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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원전 안전성'과 '원전 경제성' 논란에 불 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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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감사원, '원전 안전성'과 '원전 경제성' 논란에 불 붙이다

탈핵 정책에 대한 제동 해석은 무리...정부의 '부당한 입김' 의혹 파장은 불가피

여론의 관심을 모은 감사원의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 결과가 20일 발표됐다. 그러나 해당 감사가 경제성만 평가한 것이고, 안전성, 지역수용성은 포함되지 않아 탈원전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보수 언론과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탈원전 제동 프레임'이 강화될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정치권의 논란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특히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게 정부(산업부)가 원전 폐쇄 과정에서 '입김'을 불어 넣었다는 정황이 제기된 것은 여권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관여해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최종 결론내렸다.

이날 오후 2시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산업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해 그 신뢰성이 낮고 △정부의 입장이 반영됨에 따라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실제보다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월성 1호기의 안전성과 지역수용성은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다고도 밝혔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자료를 수사기관에 송부할 예정이지만, 관계자를 고발할 예정은 없다고도 밝혔다.

감사원은 "정부의 정책 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 등은 직무감찰규칙 4조에 따라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감사원 "산업부 장관 부당 개입...경제성 평가 불합리"

이에 따라 역대 최장 감사 기록, 역대 최장 감사 보고서 심사 기록을 쓴 월성 1호기 감사가 최종 결론을 맞게 됐다.

이번 감사원 발표는 지난해 9월 30일 국회가 감사원에 월성 1호기 감사를 의뢰한 후 약 1년여 만에 나왔다. 역대 최장 감사 기록이다. 감사원은 보고서 작성 후 이를 지난 7일부터 엿새간(7, 8, 12, 13, 16, 19일) 심의했는데, 이 역시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러나 종합적 평가를 통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전반적 문제제기가 아니라는 취지의 감사원 입장과 달리, 이번 발표에 따라 당장 정치권을 중심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을 중심으로 한 친원전 세력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가장 큰 이유가 경제성 부족이었던 만큼, 이번 감사원 결과에 따라 조기폐쇄의 정당성이 위협을 받게 됐다는 기존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부정한 입김 작용'은 더 큰 의혹으로도 번질 수 있는 만큼, 야당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총력전이 예상된다.

한수원은 지난 2012년 11월 가동 중단 이후 약 6000억 원을 들여 설계수명을 10년 더 연장했다고 밝힌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내렸다. 경제성 부족을 핵심 사유로 들었다. 2017년 당시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킬로와트시(kWh) 당 전망단가를 55.08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해 실제 판매단가는 60.76원으로 한수원 전망치보다 높았다. 한수원이 원전 조기폐쇄를 위해 의도적으로 단가를 낮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감사원은 이에 관해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을 산정하면서 고려한 원전 전체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이용률 저하 요인을 전체 이용률에 반영하지 않은 채 전체 원전의 높은 이용률(84%)을 그대로 한수원 전망단가에 추정해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됐다"며 "한수원은 이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회계법인이 이를 사용하도록 해 월성 1호기 계속가동 시 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추정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아울러 한수원이 2018년 당시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할 경우 줄어드는 비용을 과다 계산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를 계속가동할 경우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내렸다.

감사원은 또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산업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고도 밝혔다.

감사원은 "2018년 당시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 전에 산업부 장관은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월성 1호기를 가동중단하기로 방침을 결정'"해 "산업부 직원이 위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은 즉시 가동중단 외의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됐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이 더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경제성 평가를 결론내리는 과정에서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수 있었음에도 내버려"둠으로서 결과적으로 경제성 평가에 관여했다고도 감사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산업부 국장과 부하직원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고 "한수원 사장은 폐쇄시기에 대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아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시기와 관련해 즉시 가동중단을 제외한 대안을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의결했다"고도 평가했다.

다만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들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취한 사실은 없으므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탈원전 움직임에 '폭탄' 전진 꼴...정치권 논란도 거세질 듯

이번 감사 결과는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의 충돌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 1호기 운영변경 허가 처분 취소 판결 결과와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원안위의 처분을 취소하는 배경으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 최신 기술을 적용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국민소송대리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재판부는 월성 1호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월성 1호기 운영 중단은 타당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안전성에 손을 든 재판부 입장은 당시 시민사회에서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에 경고를 내린 판결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이날 감사원은 안전성 평가를 감사 범위 바깥으로 제한하고 오직 경제성 평가 과정의 문제에 주목했다.

부문별로 보면 사법부와 감사원이 각각 다른 부분에 비중을 둔 결정을 내렸으나, 결국 종합적으로 감사원의 결론은 원전 유지에 방점을 찍어 탈원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논쟁에 불을 붙이게 됐다.

따라서 이번 감사원 발표를 두고 탈핵단체, 탈탄소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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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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