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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권광석 우리은행장마저 채용비리 연루

[은행권의 '정유라' 그들은 왜 당당한가] 부정입사자 27명 판결문 분석해보니

우리은행 부정 입사자 대부분은 법원의 채용비리 유죄 확정 판결 뒤에도 무사히 재직 중이다.

여기에는 권광석 현 우리은행장이 부행장 시절 채용을 청탁한 부정 입사자 조아무개 씨도 있다.

권 은행장은 우리은행 채용비리 관련 대법원 선고가 나온 올해 2월경, 우리은행장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1년 임기로 선임된 권 행장은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우리은행 채용비리 1심~3심 판결문을 입수해 부정입사자의 재직 현황을 파악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재판장 이재희)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작년 1월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전 행장의 채용비리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8월의 실형을 올해 2월 확정했다.

대법원은 2015년~2017년 우리은행 신입 입사자 중 27명이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들 중 19명이 2020년 10월 현재 우리은행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국정감사에선 부정 입사자 채용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왔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강성모 우리은행 부행장은 "부정입사자 19명의 직원에 대해서는 법률적, 정책적 판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채용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셜록>은 법원이 인정한 우리은행 부정입사자 27명의 채용 과정을 판결문과 판결문에 첨부된 범죄일람표를 통해 분석했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인포그래픽 ⓒ셜록(최유진)
▲ 우리은행 채용비리 인포그래픽 ⓒ셜록(최유진)

▲ 우리은행 채용비리 인포그래픽 ⓒ셜록(최유진)
▲우리은행 채용비리 인포그래픽 ⓒ셜록(최유진)

먼저, 부정입사자 채용 배경이다. 이들은 크게 정부 관련 고위 인사, 고액거래처, 우리은행 계열사 임직원으로 나눌 수 있다. 부정입사자는 그들의 자녀이거나, 그 지인 및 친족의 자녀다.

부정 채용 판결에 언급된 정부 관련 고위 인사는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금융감독원 임원 등이다.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는 백OO다. 백OO은 2015년경 본인의 딸 채용을 우리은행 한 간부에게 청탁했다.

정부는 2016년 11월 우리은행이 일부 민영화되기 이전까지 은행장 선임에 관여했는데, 백OO은 우리은행장 인사검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

백OO의 딸 백OO 씨는 서류전형에서 학점 미달로 탈락 대상이었지만, 우리은행장의 합격 지시로 2015년 공채에서 부정하게 통과했다. 부정입사자 백 씨는 대학 졸업을 못해 2016년 3월 퇴사했다가, 졸업 후 같은 해 다시 부정하게 입사했다.

백OO 씨는 우리은행 '첫 번째 입사와 재입사'를 모두 부정하게 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백 씨는 현재 서울시 서초구 모 지점에서 일한다.

이상구 금융감독원 은행·비은행 검사담당 부원장보는 판결문에 총 세 차례 언급됐다. 이상구의 딸, 조카, 지인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에 걸쳐 우리은행에 부정하게 들어갔다.

이상구 조카 신OO 씨는 서류전형에서 학점 미달로 탈락 대상이었지만, 우리은행장의 지시로 2015년 신입행원에 최종 합격했다. 신 씨를 합격자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합격권에 있던 다른 지원자가 탈락했다.

신 씨는 현재 서울시 강동구 모 지점에서 근무 중이다.

이상구를 배경으로 2016년 부정입사한 감OO 씨는 현재 서울시 마포구 모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오현득 국기원장도 판결문에 등장한다. 그의 조카 김OO 씨는 학점 미달로 서류전형에서 불합격 대상이었지만, 2016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김○○이 우리은행에 부정 채용될 무렵인 2016년경, 우리은행은 태권도 단증에 결제 기능을 결합한 '우리카드 단증' 발급을 시작했다. ‘우리카드 단증‘은 여전히 우리카드 카드 상품 중 하나다.

김OO 씨는 현재 서울시 강남구 모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군인연금증카드 ⓒ우리카드

고액 거래처 중에선 '국군재정단'과 '국방과학연구소'이 판결문에 등장한다. 서류전형에서 총점 미달로 불합격 대상자였던 신OO은 국군재정단을 배경으로 2016년 신입행원 공채에 부정입사했다.

