을 선택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만 문제가 특히 그러하다. 일본이 1972년에, 미국이 1979년에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약속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만에서 통일에 반대하거나 독립을 원하는 세력이 커지고 미일동맹이 이를 직간접적으로 지지·지원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의 반발과 강압의 수위도 높아졌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공세적 언행과 '하나의 중국'에 위배되는 미일동맹의 언행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아미티지-나이 보고서에 담긴 권고안은 현 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보다 중국의 반발을 야기해 '악순환'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보고서에서 대중 전략의 기초로 제시한 "경쟁적 공존"이 '경쟁적 파멸'로 이어질 가능성을 잉태하면서 말이다.

북한위협론은 여전히 꽃놀이패?

보고서에 담긴 대북정책 방향은 더욱 우려스럽다. 보고서에선 "비핵화는 단기적으로 비현실적"이라며 "억제와 방위 능력을 강화해 핵무장한 북한을 봉쇄하는 데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자살이 아니라 정권 생존을 원하고 있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이에 따라 억제와 봉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억제와 봉쇄의 방법으론 미일·한미동맹에 우선순위를 두면서도 "한미일 3자의 정보와 방위 협력을 증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30년간, 특히 21세기 들어 실패한 대북정책을 되풀이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북한위협론을 꽃놀이패로 삼아 군비증강과 동맹 강화를 추구해온 것이 실패한 외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선 미국의 주류 안보전문가들의 본심을 엿볼 수도 있다. 이들에게 북한의 강해진 핵 능력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동맹 강화와 같은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을 양대 위협으로 규정한 아미티지와 나이는 추가적인 요구도 내놓았다. 코로나19 및 경제위기로 인해 군사비를 늘리기 어려워진 만큼, 미일동맹의 "상호 운용성"을 넘어 "상호 의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군사적 일체화를 가속화해 '안보의 경제성'도 달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비난 미일동맹에 대한 요구만은 아니다. 한미동맹에도 마찬가지 요구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한 한미일 협력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일간의 지속적인 긴장이" 최대 문제라며, 한일 양국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한일관계를 중재하면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도모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No'라고 말하고 'Yes'를 이끌어내야

미일 양국 정부가 보고서에 담긴 권고안을 얼마나 정책화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바이든 인수위와 스가 요시히데 정부가 밝혀온 정책 방향과 친화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미일 정부 역시 중국과의 전략 경쟁 격화 및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마냥 반길 수도 없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기후 변화 위기 등 글로벌 3대 위기 대처도 시급해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한국의 선택도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에선 미일동맹이 강해지면 한미동맹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동맹은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공동의 적'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즉 한미동맹 강화론은 남북관계와 한중관계 발전 및 한반도 평화와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동맹과 대북정책 사이의 관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우호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과 관련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것이다. 미국이 한미동맹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할수록 한반도의 평화적 현상 변경을 야기할 수 있는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선택할 동기는 약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중국을 겨냥하는 형태로의 한미동맹 변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또한 대북정책에 있어서 외교를 뒤로 놓고 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을 앞세우는 방식도 마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미관계에 마찰은 일어나겠지만, 이는 거꾸로 양국 사이에 정책과 전략을 두고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당선자도 세계 질서가 불확실성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며 "신선한 사고"를 강조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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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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