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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주의의 실패, 중국에겐 '체제 선전' 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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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 민주주의의 실패, 중국에겐 '체제 선전' 교재

[기고] 중국이 보는 미국 대선...기대와 우려의 교차

미국 대통령 선거의 선거인단 제도는 연방국가의 주권 소재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독특한 선거 제도로서 고안됐다. 연방주(state)와 국민 개인을 모두 고려한 선거인단 제도로 인하여, 국민 총 투표수와 선거인단 획득 수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게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도 2000년 대선의 부시 후보와 엘 고어 후보, 2016년 대선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경쟁은 그런 상황에서 선거인단제도에 대한 고민을 미국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다. 그러나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의 국민통합을 위한 결단으로 갈등이 조기에 봉합되는 등, 미국 민주주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0년 46대 대통령 선거는 현직 트럼프 대통령의 실책때문에 코로나19와 인기영합주의(衆愚政治)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다수의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전망되었다. 11월 3일 투표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우편투표 증가 현상을 두고 부정투표라고 미리 선언을 했고 대선 불복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미 현장 투표에서는 트럼프가 우세하고, 사전투표와 우편투표에서 대량의 바이든 지지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됐었다. 트럼프는 대규모 변호사를 동원한 소송전에 돌입했고,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중심이 된 총기 소지자들의 감정을 격앙시키는 등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해 미국 사회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종적으로 바이든이 2021년 1월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다행인 점은 바이든이 미국인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통합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후보의 과제는 국론분열을 어떻게 조기에 수습하고, 글로벌 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등이다.

미중 전략경쟁의 향방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의 국력, 특히 군사력은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고, 이 과정에서 중국은 군의 현대화와 대양해양전력화를 추진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셰일 에너지 혁신과 정보산업 혁신 등을 통해 경제재건의 토대를 마련했고, 안보 전략면에서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하였다. 후진타오-시진핑 지도부는 글로벌 자유무역질서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해 '혁신의 제국'이라며 과거의 제국주의와는 다르다고 찬사를 보냈다. 과거 제국주의 패권국가는 약탈과 착취를 했지만,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자유주의 레짐을 통해 세계경제 부흥을 일구어냈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하드파워뿐 아니라 소프트파워 면에서도 다른 강대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을 본 것이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 시기에 중국은, 미국의 안보 측면에서 민주, 자유, 인권 확산 전략이 '아시아로의 회귀'의 외피를 쓰고 결국 중국 봉쇄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말에 주일,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본격적인 전략경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1979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미국의 '자유주의 질서 확산' 이라는 후원 아래, 미중간 상호 전략적 묵계를 맺고 진행되었다. 이런 미중 협조 노선과 글로벌 자유무역질서를 통해 지난 40년간 중국경제는 성장할 수 있었다. 클린턴 정부의 지원하에 2001년 WTO 가입하며 가속도를 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 말기부터 이러한 묵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전략에서 '중국 포위로의 전환'이라는 징후가 보였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초기 미중 관계는 상당한 복원을 이루어냈었다. 그러나 곧바로 미중간 무역관세전쟁이 일어났다. 일본의 스가 관방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심이 된 인도태평양전략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그리고 베트남 등이 주축이 돼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였다. 남사군도와 센카쿠 열도 등에서도 미중 군사 갈등과 우발적 충돌 위험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심지어 중국은 고의적으로 트럼프가 '불장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 특히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닉슨도서관에서 중국공산당을 공격하며 레짐 체인저를 선언하기도 했다.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혼돈의 미국 대선'이 중국에게 준 선물 "미국을 보라, 우리 체제가 더 낫지 않은가"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트럼프의 허세에 비해 미국의 중국때리기는 체계적이지도 않았고, 중국에 중상을 입히는 정도의 상황에 이른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시진핑 체제의 권위주의에 대한 중국인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 미국 물건을 사도록 하게 만든 관세 무역 해법은, 오히려 미국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 물건을 비싸게 구매하게 되어 버리는 등 미국 내에서 오히려 불만을 사기도 했다. 2020년 현재 미중 전략경쟁은 언론보도의 '강도'에 비해 실제로 그렇게까지 격한 투쟁적 외교 안보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 상황은 그대로다.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 미국은 미중 협조노선으로 회귀할지, 혹은 신냉전으로 심화해 나아갈지 등에 대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먼저 중국의 지도부는 2020년 미국 대선을 교재로 하여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중국 인민들에게 학습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미국 학계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민주 도시 국가 아테네와 권위주의 도시 국가 스파르타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을 모티브로 하는 패권투쟁의 역사를 회고하는 기류가 있다. 하버드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미중관계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원전 5세기 이 전쟁에서 민주국가 아테네는 패배하였다. 해군력은 물론이고 문화, 민주주의 등 모든 상황에서 아테네가 앞섰지만, 실제로는 사회에 전염병이 돌있었고 중우정치의 폐단이 커지고 있었다. 이것이 아테네 패배의 가장 핵심 요인이 되었다.