심상정 의원실이 2017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에 따르면, 신 씨의 비고란엔 ‘연금카드 3만좌, 급여이체 1만 7000건‘이 기재돼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국군재정단에 입점한 여러 은행 중 하나다. 우리은행은 군인연금수급자를 증명하는 신분증 기능의 ‘우리군인연금증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신 씨는 현재 서울시 용산구 모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경우, 2017년 부정입사자 정OO 관련 '직원연합회장 딸'이라고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에는 우리은행이 입점해있다.

정 씨는 현재 대전광역시 서구 모 지점에서 근무 중이다.

우리은행 계열사 임직원도 판결문에 수차례 등장한다. 이들의 인맥 덕으로 부정채용된 인물은 총 10명이다.

송OO 우리카드 상무 아들, 연OO 우리은행 본부장 아들, 임OO 우리은행 부장 딸, 김OO 우리은행 본부장 아들, 박OO 우리은행 본부장 아들, 장OO 우리은행 지점장 딸, 우리은행 관계자 지인 딸, 김OO 우리은행 지점장 딸, 경OO 우리은행 본부장 딸, 서OO 우리은행 지점장 아들이다.

이 중 대부분이 아직 우리은행을 다니고 있다.

'청탁'란에 등장하는 부정채용 가담자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가담자들의 직급은 은행장-부행장(부문장)-상무-본부장-인사부장 등이다.

소위 '고위직' 책임자로 통하는 우리은행 임원급 인사들이 부정채용 다리 역할을 했다. 청탁자로 지목된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총 12명.

이광구 은행장, 장안호 상무, 권광석 부행장, 정원재 부문장, 남OO 부행장, 이OO 전 인사부장, 이OO 검사실장, 이OO 센터장, 홍OO 인사부장, 문OO 부장, 유OO 부행장, 윤OO 본부장이다.

이 중 대부분이 우리은행 혹은 그 계열사에서 근무 중이다. 2017년 부정입사자 조OO의 ‘청탁자‘로 지목된 권광석 부행장은 현재 우리은행 은행장이다. 권 은행장이 청탁한 부정입사자 조 씨는 1차 면접 불합격자였지만, 점수 조작으로 부정 통과했다.

2017년 개인서비스 직군(은행텔러)에 합격한 조 씨는 현재 서울시 서초구 모 지점에서 일한다.

2017년 부정입사자이자, 장OO 우리은행 지점장의 딸 장OO의 '청탁자'로 등장하는 정원재 부문장은 현재 우리카드 사장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연합뉴스

외부 청탁자는 신상훈 사외이사와 국가정보원 정보관(성명 미상)이 포함됐다. 신상훈 사외이사는 신한금융지주 사장 출신이다. 신 이사는 지인 자녀 백OO 씨의 채용을 청탁한 2017년 당시, 우리은행 감사위원회 위원장도 겸직했다.

회사의 업무를 감독해야하는 이사회 내 최고 책임자가 부정 채용에 직접 관여한 셈이다.

결국 부정입사자, 채용비리 책임자-청탁자 대부분이 2020년 10월 현재 우리은행과 그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은행장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올해 2월 확정 선고했다. 장안호 인사담당 상무를 비롯한 인사부 직원 홍OO-조OO 부장, 이OO 팀장은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 역시 무사하다.

이광구 전 은행장은 현재 우리은행 관련 업체 '원피앤에스'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장안호 전 상무도 '원피앤에스' 고문이다. 홍OO 전 인사부장은 현재 우리카드에서 상무로 일하고 있다. 이OO 전 인사팀장은 최근 '유럽우리은행' 지점으로 발령받았다.

우리은행은 부정입사자, 채용비리 책임자 재직 문제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내용 제공이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은행은 권광석 현 은행장이 채용비리 문제에 연루된 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전혀 사실 무근이며 심각한 명예훼손을 유발하는 질의내용입니다. 이광구 은행장과 조OO 부장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부정입사자 조OO은 권 행장이 아닌 A 사외이사가 추천해 1차 면접에 합격했습니다. 판결문에 왜 권 행장 이름이 들어가 있는지 그 경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권 행장도 이번에 자신이 청탁인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기자가 "부정입사자 조 씨를 청탁한 A 사외이사가 누군지" 물었지만, 우리은행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답변을 거절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채용비리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 부정한 청탁을 한 사람, 부정하게 입사한 사람, 거의 대부분이 우리은행 혹은 관련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셜록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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