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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니다"…'운전자' 문재인 한반도 새판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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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니다"…'운전자' 문재인 한반도 새판짜기

비이든-김정은 순항할까? 주목받는 한국정부 역할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북미 양측 정상 간 회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했던 이른바 '탑 다운' 방식이 재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그간 양측 정상 간 만남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도 그만큼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지향해온 점, 또 동맹국의 요구에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 정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동안 진행해왔던 북한과 비핵화 협상 및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그는 지난 10월 22일(현지 시각)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 체육관에서 열린 TV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깡패'인 김정은을 좋은 친구라고 말했지만 북한은 이전보다 더 쉽게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고성능 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가 한반도를 비핵지대화 하기 위해 핵능력을 축소하는데 동의하는 조건이라면 만날 수 있다"고 말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중국에 가서 왜 북한을 압박하지 않냐고 시(진핑)에게 물었다"며 수년 전 오바마 정부가 강조했던 중국을 통한 북핵 문제 접근 방식을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 지난 7일(현지 시각) 델라웨어 주 월밍턴 체이슨 센터에서 승리연설을 가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이 구성할 정부의 외교 안보 분야에서 주요 역할을 맡게 될 인물들 역시 오바마 정부 때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들이 주로 포진해있어, 당시 정부의 대북‧북핵 접근법이었던 '중국 역할론', '전략적 인내' 등이 정책적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2017년 7월 17일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 집권 중에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 등 유고(有故)시를 대비한 협의를 하자고 중국에 요청했지만 중국은 북한을 자극할까봐 구체적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며 중국과 사전에 이를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압박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블링컨 부장관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6월 2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017 의회 국가안보 포럼'에서 대북 압박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전임 정부에서는 일관된 대북압박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한미 정부 간에 한치의 틈도 없었다. 새 정부는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고, 이는 미국 외교를 조금 더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 그는 "개성공단은 유엔과 미국 제재를 모두 위반하는 것"이라며 "만일 문 대통령이 미국에 와서나 방미 이후 그 문제(개성공단)에서 앞으로 더 나아가겠다고 말한다면, 이는 북한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블링컨 부장관과 함께 국무장관 또는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조해왔다. 그는 2017년 8월 1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정치적인 고립을 가속화시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과 대화에 대해서도 이들은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블링컨 부장관은 지난 2015년 방한 당시 MBC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조건으로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실험 중단, 사찰을 통한 핵 동결 검증"을 제시하며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돼야 회담을 열고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제2의 오바마?

다만 일부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마 대통령 때의 대북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후보시절 선거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은 지난 10월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전략적 인내 정책이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수년간 일했지만 누군가 전략적 인내라는 말을 쓰는 걸 들은 적이 없다. 내가 아는 한 정책지침이 전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세계는 4년 전과 달라졌다"며 "우리는 그(바이든)가 넘겨받는 상황을 평가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2017년 1월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말해 오바마 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북핵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매키언 고문은 바이든 당선인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만남에 대해서도 "바이든이 절대 김정은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비핵화 목표로 나아가게 하는 실제적 전략의 일환이라면 그(김정은)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정상 간 만남 전에 충분한 실무협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키언 고문은 "북한 핵문제와 같은 복잡한 협상은 정상끼리 한 두시간 만남으로 (해결)될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바이든 당선인과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때보다 북한과 대화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북미 간 대화를 촉진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 바이든 당선인 주변의 주요 인사들이 강경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어, 한국 정부가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한 독자적 행동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적잖은 장애물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바이든이 속한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에 비해 동맹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수용하려 하는 성향을 보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기에 비해 한국 정부의 역할이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지난 7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KPF) 주관으로 열린 포럼에 참석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우리 입장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편하다. 민주당은 북한 핵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전통적으로 동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라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반면 공화당은 동맹에 대해 일방적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대한 철학이 없다. 또 트럼프를 뒷받침할 만한 조직도 없다"며 사실상 북미 간 정상회담만으로 진행된 지금까지의 비핵화 협상의 한계가 있음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가 끝나기 전에 (대북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잡아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에서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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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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