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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배 불리는 배달앱과 '혁신의 저주'에 빠져버린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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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 배 불리는 배달앱과 '혁신의 저주'에 빠져버린 사장님들

[배달 '혁신'의 민낯 下] ④ 폭풍성장한 배달앱, 정작 업주들은?

플랫폼(platform). 사람과 집단 간 내지는 집단과 집단 간 소통하는 틀이다. 일종의 디지털 인프라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은 스스로 시장을 만들지는 못 한다. 다양한 집단 내지 사람을 연결해주는 인프라만 제공할 뿐이다.

요즘 '핫'한 배달앱을 예로 들어 보자, 이 플랫폼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배달원을 연결하는 역할만을 한다. 문제는 그렇게 연결하는 역할만으로도 자체 시장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다만, 배달앱에서는 이를 시장이라 부르지 않고 '공동체'라고 칭한다. 공동의 이해관계에 기반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그런지는 의문이다. 공동체라 칭하나 그러한 '공동체' 속에서도 착취와 피착취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배달앱에서 배달원과 함께 '공동체'를 떠받치고 있는 자영업자가 어떤 구조에서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플랫폼의 구조적 모순이 무엇인지를 지적해보고자 한다.

(바로가기 ☞ : 배달 '혁신'의 민낯 )

떡볶이배달전문점 A가게. 2020년 3월 한 달 매출 총액은 1708만6500원이었다. 매출만 본다면 꽤 수익이 높을 듯하다. 세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여러 항목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많다. 우선 이 가게는 인건비로 228만4120원(13.4%), 임대료 88만 원(5.2%), 재료비 497만200원(29.1%), 공과금 등으로 110만 원(6.4%)이 나갔다. 총 923만 원(54%)이 고정비로 나간 셈이다.

이전까지는 이 비용만 지급하면 나머지는 업자 수익으로 돌아갔다. 총 매출 1700여만 원에서 923만 원을 제한 금액이 업자가 한 달 버는 순수익인 셈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배달앱 사용에 따른 수수료가 추가됐다.

물론, 전체 매출에서 배달앱 비중은 상당하다. A가게에서 배달앱에서만 나오는 매출이 1345만6000원(78.8%)이었다. 배달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매출에는 인건비, 재료비 등이 포함됐다. 다만, 추가로 배달앱 수수료(113만3176원, 6.6%)와 배달대행료(299만 원, 17.6%)가 빠져야 한다. 이 둘을 합하면 412만33176원(전체 매출의 24.2%)이 된다.

즉, 일반적으로 나가는 고정비 923만 원(인건비, 임대료 등)에서 추가로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대행료를 빼면, 한 달 수입은 372만 원(21.8%)에 불과하다. 배달앱을 이용하면서 추가로 내야 하는 비용이 업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허환주)

'배달원-소비자-업주'를 끌어들이는 배달앱

플랫폼은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속한 모든 사용자들은 더 편리함을 느끼고, 플랫폼은 더 많은 이익을 가지게 된다. 구글(google)은 검색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검색 알고리즘이 좋아진다. 이는 검색자가 또 다른 검색자를 불러오는 순환효과를 가져온다. SNS 가입의 첫 번째 기준이 '자기 주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인 점도 같은 이치다.

이런 성향은 한 번 선점한 플랫폼은 이후에 독점으로 흘러가게 된다. 플랫폼은 새 공장을 지을 필요도, 재료를 구입할 필요도 없다. 단순하게 보면 늘어나는 이용객에 따라 서버 임대만 늘리면 된다. 플랫폼이 단기간 거대하게 성장하는 이유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플랫폼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느냐 여부다. 또한, '독점'을 통해 이윤이 늘어나는 속성상 후발주자들의 매서운 추격을 어떻게 뿌리치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와 규모가 판가름난다.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마케팅은 필수다.

배달앱의 경우, 소비자에게 무료 쿠폰을 뿌리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왔다. 배달원에게도 마찬가지다. '친구'를 배달원으로 데려오면 소개비로 1만 원을 준다. 배달주문이 밀리는 시간대에는 할증배달료를 지급한다. 배달원 확보를 위해서다. 이 두 그룹, 소비자와 배달원의 확대는 배달앱 가입 음식점 확대로 이어진다. 이런 매커니즘은 반대로도 가능하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배달앱 '이용자'의 확대를 위해 달려간다.

문제는 배달앱이 수익은 어디에서 확보하느냐다. 구글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무료 이메일을 제공하는 대신, 기업으로부터 광고 수익을 올린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반면, 배달앱은 가입 음식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로 수익을 챙긴다. 배달앱 이용료와 홍보비를 이들로부터 받는다. 플랫폼이 주로 사용하는 '교차보조(cross-subsidization)' 전략이다.

폭풍 성장하는 배달앱, 업주들은...

