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정함으로써 추천위원회 구성에 참여키로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으로 본다.
야당이 현행 공수처법이 보장하는 '비토권'을 행사하면 이미 법정 출범시한(7월 15일)을 한참 넘긴 공수처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5일 "야당이 추천할 공수처장 추천위원이 공수처 방해위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고의적으로 법을 악용하면서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는 악역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추천하겠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공수처장 추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도돌이표식 지연전술로 공수처 출범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 대변인은 또 "야당 추천위원들의 의미는 중립적이지 못한 인물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공수처 출범을 무한정 연기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더 이상의 법적인 공백 기간을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이 같은 견제구는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정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인 임정혁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출신인 이헌 변호사를 야당 몫 추천위원으로 내정했다. 임 변호사는 '드투킹 댓글 조작 사건' 특검 최종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인사이며, 이 변호사는 세월호참사특조위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천위원 선정 마감일로 경고한 26일까지 주호영 원내대표의 최종 결정을 거쳐 추천위원 명단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추천하지 않으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공수처법 개정에 돌입하겠다고 압박한 26일 마감시한에 맞춘 조치다.
이에 따라 공수처장 선정의 전 단계인 추천위원회 구성은 첫발을 뗄 전망이다. 그러나 공수처장 추천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7명이며 야당 추천위원 2명이 포함된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해 야당 추천위원들이 반대하면 대통령에게 추천할 공수처장 선정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야당의 비토권이 보장돼 있어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후보 추천위원 4명을 여야 구분 없이 국회가 추천하고, 추천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 선임이 가능하도록하는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국민의힘이 후보 추천위원을 내정하자 김용민 의원은 "(국민의힘이) 예상대로 공수처 출범 저지 2단계에 돌입한 것"이라며 "추천위는 구성하지만, 여기에서 합법적으로 부결시키며 무한정 시간끌기를 할 것 같다"고 했다.
현행법을 토대로 한 국민의힘의 합법적 지연전술을 제어하고 공수처 출범을 정상 궤도에 올리려면 개정안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동안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개정안 심사의 조건으로 "야당이 끝내 협조를 거부한다면"이라고 전제해 온 만큼, 추천위 구성 절차에 참여키로 한 국민의힘의 조치를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는 게 민주당의 난점이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도 지난 1일 "야당 몫 추천위원이 구성되면 사실상 비토권이 보장된다"며 "야당 추천위원들이 (후보를) 반대하면 공수처장을 선임 못하는 것"이라고 현행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수처 출범도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면서 "그래도 시행도 되지 않은 법을 다시 고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성급한 법개정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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