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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따뜻하니! 그 푸른 제주오름의 겨울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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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겨울에도 따뜻하니! 그 푸른 제주오름의 겨울풍경

[2020년 12월 오름학교]

*2020년 12월 오름학교는 18(금)-19(토)일, 1박2일로 열립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 안정화 되는 상황을 전제로 출발 준비 중입니다.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또는 본인이나 가족이 14일 이내 국내외 전염지역 방문을 한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가자는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지난 1년은 코로나19로 오름학교의 개강이 들쑥날쑥했습니다. 개강보다 휴강이 더 많았죠. 이번 16강은 그동안 개강이 미뤄지며 가지 못했던 오름을 중심으로 코스를 짰습니다. 관광객으로는 찾아가기 어려운 오름이 대부분으로, 제주의 숨은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들입니다. 겨울에도 따뜻하니 그 푸름을 잃지 않는 제주의 숲, 그 신비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갑니다.

▲유건에오름 주변의 들판. 제주의 들판은 겨울에도 푸르다.Ⓒ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의 2020년 12월, 제16강은 <제주오름의 푸른 겨울풍경 : 안세미오름, 세미오름, 머체왓숲길, 대수산봉, 낭끼오름, 남산봉, 유건에오름>을 찾아갑니다.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는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 제3강 <표선의 오름1>, 제4강 <제주서부 중산간오름>, 제5강 <곶자왈 특집>, 제6강 <초지능선오름>특집,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제8강 <제주 서부오름 소병악과 대병악, 비양도의 비양봉과 제주의 특별한 건축물 기행>, 제9강 <봄빛 가득, 제주 서남부 오름들>, 제10강 <제주스런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오름들>, 제11강 <그 깊고도 짙은 푸름 속으로! 한여름의 서부 제주 보석 같은 오름들>, 제12강 <제주의 바람, 초원을 흔드는 바람-제주의 가을바람과 가을하늘이 잘 어울리는 오름>, 제13강 <늦가을 서정으로 가득! 제주올레의 아름다운 오름들>, 제14강 <아! 한라산 깊은 산중의 아름다운 여름풍경>, 제15강 <탐라추경(耽羅秋景) 특집 : 윗세오름(영실-윗세오름대피소-어리목), 하논분화구, 여절악, 통오름, 독자봉>에 이어 제16강 <그 푸른 제주오름의 겨울풍경 : 안세미오름, 세미오름, 머체왓숲길, 대수산봉, 낭끼오름, 남산봉, 유건에오름>으로 향합니다.

▲유건에오름 정상에서 본 동북쪽 풍광. 대수산봉과 성산일출봉이 절묘하게 겹쳐지며 몽환적인 실루엣을 펼쳐놓았다.Ⓒ이승태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대수산봉의 벤치에 앉으면 성산일출봉 일대의 풍광이 일품이다.Ⓒ이승태

2020년 12월 <그 푸른 제주오름의 겨울풍경>을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16강 1일차 / 12월 18일(금요일)

북동쪽에 샘을 가진 한적한 오름

-세미오름

제주시에서 성읍과 표선으로 이어진 번영로를 따라 달리다가 봉개동과 조천읍 경계를 넘어갈 즈음 앞이 훤히 트이며 시선을 끄는 두 오름이 나타납니다. 오른쪽으로 둥그스름한 오름은 지난 12강 때 올랐던 바농오름이고, 왼쪽으로 봉긋 솟은 오름이 세미오름입니다.

오름의 북동쪽 자락에 샘이 있어서 ‘세미’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김종철 선생님은 저서 <오름나그네>에서 ‘새미오름’이라고 적었습니다. 우물의 제주 방언이 ‘세미’니까 ‘세미오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제주시 봉개동의 ‘안세미’와 ‘밧세미’, 구좌읍 송당리의 ‘거슨세미’, 애월읍 고성리의 ‘산세미’ 등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죠.

해발고도 421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100m쯤인 아담한 산세의 세미오름은 남쪽 발치로 동부 제주를 대표하는 도로인 번영로가 생기면서 스쳐 지나기 쉬운 곳이 되었습니다. 많은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곳이어서 여차하면 들머리를 놓치기 십상이죠. 차량으로는 번영로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표석과 주차장이 있는 오름 들머리에서 보면 바로 앞의 봉우리가 높고 북쪽으로 능선이 돌아간 듯 보입니다만, 실제 정상은 멀리 돌아간 북쪽 능선에 있습니다. 크고 작은 나무와 뒤엉킨 덤불 사이로 친환경매트가 깔린 진입로가 이어집니다. 짧지만 참 정겨운 길이죠. 곧 나타난 갈림길에서 ‘오름 정상’이라 적힌 작은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갑니다.

