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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윤석열 '특활비 검증', 답 없는 '무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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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윤석열 '특활비 검증', 답 없는 '무한 갈등'

추미애 "檢특활비 안써", 윤석열 "적극 협조"…여야 검증위원 "추가 검증 필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세에서 비롯된 법무부·검찰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검증은 여야의 '아전인수', '동상이몽'으로 끝났다.

여야 검증위원들은 같은 자료를 놓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검찰청의, 국민의힘은 법무부의 제출 자료가 부실하다고 비난하며 각각 추가 자료 제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위원들은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방문, 약 3시간여 동안 법무부·대검 두 기관의 특활비 내역을 현장 검증했다. 그러나 여야의 시각은 제출된 자료의 충실성을 판단하는 데서부터 크게 갈렸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검증 작업 후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에서는 자료를 사실상 안 낸 것과 같다"며 "지출결의서나 '누구한테 갔다'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인권국에 얼마 줬다' 이런 프린트 자료만 있었다"고 법무부 자료를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적어도 '어느 검사장, 어느 부장에게 갔다'는 것 정도는 확인이 돼야 하는데 법무부는 그것조차 확인을 안 해 줬다"고 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 역시 SNS에 쓴 글에서 "맹탕 깜깜이 검증이다. 법무부 특수활동비는 2018년 한 달 지출 샘플, 그것도 지출 내역은 전혀 없고 금액만 덜렁 쓰여진 파일뿐"이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장 의원은 "다만 하나의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은, 법무부에서 일선 청의 부장검사급 개별검사에게까지 직접 특활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법무부가 왜 직접 일선 검사들에게 특활비를 지원할까? 이것은 법무부가 개별 사건에 간여하고 있다는 간접적 증거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법무부와 대검 자료는 동일한 수준이었다"며 "오히려 법무부(자료)는 상세 내역이 있었는데, 대검은 상세 내역이 없고 검찰청별 자료밖에 없었다"며 대검 자료가 더 문제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같은 자료를 놓고 여야가 정반대의 풀이를 내놓은 것이다.

이날 앞서 윤 총장은 검증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숨김 없이 철저히 검증한 다음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사위의 검증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고, 산하 지청 등으로의 계좌 송금 내역이나 영수증 증빙 자료까지 모두 검증위원들에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백 의원의 말대로라면 실제로는 이같은 구체적 지출 내역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도읍 의원은 "지출원인행위 근거나 지출결의서, 영수증, 집행내역확인서가 구비돼야 하는데 대검 제출 자료에는 이런 것들이 다 있었다"고 이와는 전혀 다른 증언을 했다.

추미애 장관이 국회에서 언급한 '중앙지검 특활비 미지급' 의혹에 대한 해석도 갈렸다. 민주당은 "지난해 특활비 총액과 올해 10월까지의 특활비 총액을 비교해 보면 올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한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중앙지검에 전체 검찰청 대비 16% 정도의 특활비가 꾸준히 배정되고 있다", "대검은 2018, 2019, 2020년, 거의 비슷한 비율로 중앙지검에 특활비를 자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중앙지검에 지급하는 특활비 액수가 준 것은 전체 검찰 특활비가 줄었기 때문이지, 비율로 보면 일정하다는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법사위 주관 법무-검찰 특활비 문서검증에서, 금년 초에 취임한 추 장관은 예년과는 달리 검찰 특활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서 "법무부는 특활비를 쓸 수 없는데 검찰에 내려간 특활비를 돌려받아 편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라며 "법무부가 검찰 특활비를 돌려받아 썼다면 예전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문제와 다를 것 없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등 특활비 문제는 대검보다 법무부가 더 켕기는 구석이 많을 것이라는 공세가 나온 데 대한 반박이었다.

다만 친여 성향 열린우리당 김진애 의원을 포함한 일부 검증위원들은 "검찰에 내려간 특활비 중 10% 정도를 법무부 몫으로 주는 것 같다"고 하는 등, 추 장관 개인이 아니라 법무부 차원에서의 검찰 특활비 재배정 사실은 확인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도읍 의원은 "수사나 정보 수집을 하지 않는 법무부 검찰국이 올해 쓴 특활비가 7억5900만 원"이었고 "법무부 일부 부서가 기본경비를 특활비로 쓴 것이 확인됐다"면서 "법무부 차관도 잘못을 인정하고 내년부터는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증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은 각자 자신감을 드러내며 공세를 예고했다. 특히 야당은 "추 장관의 자충수·자책골이 될 것(이날 아침, 주호영 원내대표)"라며 자신만만한 분위기였다.

법사위 야당 위원들은 이날 오전 발표한 성명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를 보내주지 않고 있다는 추 장관과 여권의 비판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자 음해성 정치 공세로 드러났다"며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으로부터 매월 평균 8000만 원에서 1억 원 상당의 특활비를 지급받고 있으며, 이는 서울 동부·남부·북부·서부 등 다른 재경지검과 의정부·인천·수원 등 수도권 지검에 지급되는 특활비를 합한 액수보다도 더 큰 규모"라고 추 장관의 지난 5일 발언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중앙지검 검사들에게 특활비가 지급되지 않았다면 집행권자인 이성윤 지검장이 자신의 주머닛돈으로 착복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역공을 폈다. 이 중앙지검장은 대표적인 친(親)추미애 라인 검찰 간부로 꼽히는 인물이다.

야당은 나아가 "추 장관이 자신의 아들 논산훈련소 수료식 날 가족들이 밥을 먹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데 정치후원금을 사용하고도 사용 목적에는 '의원 간담회'로 허위 기재한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며 "(법무부 특활비가) 추 장관의 정치후원금과 같이, 지침을 일탈해 사용한 것이 밝혀진다면 합당한 처벌과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유추성 공세도 폈다.

여당에서도 지난 5일 이후 윤 총장을 두고 '정치검찰'이라고 공격하면서 '대검 특활비가 정계 진출설, 대권 도전설이 도는 예비 정치인 윤석열의 정치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음모론적 주장을 지속적으로 폈다. 그러나 이날 특활비 현장점검에서는 이같은 여야 어느 쪽의 주장도 검증되지 못한 채 각자가 기존의 정치적 주장만 되풀이한 셈이다.

특히 핵심 관심사였던, 추 장관과 윤 총장 두 사람이 특활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야 검증위원들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 "오늘 제출된 자료로는 알 수 없었다", "안 썼다는 증거도 없다"고만 했다. 여야는 향후 법사위에서 법무부와 대검으로부터 더 상세한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현장검증의 발단이 된 것은 추 법무장관의 지난 5일 국회 발언이었다. 추 장관은 당시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면서 "대검에만 구시대 유물처럼 이런 것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집중된 서울중앙지검에는 최근까지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없어서 수사팀이 애로를 겪는다는 얘기도 듣는다"는 전문증언도 했다.

다만 추 장관은 이와 동시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썼는지는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아 알 수 없다"거나, 야당 의원이 '중앙지검도 특활비를 지급받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취지로 반박하자 "저도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하는 등 모순된 발언도 했었다.

추 장관은 그러나 다음날인 6일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배정 등 집행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부에 신속히 조사하여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고, 그러자 야당인 국민의힘은 '법무부 특활비도 검증해보자'고 맞불을 놓고 나서 결국 여야 법사위원들이 법무부·검찰은 물론 감사원까지 총 3개 기관의 특활비 집행 내역을 현장 검증하기에 이른다.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후 대검 현장검증을 마친 후 감사원으로 이동해 검증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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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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