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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란 주범이 정말 김현미 장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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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란 주범이 정말 김현미 장관일까?

[기자의 눈] '서울 부동산' 향한 열망 부추기는 언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아파트 구매시 디딤돌 대출 제한을 풀어달라'는 야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해당 의원이 '정부 디딤돌 대출은 5억 이하 주택 구매시만 받을 수 있는데, 수도권에 5억 이하 집이 어디 있느냐'며 대출 기준금액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김 장관이 '우리 집만 해도 5억 이하'라고 맞받은 것이다.

웃지 못할 해프닝은 정작 그 다음이었다. 김 장관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우리 단지는 5억 넘는데 무슨 소리냐'며 김 장관의 '집값 평가절하'에 항의한 것이다. 김 장관의 아파트가 있는 곳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다. 소위 말하는 일산 신도시(1기)에 해당한다. 이 아파트 실제 시세는 김 장관이 말한 '5억' 보다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가까이 높다고 한다. 물론 서울의 같은 평형보다는 훨씬 낮다.

김 장관의 진짜 발언 의도가 무엇이었든, 그의 말은 이른바 '부동산 문제'를 대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면이 있다. 보수언론이나 경제지가 앞장서 부추기고 있는 '부동산 문제'란 이런 것이다. '서울에 아파트 전세 매물이 없다', '그렇다고 매매를 하자니 서울 아파트 가격이 너무 비싸다', '대출받아 사려고 해도 대출 규제에 걸린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역에 1주택만 갖고 있는데 세금을 내기에는 현금소득이 부족하다' 등.

그러나 이런 논리들이 과연 '절박한 서민 주거 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주택 정책은 크게 보면 빈민·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한 취약층 주거지원 정책과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주택시장 정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는 복지정책, 후자는 경제정책에 가깝다. 문제는 이 둘을 혼동하면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보자. '정부·여당의 부동산 3법 때문에 전세 대란이 발생했다'고 야당과 보수진영은 공격한다. 전문가들은 전세 물건이 줄어든 핵심 요인은 금리이지 부동산 3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떤 요인에서든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세 매물 감소가 과연 '생존권으로서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중대한 위기 요인일까?

전세난이 주로 발생하는 곳은 서울과 수도권 몇몇 지역, 그리고 지방 대도시뿐이다. 그런데 해당 지역들에 아파트 전세를 구할 돈이면 그 주변 지역에서 더 넓은 집 전세를 구하거나 심지어 주택을 매매할 수도 있다.

예컨대 '5억이다, 아니다' 논란이 일었던 김현미 장관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아이파크 1단지 176제곱미터(53평형) 모델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는 5.8억 정도라고 한다. 그 덕이동에서 자유로를 타고 서울로 들어와 보자. 처음 나오는 동네는 마포구 상암동이다. 이곳의 월드컵파크 아파트 단지는 김현미 장관 집의 절반 이하 면적인 81제곱미터 전세가가 6.5억(월드컵파크12단지)이나 된다. 매매 호가는 8.5억.

일산과 상암동 사이에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가 있다. 덕양구에서는 80제곱미터 정도 되는 아파트 매매가가 보통 3억 이하(햇빛마을22·23단지)이다. 즉 서울 상암동에서 전세를 얻을 돈이면, 일산 신도시에 50평대 아파트를 살(買) 수 있고, 그 옆동네에서라면 2~30평대 아파트를 2채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너무 극단적인 일부 사례일까?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5.1억(KB국민은행 8월 월간주택가격동향)으로 5억을 넘어섰다. 같은 기관의 10월 주택가격동향에서 서울 전세가는 평당 2000만 원, 전체 평균 5.37억이었다. 서울을 감싸고 있는 수도권 도시들에서는, 전세가가 아니라 매매가가 평당 1000이 채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즉 서울에 전세를 얻을 돈이면 수도권 근교도시, 예컨대 고양시, 안양시, 성남시(분당구 제외), 부천시 등지에 비슷한 넓이의 아파트를 아예 자기 명의로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은 원하지 않는다. 왜일까?