길은 잠시 후 오른쪽의 둘레길을 버리고 산으로 향합니다. 소나무 숲 사이로 좁지만 쾌적한 오솔길이 구불거리며 능선으로 이어집니다. 동북쪽으로 완만하게 휘어지는 능선은 걷기 좋습니다. 세미오름은 여기서 왼쪽, 그러니까 서쪽으로 트인 말굽형 분화구를 품었습니다. 분화구라기보다는 동북쪽 화구벽만 남은 듯한 모양새죠.

능선 일대에 소나무가 많다 보니 쌓인 솔잎으로 길이 푹신합니다. 능선 양쪽으로는 간간이 조망이 트이며 송당리와 제주시 남쪽의 한라산 자락에 솟은 오름들이 가늠됩니다. 오름과 오름 사이로 펼쳐진 드넓은 뱅듸(들판)도 펼쳐지며 비로소 제주다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곧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는 정상부를 만납니다. 가을이면 억새가 볼만한 이곳에서 조천읍 일대가 훤히 조망됩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능선을 서쪽으로 굽어 돕니다. 처음엔 소나무숲이, 이어서 삼나무숲이 나타나는 길은 작은 오름 치고는 꽤 가파른 편입니다. 밧줄이 매어져 있지만 주의해야 할 곳입니다. 내려선 후엔 오름을 왼쪽에 끼고 자락의 평지를 따라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옵니다. 여전히 삼나무가 울창한 이곳은 예전에 사람이 살았던 듯, 곳곳에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빨간 섬천남성 열매가 여기저기서 보이고, 초피나무도 눈에 띱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오름은 아니나 길이 또렷하고, 쉬엄쉬엄 오르내려도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세미오름입니다.

▲세미오름을 내려서는 길Ⓒ이승태

기대어 살기 좋은 곳

-안세미오름

오름 자체의 높이가 91m로 제법 봉긋한 산체를 보여주는 안세미오름은 북쪽으로 열린 말굽모양 화구를 가졌습니다. 벌어진 화구 사이의 바위틈에서는 맑은 샘이 솟아납니다. 그 생김새가 쌀을 이는 데 쓰던 조리를 닮아서 ‘조리세미물’이라고 부르며, 달리 ‘명도암물’이라고도 합니다.

탄탄하게 쌓은 원형의 벽에 콘크리트 지붕을 덮어 동굴처럼 보이는 보호시설이 샘을 감싸고 있습니다. 제주인들이 먹는 물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그 슬기와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아래로 채소와 쌀 같은 식재료를 씻는 구역이 있고 빨래터와 가축에게 물을 먹이는 연못이 차례로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샘은 네 구역의 물웅덩이로 이뤄진 것이죠. 아래로 내려갈수록 웅덩이 크기가 넓어집니다. 맨 아래 웅덩이 주변엔 벤치를 설치하고 전망데크도 만들어 공원처럼 꾸몄습니다. 이 전체 모양이 특이하고 예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안세미’라는 이름은 이 조리세미에서 유래합니다. 안세미의 서남쪽에 나지막한 고갯길을 끼고 또 하나의 오름이 이어집니다. 명도암마을에서 볼 때 바깥에 있어서 밧세미오름이라고 부릅니다. 밧세미 또한 북쪽이 트인 말굽형 화구를 가졌고, 안세미처럼 남쪽에서 볼 적엔 둥그스름합니다. 두 오름이 이렇게 닮은꼴이라서 합해서 ‘형제봉’이라고도 합니다.

▲안세미오름 정상부의 능선길Ⓒ이승태

달래가 지천인 안세미

안세미에 쾌적한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는 것에 반해 밧세미는 길이 없고 정상에서의 조망도 막혀서 찾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안세미오름 들머리에 ‘봉개동 명도암 선생 유허비’가 있습니다. 제주도 향토유형유산 제18호인 이 비는 조선 중기의 제주 출신 문인인 김진용(金晉鎔)의 교육 진흥에 대한 공덕을 기리려는 목적으로 세웠습니다.