배달앱 가입 음식점, 즉 업주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부담스럽지만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고 장사한다는 게 쉽지 않다. 명지대 근처에서 떡볶이점을 운영하는 박영숙(가명) 씨는 "코로나로 대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니 답이 없다"며 "배달이라도 하니 그나마 매출이 늘어나서 다행이지만, 수수료 때문에 손에 잡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달앱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0년 8월 기준 통계청이 발표하는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를 보면 2017년 2조3543억 원에서 2018년 4조7730억 원, 2019년 9조877억 원을 기록했다. 매년 2배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20년 8월 기준으로 9조7625억 원이기에 올해도 마찬가지로 2배 가까운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배달앱 시장의 성장과 함께 업주들의 매출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20017년 107조4000억 원, 2018년 114조8000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실제적으로 업주가 가져가는 돈, 즉 영업이익은 제자리이거나 되레 줄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2015년 11조1000억 원, 2016년 11조1000억 원, 2017년 8조7000억 원, 2018년 10조 원을 기록했다.

배달앱은 폭풍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업주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곰은 재주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수수료가 과도하기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프랜차이즈창업 컨설팅을 하는 권성훈 씨는 음식업에도 '총량보존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권 씨는 "배달앱에서는 전체 '파이(외식 시장)'를 늘리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예를 들어 축구하는 날은 장사가 잘 돼서 하루 200~300만 원 찍기도 한다. 그런데 그 다음날은 10만 원으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권 씨는 "그렇게 한 번 먹으면, 사람들은 한동안 외식을 하지 않는다. 일종의 '총량의 법칙'이다"며 "가끔 배달앱에서 진행하는 '치킨데이'로 치킨 매출이 엄청 늘어나지만, 그 다음 날은 대부분 가게가 개점휴업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파이 키우기'가 아니라 '파이 점유하기'에 가깝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배달앱은 자기네들이 '파이'를 늘리면서 동반성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수치상으로 배달앱 서비스는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소비자가 직접 가게를 방문하는 외식업 매출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파이'가 늘어나서 배달앱이 성장한 게 아니라, 직접 가게를 방문해서 사먹던 소비자들이 배달앱을 이용하다보니 이곳 매출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그렇게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서, 업자 매출은 배달앱이 올리는 매출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배달앱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도 발목을 잡고 있다.

자영업자의 영업비용은 2015년 78조6000억 원, 2016년 88조1000억 원, 2017년 98조7000억 원, 2018년 104조8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업비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겠지만, 배달앱 수수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연합뉴스

한 번 의존하면 벗어나기 어려운 배달앱

직접 가서 사먹는 문화에서 배달 문화로 프레임이 바뀌면서 자영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매우 좁아졌다. 김종민 사무국장은 "너도나도 배달앱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도 배달앱 구조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그 이유로 "배달을 빼면, 매출이 급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가 높다고는 하나, 매출을 생각하면 이는 상쇄된다. 다만, 한 번 배달앱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쉽사리 여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김종민 사무국장은 "배달앱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업주가 가게를 열고 2~3년 동안 전단지 돌리며 홍보하고, 단골 관리하면 한 달 20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꾸준히 나왔다. 고객을 확보하고 동네시장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그러나 배달앱이 나온 이후부터는 업주가 전단지를 돌리지 않아도, 2~3년 동안 단골관리를 하지 않아도 곧바로 1800~2000만 원 정도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것의 문제는 배달앱을 끊었을 때 발생한다"며 "현재의 배달앱 체제에서는 손님이 배달을 시켜도 업체 주인은 안심번호 때문에 손님의 전화번호, 주소 등을 알 수 없다. 자연히 단골관리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즉, 단골을 배달앱에 빼앗기는 구조가 됐다는 이야기다.

단골이 없다보니, 배달앱을 끊고 독립해서 장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하락한 매출이 앞으로도 오르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2~3년 동안 전단지를 돌리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과거 중국집이 소유한 손님 전화번호 개수는 가게 권리금을 결정하는 요소였다. 지금은 그런 기존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배달앱 가맹업주들이 높은 수수료와 잦은 계약조건 변경에도 여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연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수수료 등으로 배달앱을 탈퇴했던 분들 중 대다수는 다시 배달앱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실제 배달앱을 이용하는 음식점 업주들은 2016년 5.9%에서 2017년 6.2%, 2018년 7.6%, 2019년 11.2%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박리다매(薄利多賣)인 셈이다.

배달앱에서 말하는 '파이를 키운다'는 것은 결국 '배달 시장'만 커지는 것이고, 실제 파이가 커졌다고 해도 커진 파이는 음식점주가 아니라 배달앱이 가져가는 셈이다. 심지어 음식점이 배달앱에 종속되지 않으면 망한다는 역설까지 생겼다.

프랜차이즈창업 컨설팅을 하는 권성훈 씨는 "근본적인 문제는 배달앱 수수료가 비싸다는 게 아니라 그런 수수료라도 업자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 현재의 구조"라면서도 "코로나까지 겹쳐 이 구조는 쉽게 변화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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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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