불편한 진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감춰진 답은 '그 곳은 집값이 오르지 않을 테니까'이다. 사람들이 굳이 서울에 살려 하는 이유는 '통근거리', '자녀 교육환경', '원래 살던 동네에 살고싶은 것뿐' 등 다양하지만, 적어도 다수에게는 '집값 전망'이 본질이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교육 환경? 복잡한 서울보다 유동인구 적은 지방도시가 오히려 더 낫다는 사람도 많다. 통근거리? 경기도권 대부분은 서울로 출퇴근할만한 교통 여건이 갖춰져 있다.

오히려 많은 경우 '부동산 문제' 또는 '전세 대란'의 본질은 이렇다. 서울에서 어떻게든 전셋집을 구해 살아서 '무주택 경력'과 '서울 거주기간 경력'을 쌓은 뒤 이를 토대로 서울시내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무리해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집이 좁고 차가 막히고 공기가 탁하고 근처에 공원 하나 없어도 굳이 서울에 살려는 것이고, 같은 돈이면 충분히 서울로 통근 가능한 거리에 좁지 않은 집을 살 수 있는데도 그런 '집'은 '살 집'으로 고려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들의 이런 선택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아파트 청약으로 재테크를 하겠다는 것을 자본주의 국가에서 막을 수는 없다. 매매든 청약이든 '서울 아파트'를 손에 넣어서 십억대 자산가가 돼보겠다는 욕망이 불법은 아니다. 자식을 꼭 '8학군'에 보내야겠다는, 안타깝지만 어딘가 수상한 교육열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라도 가정마다 가진 불행의 이유만큼이나 다양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제각각의 사정'이 있다 해도, 당장 거주할 곳이 없어서 길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것도 아닌 이들의 수요를 보호해야 할 서민 주거 실수요로 규정하거나, 정부 정책과 정치권의 입법에 의해 지원을 해야 하거나, 언론에 의해 그 절박성이 호소돼야 할 일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정부의 11.19 전세대책도 '정작 수요자들이 원하는 전셋집은 중형 이상 아파트인데 원룸·소형만 공급하면 뭐하나'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부동산 정의'의 관점을 적용하면 대놓고 나무라기 어렵다. '서울·수도권·대도시·신도시의 중대형 평형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수요를, 세금으로 정책 만들어 떠받쳐줄 필요가 뭐란 말인가.

일부 언론에서 집중 조명하는 '강남에 1주택 있는데 소득은 없다. 세금 올리면 나는 어떻게 내느냐'는 억울한(?) 사연들도, 한 번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왜 세금을 부담하면서까지 꼭 거기 살아야 하는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왜 강남 부자들의 입장만을 대서특필하는 걸까? 그 정도로 비싼 아파트에 사는 분들이라면, 또 그 정도로 집값이 뛴 아파트를 소유한 분들이라면 그만한 세금은 내는 게 옳다"(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다만 '이제까지는 부동산으로 돈 벌어 놓고, 갑자기 지금부터 그 기회를 막으면 사다리 걷어차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는 있겠다. 정의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공정·형평 차원의 문제 제기다. 예컨대 '586세대들은 이미 집주인·건물주가 됐으면서, 아직 집 못 산 3040 세대는 평생 세입자로 살라는 거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문제는 이른바 공정의 문제, 세대론의 문제와도 일면 맞닿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표방하는대로, '집을 사지(to buy) 않고 사는(to live)'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목적은 온당하다. 공공임대주택 물량 늘리기라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도 옳다. 다만, 세대간 기회의 평등을 원하는 젊은세대와 안정적인 거주권을 갈구하는 이들의 불만을 다독일 방법은 더욱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 정책 방향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당위적 의지를 표명하는 것에 만족하면 '부동산 불패' 신화는 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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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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