그는 제주에서 귀양살이 중이던 이익(李瀷)에게 수학해 과거에 급제했고, 성균관에서 유학 후 숙녕전참봉이라는 벼슬에 제수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양하고 제주로 내려와 처가가 있던 이곳 명도암(明道岩)마을에서 후진양성에 힘쓰는 한편 제주 교육기관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장수당(藏修堂)을 세워 제주 삼읍의 자제를 교육하는 장소로 삼는 등 제주도 유학 진흥에 힘쓴 인물입니다. 후대인들은 그의 업적을 기려 이곳 이름을 빌어 ‘명도암(明道菴) 선생’이라 불렀습니다.

안세미오름은 좌우 능선 어디로 올라도 좋지만 왼쪽 능선으로 올랐다가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좋습니다. 길은 폐타이어로 짠 매트와 나무계단으로 이뤄졌으며, 한 사람이 사색에 잠기며 걷기에 딱 좋은 넓이와 정취를 가졌습니다. 1.2km 길이의 탐방로는 가파르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라도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안세미오름은 제주를 대표하는 달래 자생지입니다. 탐방로 주변으로도 달래가 수두룩하게 자랍니다. 저절로 향 좋은 달래된장찌개가 떠오르지만 채취는 금지입니다.

벤치와 산불감시초소, 팔각정자가 있는 정상에 서니 개오리오름과 절물·거친·민오름, 큰지그리·족은지그리·바농오름 같은 한라산 자락에 기댄 내로라하는 오름이 눈앞에 가득 펼쳐집니다. 이 풍광에 취해 한없이 머물고픈 곳입니다. 오름 사이 들판에 들어선 몇몇 골프장도 여기서 보니 멋지군요.

정상을 지나서도 덤불이 벽처럼 자란 수풀 사이로 구불구불 오솔길이 정답게 이어집니다. 능선이 굽어 도는 곳에서 길이 갈리는데, 왼쪽이 밧세미로 이어집니다. 오른쪽 길은 곧 정자 하나를 더 만나며 삼나무숲으로 파고들더니 아래로 내려섭니다. 나무계단이 깔린 길은 여전히 정겨운 풍광입니다. 습한 숲 바닥엔 관중 같은 양치식물과 이끼가 가득합니다. 곧 오른쪽으로 명도암물이 보이며 탐방은 끝이 납니다.

▲머체왓숲길 들머리에서 본 한라산. 가운데 목초지를 휘감으며 머체왓숲길이 지난다.Ⓒ이승태

제주 숲이 주는 위로

-머체왓숲길

제주도 방언인 ‘머체’는 돌이 많거나 무더기로 있는 곳을 가리킵니다. ‘머체왓’은 이 일대가 머체로 이뤄진 밭(왓)이 많아 붙은 이름입니다. 숲 북쪽에 머체오름이 있고, 옛날 이 부근에 ‘머체골[馬體洞]’이라는 작은 마을도 있었답니다. 머체오름은 머체로 이뤄진 오름 또는 지형이 말 모양이어서 그리 부른다는 설이 전해옵니다.

머체왓숲길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서중천을 끼고 펼쳐지는 숲길로, 머체오름과 서성로 사이의 광활한 수풀지대를 지납니다. 516도로와 녹산로를 잇는 서성로 옆에 ‘한남리 머체왓숲길 방문객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안내센터는 식당을 겸하고 있으며, 탐방안내도와 주차장, 화장실 등을 갖추었죠. 이곳을 들·날머리로 삼아 탐방이 이뤄집니다.

머체왓숲길은 세 개의 탐방로로 구성됩니다. 안내센터에서 출발해 느쟁이왓다리, 방애혹, 제방낭기원쉼터, 머체왓전망대와 머체왓옛집터를 지나 서중천숲터널을 따라 돌아오는 ‘머체왓숲길’과 서중천을 중심으로 방사탑쉼터, 머체왓편백낭쉼터, 중잣성, 오글레기도궤, 연제비도를 두루 거치는 ‘머체왓소롱콧길’, 안내센터에서 남쪽으로 서중천을 따라 내려서는 ‘서중천탐방로’가 그것입니다. 이 중 6.8km의 머체왓숲길을 가장 많이 찾습니다.

제주 중산간의 울창한 원시림 속을 헤집고 지나는 이 길은 제주 숲의 온갖 좋은 기운으로 샤워를 하는 듯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포장된 길을 따라 걷는 사려니숲길과는 또 다른, 날것 그대로의 제주 숲을 만나게 됩니다. 길은 대체로 완만하며, 울창한 활엽수 사이로 이어지는 구간이 많습니다.