2017년 11월 시진핑은 '황제' 트럼프를 접대하기 위해 자금성에서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지만, 이후 글로벌 정치에서 2인자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 지도부는 최근 미국 민주주의 혼란에 대하여 속시원한 느낌도 갖고 있는 것 같다. 미국 민주주의의 혼란과 취약성을 중국 인민에 교육하며, 시진핑 체제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특히 후계 구도나 소수민족 지역 문제 등에 대한 인민들의 궁금증을 봉쇄하는데 이런 점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레짐 체인지'를 시사한 폼페이오의 너무 빠른 중국 견제는, 의도치 않게 체제 경쟁을 강화시켰다. 시진핑 체제는 미중경쟁구도에서 2049년 쯤 종합 국력이 비슷해지고, 그러면 미국과 전략적 경쟁 구도로 될 것을 전망했다. 워싱턴 컨센서스와 베이징 컨센서스가 글로벌 차원에서 비교되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현재 미국 국력과 소프트 파워가 중국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이번 대선을 통하여 미국 스스로가 자신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있는 셈이다. 전세계 200여 국가 중 20여 개의 민주국가를 제외한 다수 국가에게 이번 미국 대선은 미국 민주주의의 위험성을 교육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은 혁신의 제국임을 알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미국인들이 스스로 치유를 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바이든은 '미중 묵계' 시대로 회귀할 건가, 아니면 '중국 내정 간섭'으로 나아갈 건가?

중국에서는 바이든 시대가 어떤 시대가 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먼저 기대. 바이든은 상원 외교위원회와 부통령을 하면서,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중국 주요지도자들과 깊은 우정을 맺었었고, 특시 시진핑 주석과는 오바마 행정부 시기 부통령으로서 손을 맞잡았던 경험이 있다. 아들 헌터 바이든도 중국을 통하여 많은 이윤을 얻기도 했다.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 회복과 WTO 등 기능 회복, 코로나와 기후변화 등 지구촌 쟁점에 대한 사안별 협력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에 과거 미국이 도움이 상당했는데 협조노선의 회복을 위하여 바이든 인수위원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미중 사이에 여러 외교 채널이 봉쇄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우려. 바이든 행정부가 가치 외교를 중시하면서 민주, 인권, 자유를 강조할 경우, 홍콩, 티베트, 신장 위그르, 몽골 등 중국 내정에 간섭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전통적 동맹 관계를 회복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강화를 통하여 체계적으로 대중국 봉쇄망을 구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만약 이런 식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신냉전 방향으로 흐른다면, 미국제일주의를 표방하며 미중 무역관계를 통하여 독자적으로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가하던 시절, 트럼프의 '허장성세'를 그리워할 수도 있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애증이 교차하고 있는 것 같다. 동맹을 존중하던 민주당 정부가 복귀된다는 긍정적 전망이 있기는 한데, 과거와 같이 미일동맹의 하부구조로 한국을 위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동등하게 대접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베 집권 시기 일본의 종합 국력 하락과 최근 한국의 종합 국력 상승에 따라서, 일본은 선제적으로 한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드러내 놓고 있다.

▲조성렬, '미국 차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전망',민주연구원, '미국 차기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한반도 정책 전망', 20쪽.

바이든 행정부에 던지는 아홉가지 질문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모두 무거운 질문이고, 어려운 질문이다.

첫째, 바이든이 당선되었지만 실제 두 후보 모두 실패했다. 트럼프는 언제까지 재판을 통한 법률적 대선 불복과 무력 시위와 충돌을 조장할 것인가. 바이든은 얼마나 조속히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을 재통합할 것인가. 둘째, 바이든이 단임 상황에서 캐멀라 해리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부통령이 될 것인가. 셋째, 바이든은 시진핑과 깊은 개인적 우정을 작동시켜, 개혁개방 이후 미중 전략적 묵계가 작동하던 때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오바마 시기 아시아로의 회귀를 바탕으로 중국봉쇄망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것인가. 특히 코로나 문제를 맞이해 미중 협력을 통해 지구촌 생명안전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을까. 넷째, 미국은 글로벌 리더로서 자유무역질서를 회복할 것인가, 미국제일주의를 넘어서 가치외교를 중시할 것인가. 한미동맹과 한일동맹을 중국포위망에 동원할 것인가. 다섯째, 자유, 민주, 인권의 개념으로 홍콩, 타이완, 신장위그르, 티베트, 몽골 등 중국내정에 바이든 행정부는 간섭할 것인가. 여섯째, 트럼프 시대에 미국의 외교 안보 관료들은 중국과 충돌을 빚었는데, 바이든 정부는 해당 관료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인가. 일곱째, 미국의 여론조사기관과 정치통계학자들은 왜 또 실패했는가. 샤이 트럼프와 같은 극단주의자, 급속한 인종, 학력 이동 등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인가. 여덟번째, 미중 비자 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의 미국전문가, 유학생들을 거부하고 하고 있는데, 미중 인적 교류는 과연 재개될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홉째, 천문학적 선거비용과 시간에 들었음에도 갈등과 분열만 되는 미국식 민주주의가 중국식 민주집중제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이상현,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미중 관계 전망', 민주연구원, '미국 차기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한반도 정책 전망' 5쪽.

박종철 경상대학교 교수는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도산통일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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