드넓은 목장의 초지대와 상록수림지대, 삼나무와 편백나무 조림지대가 뒤섞이며 다양하고 흥미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제주에서 세 번째로 긴 물길인 서중천을 끼고 지나기에 그야말로 제주 자연의 매력에 저절로 빠져들게 됩니다. 사철 푸른 제주의 숲과 한겨울에도 초록빛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목초지를 따라 놀멍 쉬멍 걷는 힐링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머체왓숲길에서는 삼나무나 편백나무 조림지도 만난다. 산림욕으로 최고의 구간.Ⓒ이승태

제16강 2일차 / 12월 19일(토요일)

정상에서의 조망이 으뜸

-대수산봉

제주 동쪽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사이, 일주동로 옆에 우두커니 선 오름 하나가 있습니다. 여러 인쇄물이나 스마트폰의 앱 지도엔 이 오름을 ‘대수산봉’이라 표시하는데, <오름나그네>의 저자 김종철 선생은 ‘큰물뫼’라고 부릅니다. 높이 137.4m, 오름 자체의 높이가 97m인 큰물뫼는 예전에 온통 초지대여서 말을 키우는 목마장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숲이 울창해 말이 뛰어놀던 옛 모습은 상상도 못할 정도입니다.

옛날 이 오름에서 물이 솟아나서 못을 이뤘다고 해서 ‘물+메’로 불리다가 동쪽의 족은물메와 구분키 위해 대소 개념을 끌어들여 이곳을 큰물메(뫼) 또는 대수산봉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군요. 족은물메는 작고 숲이 울창하며 탐방로도 없는 반면, 큰물메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고 일대에서 우뚝하며, 탐방로도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생겨난 길은 넓고 쾌적하고 완만해서 걷기 편합니다. 그래서 일대 주민들의 산책로로 인기가 좋은 오름입니다. 정상엔 축구장만한 크기의 예쁜 오름 분화구가 있고, 이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정겨운 둘레길이 멋집니다. 소나무가 많지만 억새도 적잖아서 가을이면 운치가 좋습니다.

탐방로는 네 갈래로 나뉩니다. 두 곳은 이 오름을 지나는 제주올레2코스와 이어지며 원래의 탐방로는 오름 동쪽 사면을 지나는 도로에서 시작합니다. 올레길을 걷는 게 아니라면 이곳이 편합니다.

넓고 쾌적한 길이 성긴 소나무 숲 사이로 나 있습니다. 길지 않은 계단만 오르면 거의 평지고요. 6분쯤 후 다른 길과 합류하는데, 그 길은 더 넓습니다. 바닥에 보도블록도 깔려 있죠. 다시 5분쯤 더 가면 분화구가 있는 정상부를 만납니다. 능선 동쪽에 몇 개의 운동시설과 지붕까지 갖춘 전망데크가 보입니다.

전망대에 서니 성산일출봉과 광치기 해변, 오조포구 일대가 훤합니다. 그 너머로 길게 누운 우도도 손에 잡힐 것 같습니다. 섭지코지는 더 가깝게 보이고요. 그 사이로 평지에 들어선 성산읍 일대 마을이 바다와 어우러지며 평화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큰물메에도 무덤이 많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무덤일까요? 제주의 돌로 담을 쌓은 것보다는 시멘트 벽돌로 쌓은 무덤이 더 많아 보입니다. 그래도 최고의 조망이 펼쳐진 곳에 들어선 무덤이라서 부럽기까지 합니다.

전망대 바로 뒤의 분화구를 한 바퀴 돌며 탐방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분화구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던 길은 분화구를 벗어나 다시 북쪽으로 향합니다. 조금만 오르니 산불감시초소가 보입니다. 놀랍게도 이곳은 전망대가 서 있던 곳보다 더 멋진 조망을 가졌습니다. 모구악과 영주산에서 시작해 다랑쉬까지 제주 동쪽의 오름 전부가 눈에 들어오는 명당입니다. 그 뒤로 한라산도 보이니, 이만한 조망처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산불감시초소 바로 뒤로 볼록한 무덤 같은 게 있어서 가 보니, 옛날 봉수대더군요. 이곳 ‘수산봉수(水山烽燧)’는 흙으로 쌓은 봉수로, 남서의 독자봉수에서 북동의 성산봉수와 교신했다고 합니다. 봉수대엔 하얀색 벤치가 놓였는데, 그곳에 앉아 바라보는 동쪽 풍광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합니다. 제 자리에서 한 바퀴 돌면 한라산 동쪽은 남김없이 보일 정도니까요.

▲대수산봉에서 본 동북쪽 풍광. 지미봉과 우도, 식산봉, 성산일출봉이 또렷하다.Ⓒ이승태

작은 오름의 재발견

-낭끼오름

낭끼오름은 어지간한 지도에도 안 나오는 작은 오름입니다. ‘남거봉’으로도 불리는 낭끼오름은 수산리에서 좌보미와 백약이오름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습니다. 작은 동산처럼 생겨서 별 게 있을까 싶었는데, 올라보니 참 기분 좋은 곳이었습니다.

식은 죽 먹기 정도죠. 동남쪽에서 서북쪽으로 비스듬히 누운 산체를 가졌으며, 길에서 억새 만발한 들녘을 따라 조금 들어선 곳에서 시작되는 탐방로는 150m 후에 정상에 닿을 만큼 작고 아담합니다. 이리 작아도 이름은 수두룩합니다. 낭곶오름, 낭껏오름, 낭케오름, 남케오름에 남거봉, 낭끼오름까지. ‘낭’은 나무고, ‘끼’는 변두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가 선 곳의 변두리쯤의 뜻을 가졌습니다. 북동쪽에 분화구 흔적이 희미하며, 오름의 남쪽과 동쪽은 드넓은 벵듸가 펼쳐집니다. 오름자락을 따라 억새지대가 많아서 가을에 더 제격일 낭끼오름은 겨울에도 못지않은 즐거움을 줍니다.

정상에 독특한 형태의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 초소를 가운데 두고 육각형의 넓은 전망데크가 펼쳐집니다. 이곳에서의 조망 또한 압권입니다. 영주산부터 한라산을 지나 좌보미, 다랑쉬, 지미봉, 성산일출봉에 대수산봉까지 제주 동쪽이 한 자리에서 가늠됩니다.

전망대를 지나면 동남쪽 능선을 따라 울창한 삼나무숲 속으로 탐방로가 이어집니다. 10분쯤 간 곳에서 능선이 낮아지며 오름을 벗어나고요. 그 뒤 오름자락을 서쪽으로 돌아 출발지로 옵니다. 억새가 가득한 길을 가로질러서요.

낭끼오름은 덩치가 작고, 오르내리는 시간도 짧아서 금세 다녀올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 오름에서 느끼는 제주의 낭만은 아주 큰 곳이죠. 제주가 한 걸음 성큼 다가오는 듯한 곳입니다.

▲낭끼오름 들머리. 오름 안내도와 이정표 같은 게 서 있다.Ⓒ이승태

제주 동남부의 조망명당

-유건에오름

낭끼오름의 정남쪽, 모구악과 나시리오름의 동북방향에 솟은 유건에오름은 해발고도 190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70m로, 살짝 가파른 산세를 가졌습니다. 옛 문헌엔 ‘이근악(伊近岳)’, ‘유건악(儒巾岳)’, ‘이근내악(伊近乃岳)’ 등으로 나오며, 오름의 모습이 선비들이 쓰던 유건(儒巾)과 닮아서 이름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확실하진 않습니다.

도로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자리한 유건에는 2016년에 새로 조성한 나선형의 탐방로가 편백나무와 소나무, 각종 활엽수가 뒤섞인 오름을 휘감으며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정상부는 북·서·남동쪽에 하나씩 세 개의 봉우리로 이뤄졌으며, 남동쪽이 정상입니다. 이 봉우리들이 감싼 1km쯤의 산마루 안에 깊이 30m의 원형 분화구가 들어앉았습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에 서면 제주 들녘의 풍성함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날것 그대로인 뱅듸가 드넓게 펼쳐졌으며, 그 사이사이에 들어선 외딴집들이 한없이 평화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동쪽으론 대수산봉과 겹쳐진 성산일출봉이 멋지고, 모구악과 영주산도 숨바꼭질을 합니다. 여러 알오름을 거느린 좌보미와 최근 출입이 금지된 백약이, 높은오름도 눈길을 끌고요. 오르는 동안에 오름을 한 바퀴 돌고, 내려설 때는 짧은 길을 이용해 들머리로 나오게 됩니다.

봉수대 불 밝히던 조선시대 통신소

-성읍마을 남쪽에 있어서 남산봉

우리나라 산 중에는 서울 한양도성의 내사산 중 하나인 남산, 대구의 앞산, 경주의 남산처럼 큰 도읍지의 남쪽 산의 경우 특별한 이름 없이 방향에 따라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 남산봉도 그렇습니다. 옛 제주 삼읍의 하나인 정의현(㫌義縣)의 성읍성 남쪽에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게다가 봉수대가 설치되었던 곳이라서 남산봉이라 불렸고요.

정확히는 성읍의 동남쪽에 있지만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볼 때 뒷산이자 진산인 영주산에 대응하는 남산이자 앞산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또 해발고도 178.8m로 일대에서는 제법 듬직한 산체를 가진 축에 듭니다. 산 자체의 높이는 50m쯤으로 펑퍼짐한 모양입니다.

가운데 움푹 파인 분화구를 가진 남산봉은 정상인 동쪽과 반대편 서쪽이 높고 북쪽능선은 낮은 형태입니다. 입구의 안내판에는 북사면이 낮아서 오름 북쪽에서 오르는 짧은 길이 있다고 적혔지만 정작 그 길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현재 남산봉 들머리는 오름의 남쪽, 성읍성과 신풍리 레포츠공원을 잇는 콘크리트 포장도 옆에 있습니다. 오름 안내판 뒤로 풀이 자라는 꽤 너른 평지가 잔디밭처럼 보입니다. 초지대 건너간 곳에서 나무계단이 이어집니다. 오름 능선까지는 금방입니다. 키 큰 해송이 많아 그 아래의 녹나무 같은 키 작은 나무의 가지에 솔잎이 줄지어 걸려 있습니다. 황태덕장처럼 솔잎을 걸어 말리는 듯 재밌는 풍광입니다.

입구에서 200m 남짓 간 곳에 안내도가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분화구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게 되어 있는데, 몇 구간으로 나뉜 길이를 더해보니 860m입니다. 오른쪽으로 110m 간 곳에 정상이 있습니다. 여전히 솔잎 수북이 깔린 통나무 계단이 자주 나타납니다. 그러나 가파르지 않아서 걷기 편합니다.

정상부는 봉수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수풀에 덮였던 것을 정비한 것인데, 제법 큰 봉분처럼 생겼습니다. 남산봉수는 4.5km 떨어진 남쪽의 달산봉수와 동쪽 3.9km 거리의 독자봉수와 교신했으며, 정보를 정의읍성에 전하는 기능이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 별정 6명, 작군 12명이 여기서 교대근무를 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한 나라의 정보통신은 매우 중요한 것이어서 국가 차원에서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시켜 관리했나 봅니다.

옛날엔 봉수대가 있는 이곳의 조망이 훤히 트였을 테지만 지금은 온갖 나무가 빼곡히 자라 하늘만 열렸을 뿐, 사방이 막혔습니다. 남산봉 화구벽 능선 대부분이 마찬가지입니다. 북쪽 능선 중간쯤에 무덤 한 기가 선 곳에서 수풀 너머로 영주산 자락과 모구악, 백약이 같은 오름이 보일 뿐, 전체적으로 조망은 시원스럽지 못합니다. 길은 비교적 쾌적하고, 입구와 능선 몇 곳에 나무 평상 쉼터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서쪽 능선엔 편백나무가 빼곡한 구간도 있습니다.

▲남산봉 탐방로. 길 대부분이 이렇게 숲으로 뒤덮였다.Ⓒ이승태

오름학교 제16강은 2020년 12월 18(금)~19(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2월 18일(금)>

08:5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16강 여는 모임. 참가지 확인과 인사 나누기

09:00 버스 탑승, 공항 출발

-세미오름

-안세미오름

-점심식사(명도암식당)

-머체왓숲길

-트레킹 종료 후 숙소로 이동

-저녁식사(유채꽃프라자)

19:00 휴식 및 취침(가시리유채꽃프라자, 다인실)

<12월 19일(토)>

07:30 아침식사(유채꽃프라자)

-숙소 출발

-대수산봉

-낭끼오름

-식당 이동, 점심식사(표선에서)

-유건에오름

-남산봉

-공항으로 출발

16:20 제주공항. 제16강 마무리모임. 해산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항공편은 17:20 이후 출발하는 것으로 예약하시기 바랍니다.

▲오름학교 제16강 탐방 개념도Ⓒ오름학교

12월 오름학교 제16강의 준비물, 참기비 등 자세한 내용은 인문학습원의 <학교소개>에서 안내 받으세요. 또한 기사 게재 이후의 변동사항도 인문학습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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